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원평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것이다.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그간 침묵하고 있었던 많은 학부모와 일반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상당 수 교총 회원 사이에 교원 평가에 대한 거부감과 불신이 남아있는 듯하다. 거부감과 불신은 왜 생겨났는가.
우선 ‘평가’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솔직히 평가받기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반대로 음으로 양으로 남을 평가하는 일은 좋아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이러한 심정은 더욱 강한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평가에 대한 거부감은 감정적인 것이고, 심층적으로 보면 득이 되는 것이 더 많다.
무엇보다도 자기성찰과 경쟁 유발의 장점이 있다. 평가를 받는 입장에 서게 되면, 우선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따라서 자기 발전의 동기를 부여해 준다.
경쟁을 유발한다고 하면, ‘평가’와 마찬가지로 ‘경쟁’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경쟁’도 지독하게 오해받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경쟁하면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고 하는 생존게임을 연상한다. 이른바 승자독식이고, 패자는 도태된다는 몰인정성이 떠오른다. 이는 경쟁을 영합게임(零合, zero-sum game)의 시각으로만 보는 단견이다.
하이에크가 설파한 바와 같이, 경쟁은 ‘발견적 절차(discovery procedure)’이다. 자기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경쟁 상대를 온전하게 파악하는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전자산업을 하는 모든 경쟁업체가 삼성전자처럼 선도적인 글로벌기업이 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장점을 온전하게 살려서 독자적 위상을 갖는 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경우와 유사하다. 그러니까 경쟁은 영합게임이 아닌 윈윈(win-win)전략의 패러다임에서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쟁을 통하여 말 그대로 ‘경쟁력’을 갖추면 자타가 공인하는 ‘대접’을 받는다.
여기까지 수긍한다 해도 교원평가의 신뢰도와 객관도에 대한 불신이 남는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장의 평가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 성격인 만족도조사를 과연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필자가 보아도 현행의 평가체제로는 학교장의 평가결과를 신뢰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단위학교 책무성을 묻는 학교평가와 연계하여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여기서 단위학교의 책무성은 학교별 독립된 재정과 인사권을 학교장에게 부여하고 학교장이 부여된 권한을 활용하여 해당연도의 교육성과와 경영 일체를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성과가 있으면 보다 나은 예산과 지원을 받고, 아니면 지원을 받지 못하며 일정기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으면, 학교장과 해당학교는 퇴출대상이 된다. 이 체제에서 학교장은 임의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고, 교육청이나 교장은 교사들에게 잡무를 부과할 수도 없다.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도 이 체제에서는 자신들의 교육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키는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수용에 문제될 것이 없다.
교원평가가 실행력을 가지려면, 기존의 방식처럼 참고자료로 활용한다는 요식행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몇 년간의 시행 과정을 거치면서 평가의 타당성과 객관성을 확보한 후에 급여와 인사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퇴출될 부적격 교사가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입증할 수 있고, 임용을 위하여 불철주야 공부하는 사범대학과 교육대학 후배들에게도 떳떳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또 인성교육을 핑계로 평가를 회피해서도 안 된다. 교원평가하면 인성교육 망친다고 하는 것은 해괴한 궤변에 불과하다.
이 입장을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수용 여부의 문제는 이제 교사 자신들의 인식전환에 달려있다. 이번 발표로 많은 이들의 긍정적 평가를 얻어낸 교총 지도부와 회원들은 교육수요자와 납세자들의 교육욕구를 얼마나 충족시켰는가에 공교육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