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학을 다닐 때 교사론(敎師論)을 배우면서 ‘진정한 교사’의 모습을 고민하던 기억이 요즘 새롭다.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의 학교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커지고, 더불어 교사의 역할 또한 더욱 중요해졌다.
교직은 성직(聖職)이라는 논리가 아니더라도 작금의 교육적 상황에서 교직자는 일반인과 분명히 달라야 한다. 새 정부 들어 교육상황이 급변한다. 수월성 교육 강화, 국제중 설립, 대학입시 자율화, 고교선택권 확대, 근현대사 역사 교과서 개정 논란, 영어교육 강화, 교원평가제 도입, 교원노조 가입자 수 공개 등 교육적 이슈가 숨 가쁘게 터진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여러 정책이 쏟아지지만 사교육은 더 극성이다. 교육당국도, 정책 담당자도, 학부모와 학생들, 심지어는 교사들까지도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교사만큼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교사가 흔들리면 학생이 흔들린다. 뿌리가 강한 사과나무처럼 교사는 어떤 힘에도 뽑히지 않는 존재여야 한다.
교육학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세상이 복잡하고 어수선할수록 교사의 역할은 커진다. 교수·학습 활동에 사용하는 교사들의 언어는 바로 그들 내면에 있는 의식의 표출이다. 교사에게 사욕이나 이기심이 있다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해악이 돌아간다. 우리는 과거에 교사들의 잘못된 말과 행동, 그러한 가치관에 따라 피해를 본 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중용(中庸)은 지나치거나 모자라지도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않은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거기에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라는 의미도 더해진다. 이성으로 욕망을 통제하고, 지식과 견문에 의하여 과대와 과소가 아닌 올바른 중간을 정하는 것을 이른다. 필자는 여기에 교사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오늘날과 같은 교육적 혼란시기에 교사의 역할은 스스로 중용을 실천하고, 학생들에게 ‘중(中)’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교사의 이기심으로 학생들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면 안 된다. 교사가 중용의 도리를 실천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따라올 리 없다. 그들은 ‘생각대로’ 하기보다 ‘보는 대로’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