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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와 편수직제

교육의 ‘기본설계도’를 마련해서 국민성 형성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일은 정부의 여러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일이다.

요즘 갑자기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란 낯선 단어 하나가 등장했다.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란 문서는 보통 사람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존재이다. 그러나 이번에 독도 문제 표기로 인해서 이 문서가 갑자기 세상으로 튀어 나와 일반 국민에게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깊은 관심과 주목을 끌게 된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이미 지난 7월 1일, 발표한 ‘소학교 학습지도요령 사회과 해설서’에는 ‘러시아가 점거하고 있는 북방영토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다루어야 한다’는 표현이 들어 있었으나 우리 독도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14일 발표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사회과 해설서’에는 한걸음 나가 ‘독도를 이미 반환 요구하고 있는 북방 영토와 마찬가지로 다루어 일본의 영토, 영역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명기하고 나선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는 아이들을 학교에 수용해서 기초공통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리고 초·중등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하는 것을 학교가 임의로 결정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세계 공통적인 경향이다. 즉, 국가가 법령에 근거하여 교육목표와 내용, 방법, 평가의 기준을 정해서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국가수준 교육과정’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대개 ‘국가수준 교육과정’, ‘National Curriculum’, ‘교학표준’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일본은 이를 독특하게 60년 전 부터 ‘학습지도요령’이라고 불러오고 있다. 일본의 초·중등학교 국가수준 교육과정인 ‘학습지도요령’은 물론 일본의 학교교육법에 의거하여 문부과학대신이 정해서 공시하고 있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문서이다.

이 학습지도요령은 주기적으로 개정되었는데 지난 3월 28일, 공시한 ‘신학습지도요령’은 일본 정부가 만든 8번째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된다. 일본의 문부과학 대신은 이러한 교육과정과 교과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부내 ‘초등중등교육국’에 ‘교육과정과’와 ‘교과서과’를 설치하고 약 100여명에 가까운 교과 담당 전문직 공무원과 일반 행정직 공무원을 두고 있다.

이들 전문 관료들은 국가 목표와 사회적 요구, 학문과 문화의 발전, 학생의 필요와 국민의 요구 등을 조사하고, 계속적인 연구와 검토, 심의를 거쳐 일본의 기초교육에 가장 적합한 국가수준 교육과정, 즉 ‘학습지도요령’을 작성하여 주기적으로 개정 공시하고 이를 전국 각 학교에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학습지도요령은 각 학교 교육과정의 최소한의 간략한 가이드라인으로서 요강적(要綱的)·공통적·표준적 기준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래서 각 학교의 교육실천과 교과서 편찬과정 등에서 이 간략한 기준의 임의적 해석과 적용의 오류를 막고, 정확한 시행을 돕기 위하여 문부과학성은 좀더 알기 쉽게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인도하는 상세 지침의 성격을 지닌 교과별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라는 것을 펴내고 있는 것이다.

학습지도요령은 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용 등 3책으로 되어 있지만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각 교과별로 세분하여 작성되고 있다. 물론 이 해설서도 문부과학성의 각교과 담당 전문직이 맡아서 외부 연구진의 협력을 받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일본의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서’에 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정체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내용행정 부재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한 나라의 기초교육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일은 이번 일본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그 나라 교육의 ‘기본설계도’를 마련해서 국민성 형성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일이므로 정부의 여러 업무 중 가장 우선적이고 무거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비전문가라도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처럼 막중한 업무를 우리 정부의 교과부는 전연 소홀히 하고 방치하고 있다는 데 큰 문제가 있으며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과부는 무슨 이유인지 수년전부터 교육과정을 담당하는 편수국과 전문직을 거의 축소, 폐지해 버렸다.

현재는 전문직 8명이(필자가 편수관리관으로 재직 중이던 1994년 당시 60명 근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으로 편수행정이 거의 마비되고 황폐화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교육계는 물론 국민들은 이 같은 중대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번에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 기초교육의 핵심인 교육과정을 이렇게 방치하고 외면하고 있는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설계와 연구와 점검, 평가를 포함한 교육의 질 관리를 이처럼 내 던지고 우리 교육이 잘 되기를 바라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고 완전히 허구라는 것을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해설서에 그런 중요 사항이 제시되고 있는데 우리는 어디서, 누가 그런 지침을 분석, 연구하고 개선하고 대응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부끄럽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무서운 사실을 우리 국민 모두는 똑바로 인식해야 하며 정부에 그 시정을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도문제가 일본의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사라지게 하려면 주일대사의 소환이나 대통령, 외교부, 국회 등의 큰 목소리만으로는 절대 해결 될 수 없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뒤늦게나마 정부와 국민은 이 같은 사실을 철저히 인식하고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그리고 지금 바로 우리 교과부에 각 교과의 최정예 전문가를 공모채용해서 전문적이고 권위 있는 편수관으로 구성된 실력 있는 ‘편수국’을 즉각 다시 부활해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독도교육 문제 때문만이 아니고 남북 교육문제와 경제·안보·국력증강 등 우리의 미래, 생사 문제와 삶의 질 등 전반에 깊이 직결된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가 걸려 있는 초미의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이번 위기를 성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고 우리교육의 품질도 점차 향상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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