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월 23일 ‘학교체육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의 주요내용은 학교체육활성화를 위한 시책의 강구, 학생의 체력증진과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예산확보 및 학생건강 체력평가와 학교스포츠클럽 운영, 학생선수의 인권과 학습권 보장 등이다.
그러나 이 ‘학교체육법안’의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모순되는 점이 있어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즉, 학교체육진흥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 놓고 엘리트 선수 육성 등 우수선수를 배출하는 길 자체를 틀어막아 버렸다. 황당한 일이다.
김연아 선수는 2006년 3월 세계주니어 빙상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그해 가을 국제빙상연맹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또 다시 우승했다. 한국 빙상 100년 사상 세계대회 첫 우승의 쾌거였다. 2년여의 세월이 지난 후 금년 2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점수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황홀한 우승을 했다. 전 세계에 TV를 통해 중계됐고 경기가 열린 퍼시픽 콜리시움의 1만 5000여 관중 앞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또한 지난해 8월, 전 세계 205개국이 참가한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불모지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했던 수영에서 박태환 선수가 천금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수영이 올림픽에 도전한지 44년 만에 이룬 쾌거였으며, 아시아에서는 72년 만에 나온 자유형 금메달이었다. 이 모든 영광은 음지에서 꿈나무들을 발굴 육성해온 일선 학교체육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올림픽 성공의 텃밭은 학교체육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엘리트 스포츠가 그동안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한 긍정적인 평가는 고려치 않고 엘리트 선수 육성이 비교육적이기 때문에 학생선수들의 학습권과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학교체육법안’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체육인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물론 학생선수의 인권과 학습권은 당연히 보호 돼야 한다.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학생선수들이 학업을 소홀히 하고 대회에서 입상하기 위해 장기간의 합숙훈련을 하는 등 기형적 훈련 문화가 형성된 것은 체육특기자 제도 등 정부의 체육정책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운동선수들에게 최저학력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에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운동선수들도 공부해야 한다. 지ㆍ덕ㆍ체가 겸비된 전인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및 신체적, 정서적 발달을 위하여 학기 중 상시 “합숙훈련을 금지한다.”라는 학교체육법안 제10조 4항에 대하여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 초ㆍ중등학교 선수들의 무리한 합숙훈련으로 물의를 야기한 사례가 더러 있었으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결손수업에 대한 보충학습지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수준별지도로 선수들의 학력신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학교도 있기 때문에 모든 학교의 운동선수들에게 합숙훈련을 금지시키는 법안은 재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운동선수들이 정과수업을 모두 마치고 연습을 한다면 자기의 훈련일정을 충분히 소화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항상 운동시간이 부족하여 일반 학생보다 더 부지런히 생활해야하는 운동선수에게 합숙소를 폐쇄하고 합숙훈련을 금지하면 선수들은 어느 곳에서 어느 시간에 훈련을 해야 하는가.
물론 운동선수들이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엘리트 선수를 배출하는 창구인 학교체육의 합숙훈련까지 모두 막아버리면 우리나라의 엘리트 스포츠는 몰락의 길로 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이 법안대로 한다면 아마 10년 후 우리는 김연아, 박태환 같은 국민에게 환희와 감동을 주는 세계적인 스타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오늘날 엘리트 스포츠의 육성은 국가 정책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학교운동선수의 합숙훈련은 합숙훈련 계획의 사전 승인으로 시도교육감 책임 하에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조정했으면 한다.
한국의 스포츠는 우리민족이 고난 받을 때 민족혼을 일깨워 주었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피로감에 젖어 있는 국민들에게는 희망과 자신감을 되찾아 주었으며, 역동적인 에너지를 새롭게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전 세계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스포츠 활동을 더욱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초ㆍ중등학교의 합숙훈련을 금지하는 정부의 학교체육법안은 반드시 손질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