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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업성취도 평가, 학습 극대화 이룬다

평가결과에 대한 분석 없이 이루어지는 교육정책은 정치적 산물이지 평가에 근거한 교육을 발전시키려는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교육은 인간의 행위를 변화시키는 목적적 행위다. 인간의 행위는 머리와 관련된 인지적 영역, 가슴과 관련된 정의적 영역 그리고 신체 활동과 관련된 심동적 영역으로 구분한다. 교육내용은 이 세 영역과 관련되어 있으며 세부 교육내용이 제시되고 목표가 설정되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교육이 이루어진다.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에 의한 교과 내용이 제시되어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교수·학습이 이루어진다. 교수·학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교구와 교재가 개발되고 학교 시설이 현대화 되며 이를 위하여 많은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잘 가르치고 배우게 하기 위하여 교사는 물론 학부모 그리고 교육행정가는 최선을 다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잘 가르치고 많이 배웠는가를 확인하는 작업은 교육에서 필요불가결한 작업으로 이를 교육평가라 한다. 타일러가 정의한 고전적 의미의 교육평가는 교육목표의 달성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이라 하였다. 그러나 교육의 활동과 범위가 넓어지면서 현대적 정의는 교육과 관련된 모든 것이 가치, 질, 양, 정도, 장점 등을 체계적으로 측정하여 판단하는 주관적 행위라 한다. 고전적 정의든 현대적 정의든 정의가 다소 다르더라도 교육평가의 근본 목적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배우게 하는데 있으며, 즉 교수·학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학습내용 중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 특성은 검사라는 간접적 도구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수행평가에 의하여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수행하는 정도를 평가할 수 있으나 평가자의 주관성 때문에 그래도 편리한 지필검사에 의존한다.

검사의 기능은 크게 교수적 기능, 상담적 기능, 행정적 기능으로 나눈다. 교수적 기능이란 검사의 예고 자체가 학습을 유도하며, 시험을 통하여 알지 못했던 내용을 알게 하고, 학생이 지니고 있는 잘못된 문제 해결 전략을 수정하며 나아가 잘 못된 인지구조를 변화시키는 기능을 말한다. 상담적 기능이란 학생에 대한 상담은 모든 자료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검사결과가 학생의 학업능력뿐 아니라 심리적 상태 그리고 개인 신상이나 가정환경의 변화 등을 예측할 수 있어 상담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적 기능이란 책무성 부여로서 상대적 서열에 의한 학교 평가, 나아가서 교사 평가 그리고 이에 따른 보상과 책임 부여 등을 들 수 있다. 검사의 세 가지 기능 중에 가장 중요한 기능이 교수적인 기능임에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책무성 기능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왔으며 상담적 기능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학생 개인을 존중하는 평가보다는 상대비교나 절대 기준에 의한 평가에 의존함으로서 개인차와 집단 간의 차에만 관심을 두어 왔지 어떻게 하면 개인차를 극복하고 집단 간의 교육격차를 감소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노력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가를 통하여 잘하고 있는 학생들은 더욱 잘하게 하고, 부족한 학생들의 원인을 발견하여 치유함으로서 교육격차를 감소시킴은 물론 기초학력 이하인 학생이 나타나지 않게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

최근에 와서 미국의 NCLB의 영향을 받아서 기초학력 미달학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학교 정보공개법이 제정되면서 학생의 학업능력평가 결과 공개 여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검사를 실시하고 난 후 평가결과에 대한 공개를 찬성하지 않는 이유는 검사의 세 가지 기능 중 교수적 기능보다는 행정적 기능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책무성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 않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평가결과가 공개될 때 지역 간, 계층 간 학력 격차가 밝혀지게 되면 상대적으로 우수하지 않은 집단이 갖는 심리적 부담과 부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교육적 부작용을 걱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지역과 계층 간의 교육격차가 밝혀진다면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은 물론 사회적 논란이 일어날 것이고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 할 학교와 선생님들의 책무성에 대한 논의도 일어날 것이다. 나아가 학부모들의 경제적 여유가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주었다면 이는 사회적 논쟁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논쟁이나 상대적 비교를 떠나서 학생들이 배운 내용 중에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를 가르친 선생님이나 배운 학생들 그리고 학부형들은 근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그 원인을 찾아 보다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 중 어느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바람직한 방법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

검사의 주요 기능인 교수적 기능을 강조하고 검사결과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하여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교수·학습 전략을 발전시키며 학생들을 위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평가결과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하여 우수교사 지원, 학교 특성화, 행·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학생들의 변화과정도 지속적으로 관찰하거나 측정하여 정책의 효과도 검증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분석 없이 이루어지는 교육정책은 정치적 산물이지 평가에 근거한 교육을 발전시키려는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교육평가의 개념과 방법이 하루가 멀다고 발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1950년대의 상대비교평가관에 젖어 있으며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행정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에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에 대한 공개 여부에 대한 논쟁보다는 평가결과를 어떻게 활용하여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신장시켜 국가 경쟁력을 고양시킬 수 있을까하는 보다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교수적 기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정부가 적극 수립하고 지원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학업성취도평가를 공개함에 있어 상대적 서열만 발표하지 말고, 교과별 교육목표와 그에 따른 준거, 그리고 학생들의 성취도 수준을 제시하며 해당 학교의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지원책도 제시하던가 아니면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런 교육평가의 기본 철학이나 노력 없이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만 공개한다면 많은 교육적 문제점만 노정시킬 뿐 아니라 교육평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고착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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