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이 정규교육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재교육의 대상자는 영재이고 목적은 이들이 보여주는 뛰어난 잠재력의 계발이다. 영재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5·31 교육개혁위원회의 대통령보고서(1995)는 그 제공 방법으로서 크게 두 가지를 제안한 바 있다. 하나는 학교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의 시행이며 또 하나는 별도 영재교육기관에서의 제공이다.
2000년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되고 동법에 근거해 2003년부터 공교육의 일환으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은 그동안 영재교육원이나 영재학급을 통하여 학교교육과정과 상관없이 제공함으로써 주로 후자의 방법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다양성과 개인차를 인정하기 보다는 모두가 똑같기를 추구하는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정규 수업시간에 드러내 놓고 제공하는 것보단 따로 조용히 제공하는 것이 보다 손쉬운 방법이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제 5년이 지난 지금 학교교육과 유리된 영재교육의 제공 방법을 재점검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 개인의 가치는 모두 똑같지만 그 능력과 흥미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영재교육이 다시 출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그러한 차이를 인정하는 일은 그렇게 두려운 일이 아니며, 실제로 공정한 방법으로도 이러한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교육정책은 보여주어야 한다.
영재교육은 특별한 소수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교육이 아니며 그렇게 진행되어서도 안 된다. 개인마다 다를 수 있는 교육적 필요를 그에 맞는 적합한 방식으로 제공해 준다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영재교육은 학습부진아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해 주는 것과 그 철학적 지향점이 동일하다. 학습부진아 교육이 교실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하듯이 영재교육도 마찬가지다. 학교 안에는 분명 영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이들의 교실 수업 시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의 교육과정을 제공하여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이스라엘, 싱가폴, 뉴질랜드 등 많은 나라들의 영재교육이 대부분 학교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록 핀란드나 스코틀랜드 등은 영재교육이라는 단어 사용을 꺼려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학습자 수준에 맞는 교육’의 기치 하에 영재들의 잠재력 계발을 돕는 교육을 학교에서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영재교육은 이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영재교육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된다면 영재교육의 실천방법은 이제는 학교 정규교육의 일환으로 그 중심축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주말이나 방과 후 별도 프로그램 형태의 영재교육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영재교육은 어디까지나 학교 영재교육에 대한 보충적 차원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영재교육이 계속해서 학교교육과 연계되지 않을 경우 여러 가지 태생적인 문제점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은 결국 아동의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한 투자이므로 가능한 한 포괄적으로 정의해 그 수혜의 기회를 넓혀주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별도의 기관에서 제공하는 경우 예산이나 교사수급, 교실 확보 등의 문제로 1%이상 확대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정규 수업시간의 문제를 해결하여 보다 많은 학생들이 능력에 맞는 잠재력 계발 기회를 갖도록 해 주어야 한다.
또 교육내용은 철저히 7차 교육과정 등 기본 교육과정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영재교육은 다른 어떤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본 학교교육과정의 내용을 뛰어남의 정도에 맞게 차별화 시켜주는 방향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교육과정 차별화 방법은 다음 단계 교육내용을 먼저 가게 열어주는 ‘속진’과 배운 내용에 사고의 깊이와 새로운 관점을 더하는 ‘심화’방법이 있다.
교육 영역에 있어서도 현재처럼 수학과 과학만 편중하여 제공하지 말고, 영재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연구력, 창의력 등이 성장할 수 있도록 언어·수학·과학·사회 등 기초 학문 영역을 학교에서 고루 교육받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영재교육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해결하기 어렵다.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은 일부 심리검사 등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학생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경험한 학교의 교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번 선발되었으면 계속 영재교육을 제공받게 하고 그 교육이 자신의 수준에 적절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그만 두면 되는 것이지 매년 영재인지 아닌지를 검사 받는 방식은 점차 지양해야 한다.
모든 교사는 당연히 영재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영재는 또래 아동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특별한 아동임에 틀림없지만 일반교사가 지도할 수 없는 그런 특수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교사는 대부분의 영재를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으며 단지 교사 양성 과정에서 이를 위한 특별 과정은 필요하다. 즉, 영재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영재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자극해 줄 수 있는 교수기법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영재의 요구에 민감하고 이들의 높은 성취수준을 위한 성실함이 필요하다.
학생의 다양성을 인정한 교육을 위해 세계가 모두 노력 하고 있는 지금, 획일적 교육의 풍토에서 우리나라 학교가 영재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방향 제시와 지원이 필요하다. 주말에만 또는 올해만 영재가 되는 이상한 일은 이제 점차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