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놀랄만한 대입제도가 속속 발표되고 있고, 또한 연구되고 있다. 수험생들 간에는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는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던 것 중의 하나인 논술고사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대학, 실기능력을 매우 중요시했던 미술대학에서 실기평가를 보지 않겠다는 대학, 신입생 전원을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겠다는 대학 등의 발표는 가히 놀랄만한 입시제도들이다.
또한 고등학교 1학년 내신 성적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지 않고, 현행 9단계의 내신 상대평가를 5단계의 국가수준 절대평가로 바꾸는 이른바 ‘내신파괴’ 방안, 이와 더불어 수능시험 횟수확대 방안 등이 여의도연구소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 입학사정관제가 뜨고 있다. 전국 200여개 대학 중 66개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한다. 성적위주의 정량평가에서 학생의 잠재력이나 대학의 설립이념 및 모집단위 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정성평가 방식으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교과 성적 관리도 중요하지만, 비교과 영역에 대한 준비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교과 영역은 출결사항이나 봉사활동, 공인외국어 성적, 수상실적 등의 학생부 교과 성적을 제외한 모든 내용과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 추천서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입시제도들은 좀 더 나은 입시정책을 위한 고민과 연구결과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달라지는 입시제도와 정책들을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일선 고교에서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준비기간 없이 허겁지겁 궤도수정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과거 입시제도에 맞추어 지난 2년간 준비하지 말고, 달라지는 입시제도를 미리 알았더라면 거기에 맞추어 3년 전부터 준비해 좀 더 나은 나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즉 어떤 학생은 교과부에서 그렇게 중요시 하던 논술을 지난 2년간 준비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아니면 입학사정관제에 맞추어 미리 준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일선교사들은 혼란스럽고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를 ‘대학입시 자율화의 원년’이라고 부르면서 대학입시업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이양했고, 대교협은 대입업무를 이관 받아 대입전형업무의 기본 틀을 규정하는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을 대학 간 자율협의를 통해 수립해오고 있다. 금년의 경우 작년보다 2개월 정도 빨리 수립해 대입전형 13개월 전에 발표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으로 진행되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과거 5~6개월 전에 확정․발표하던 것에 비하면 아주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금년 들어 각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대폭 확대함에 따라 단순한 도입 권장이 아니라 입학사정관 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 타당성을 확보하고, 이를 대학별 입학전형시행계획에 사전 고지하게 하는 공통전형절차를 제시했다. 즉 사전공지, 서류심사, 심층면접 및 토론, 최종선발 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16개 시․도별로 현장에 직접 다가가는 입시설명회를 개최한 것으로 안다. 이러한 일련의 대교협 노력을 아주 높이 평가하며, 실무를 추진하고 있는 대교협 사무총장의 고심이 깊었다는 생각이 든다.
주무기관에서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했더라도 시행함에 있어 필요한 유예기간을 두어 그 대상들이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입 전형은 고등학교 3학년 1년 동안의 학교생활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3년간 반영되기 때문이다. 6월 30일자로 새로 취임한 대교협 회장에게 큰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