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마산과 창원지역 4개 초등학교 학생들이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조계사에 들렀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당시 현장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가 초등학생들을 유인하여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을 쓰게 하고, 그 내용과 학생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시켰다. 이는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초등학교 3~5학년생들의 동심을 유인하여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으로 비교육적이고 반윤리적 행위로 교육계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에서는 아이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동영상 제작자와 유포자를 찾아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 동영상을 처음 인터넷에 올린 조계사 농성단의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는 “문제의 동영상은 7월 23일 촬영된 것으로 농성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방명록 작성을 권유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초등학생들에게도 몇 마디 적도록 권해 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해당 학생 및 학부모 그리고 그 소속 학교의 선생님들은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어린 아이들까지도 현안에 대한 부정적이라는 여론 조성의 한 방법으로 시도되었겠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정략적 발상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어린 아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방명록에 욕설을 기록하게 하고 이 장면을 찍어 유포한 이면에는 어른들의 맹목적인 욕망이 담겨있다.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을 초코파이와 사탕 등으로 현혹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비난과 지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자기만의 도그마에 빠져 논의방법과 절차적 정당성을 소홀히 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아무렇게나 하게 하는 어른들은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 아니다. 또한 사회현상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태도로서는 온당하다고 할 수 없다. 설령 우리 아이들이 거친 말과 욕설을 습관적으로 한다고 해도 이를 적절하게 순화시켜 주는 등의 교육적 배려를 아끼지 않았어야 했다.
지난 번 미국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보인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의 유도에 이끌려 어린 학생들이 시위현장에 나와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욕설을 일삼던 모습을 보면서 교육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한 바 있다. 물론 아이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어서는 안 되지만 논리적 사고에 근거한 주장과 정제된 표현에 의한 의견 개진이 무시되고 있는 일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대통령에 대한 욕설 파문’은 우리 사회의 ‘뒤틀린 구조’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맹목적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과 행위가 절대 선이라는 맹목적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어른들의 어리석음이 담겨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불신과 비난만 확대되고 재생산될 뿐 근원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제공할 수 없을 것이다.
해맑은 모습으로 활기차게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을 어른들의 정략에 휩쓸리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쓰게 했을 뿐이라는 주장은 그저 공허할 뿐이다. 이번 사태는 왜곡된 시각으로 정략적 이해관계에만 집착함으로써 어린 아이들의 동심에 상처를 주었을 뿐 아니라, 해당 학부모와 학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였음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성인으로서 또는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른들의 왜곡된 사고방식과 가치관으로 상처를 입은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으로 그늘지거나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아울러 자신의 이해에만 집착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어른들의 맹목성도 없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