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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엄마, 왜 내가 다문화야?”

최근 초등생 자녀를 둔 다문화가정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몹시 짜증을 내면서 “엄마. 왜 내가 다문화야? 나는 00인데, 왜 나한테 이름을 안 부르고 다문화라고 하는 거야! 아이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잖아!”라며 계속 울고 떼를 쓰더라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선생님이 “오늘 수업 후에 조사할 것이 있으니 다문화 애들 잠깐 남아있어”라고 말한 것 때문이었다. 그 어머니는 아이를 다독이고 위로해야 하는데 정말 무슨 말로 위로해야 좋을지 몰라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런 일이 있고나서 그 아이는 장난기가 많은 친구들로부터 가끔씩 다문화라는 호칭으로 놀림을 받았단다.

상황은 비슷하지만 아이를 배려한 경우도 있다. 담임선생님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다문화가정 아이를 불러 관련 자료에 나와 있는 것을 상담한 사례다. 격려와 지지를 해 주면서 다른 친구들에게 왜 선생님이 그 아이를 불렀는지 눈치 채지 못하게 했다. 이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상담을 하며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난 4월, 5월 두 달간 평택대학교 다문화교육관에서는 28회에 걸쳐 836명을 대상으로 다문화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했다.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대상자였다. 한 학기 교육을 마치면서 다문화 인식개선 교육을 담당한 강사들 사이에서는 “초등생들은 다문화교육이 필요 없고, 오히려 교사와 학부모에게 더 필요한 것 같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초등생 대상 다문화 인식개선 교육은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다문화교육을 받고 간 학생들의 경험담을 들은 학부형들이 이제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대체 다문화교육이 뭐냐”고 관심을 표명하고, 나아가 교육을 희망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학교 측이 건의를 받아들여 학부모 대상 다문화교육을 실시하게 됐다. 게다가 학생들을 인솔하는 선생님들도 자연스레 다문화 아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

그동안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우리는 혼혈아동, 코시안 자녀라고 불러왔다.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순화된 말로 호칭을 바꾼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다문화, 다문화가족,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로 범주화하고 교실에서나, 사회에서 구분하는 것은 해당 학생, 가정에 큰 상처를 주는 것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고 다문화가족,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돼서 그들을 편의상 다문화, 다문화가족으로 범주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용어는 어디까지나 정책을 수행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용어일 뿐이다. 교과부도 다문화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형식적인 조사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다문화사회가 되면서 그들을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일이나 정책들이 그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다문화, 다수에 의한 소수의 차별문화가 형성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사회가 추구하는 건강한 민주주의 이념은 다수를 위한 사회이면서 소수의 의견과 권리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다문화가정도 마찬가지다. 다문화시대, 조금만 배려를 한다면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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