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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주인 찾은 운동화

몇 년 전 내가 아이들과 교실에서 함께 지냈을 때의 기억이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 나는 아이들과 뜻깊은 일을 하나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은석스포츠 센터에서 약간 신었던 주인 잃은 운동화를 120켤레 정도 갖고 올 테니 우리 함께 깨끗이 세탁해서 천애원에 보내면 어떨까?"라고 의견을 던졌다.

그러자 아이들은 "좋아요"하며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 길로 나는 용기를 얻어 운동화 120켤레를 승용차에 가득 싣고 학교에 와 자원봉사 학부모와 함께 아이들에게 나눠줄 운동화 두 켤레씩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아이들은 서로 더 담아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다 나눠 준 후, 나는 "선생님이 집집마다 확인전화를 할 거예요. 여러분이 직접 운동화를 빨아야만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라고 당부했다. 그 다음날 헌 운동화는 아이들 손에서 새 운동화로 변해 있었다. 스스로 대견스러웠던지 깨끗이 빨아 온 운동화를 서로 들어 보이면서 아이들은 자랑스런 미소를 지었다.

미리 준비한 예쁜 쇼핑백에 운동화를 넣고 치수별로 박스에 넣었더니 여섯 박스나 됐다. 음료수도 세 박스를 샀다. 차에 운동화와 음료수를 싣고 가면서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나 역시 몹시 흐뭇한 마음이었다. 버려진 운동화가 사랑과 정성을 가득 지닌 채 새 주인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천애원으로 달려갔을 때, 원장님과 직원들,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장애자들이 기쁘게 맞아주었다. 같이 간 아이들의 표정에서도 기쁨과 보람이 교차함을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작은 것이지만 이웃을 배려하는 소중한 마음을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것이 여간 보람된 것이 아니었다. `집에 있는 운동화들을 또 모아봐?' 요즘도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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