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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외부강사 도입놓고 논란

“교사부족 해소” 장관, 기업직원 초빙 제안


독일은 몇 년 전부터 심한 교사 부족 현상에 고심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이 정년까지 근무하지 못하고 속속 조기 퇴직을 신청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현재 교사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훨씬 더 많은 보수를 주겠다며, 동독 지역이나 베를린 같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를 받고 있는 지역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방마다 교육정책이 독립된 독일에서는 각 주 마다 교사의 월급도 통일되지 않고 다르다.

이런 가운데 독일 교육부 장관 아네테 샤반은 교사부족현상을 타개할 대안을 내놓았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원을 외부강사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곳곳에서 ‘안 될 말’이라고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수당인 기민련 소속의 샤반 장관은 최근 일간 <빌트>지에서 “모든 기업에게 유능한 직원들을 학교 수업에 초빙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대기업 엔지니어나 사원이 학교에서 일주일에 두 시간씩 물리나 수학을 가르치게 하거나, 출판사 직원이나 사장이 독일어나 영어를 가르치게 하자는 것이다. 샤반 장관은 “이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외부 강사 도입 주장은 교사부족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심증이 있어 교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 문제는 최근 독일 유력 주간 <슈피겔>에 실린 교육경제연구 결과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일 대학자격시험인 아비투어에서 상위권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교사지원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연구보고서의 저자는 “인문계학교인 김나지움의 교사들만 대학자격시험성적이 평균이고, 나머지 실업계 학교나 초등학교 교사들의 성적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쓰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교육연구가들은 교사직에 적합하지 않은 학생들이 교사양성 과정에 지원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즉 젊은 교사 지원자들이 대부분이 너무 편하게 일하려 하고, 능력부족에다 금방 지쳐버린다는 평가다. 최근 수많은 교사가 조기 퇴직하는 현상 때문에 '교사 자질 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는 지적도 있다.

“대입성적으로 교사 자질 평가하나” 비난
교육계 “학교별 교육여건 차이가 더 문제”


이런 배경 때문에 샤반 장관이 이 연구 결과 염두에 두고 다른 분야에서 교사들을 끌어오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즉 샤반장관은 현 교사들의 자질 능력을 대학입학자격시험성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이 제안을 환영하는 이는 거의 아무도 없다. 기업들도 일선 교사들도 모두 이 제안에 회의적이다. 우선 독일고용주연합(BDA)은 수많은 기업들이 이미 학교와 협력하여 일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기업의 고용 인력들을 수업에 투입하는 것이 교사부족의 대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독일 자동차회사 다이믈러 대변인은 “우리 회사는 학교에 우리 회사 사원을 보내 학생들에게 직업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수업준비 시간과 학교까지 가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일주일에 두 시간씩 수업하러 가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독일 교육노조 위원장 대행 마리엔느 뎀머도 “학교에 가끔씩 오는 외부 인력들이 우리 교육콘셉트를 공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독일 교육부의 제안에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이런 연구결과를 일반화할 수 없다며 “대학 입학 자격시험 평균 성적으로 교사가 적성에 맞는지를 판단 할 수는 없다. 교사에겐 성적 말고도 다른 능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뎀머는 “인문계 고교에만 성적이 높은 교사들이 몰리는 현상은 현 독일교육구조에 문제가 있다. 인문계 고교 교사들의 보수가 높고, 학생들도 실업계학생들보다 상대하기가 훨씬 편하다. 실업계학교는 근무조건도 훨씬 나쁘고 보수도 낮다"며 현 교육구조실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교사노조인 필롤로기 연합은 교육부 장관의 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필롤로기 연합 의장 호르스트 귄터 클리칭은 “기업에 속한 사원에겐 학생과의 수업에 꼭 필요한 교육에 대한 소양이 부족하다. 전공 지식과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적 실제 상황은 다르다. 정식 교육을 받은 교사와 아닌 사람들의 차이가 크다는 것은 이미 경험을 통해 밝혀졌다. 따라서 기업 인력을 교사로 대체하는 것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에서도 샤반 장관의 제안을 비난하고 나섰다. 좌파당의 교육전문가 로즈마리 하인은 교육부의 제안이 ‘대안부재의 표현’이라고 지적하며, “샤반 장관은 교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자유민주당(FDP) 교육정책담당자 파트릭 마인하르트는 “우리는 회사 직원으로 대체할 단기 교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유능한 졸업생을 교사직으로 이끄는 것이 더 급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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