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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교자율화의 과제

“국가주도의 하향식 교육개혁은 지방의 수동적 자세를 초래하였고, 형식주의에 사로잡힌 교육개혁은 학교현장의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데 실패했다”


오늘날 우리 교육은 국가와 사회의 선진화를 뒷받침해야 할 중대한 책임과 기대를 안고 있는 반면, 여러 가지 만성적인 장애요소들로 인하여 그와 같은 역할 수행에 심각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는 교육선진화의 방향으로 지방과 학교의 자율과 책무를 강조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하여 시장경쟁원리 적용의 확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기조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이며 이로 인한 교육행정과 학교현장의 혼선이 예상되기도 한다.

공교육의 위축과 사교육의 극성은 서로 맞물리며 우리 교육발전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다. 국제학력평가에서 우리 학생의 높은 성적이 학교의 성과인지 사교육의 성과인지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 학생들은 최고의 교육열과 최고의 사교육 지출, 최다의 학습시간 덕택으로 우수한 성취도를 보이고 있으나(적어도 15세에서는), 우리 학교교육이 과연 세계최고로 우수하고, 교사들이 세계최고로 잘 가르치며 교육체제가 세계 최고로 효율적이고 생산적인지 묻는다면 ‘예’라고 대답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PISA 결과에 의하면 우리 학생의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평가과목에 대한 태도는 조사국 중 최하위이며, 많은 부모들이 교육에 불만을 안고 어린 자녀들을 해외로 떠나보내고 있다. 우리 교육의 역설(paradox)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는 공교육 내실화를 비롯한 수많은 교육개혁안을 수립하고 추진해 왔으나 그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문제는 개혁의 내용보다 개혁을 추진하는 방법에 있다고 본다. 국가주도의 하향식 교육개혁은 지방의 수동적 자세를 초래하였고 형식주의에 사로잡힌 교육개혁은 학교현장의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데 실패했으며 오히려 개혁에 대한 반감을 누적시켜왔다. 성공의 메커니즘이 아닌 ‘실패의 메커니즘’이 교육개혁을 지배해 온 것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에서도 지방과 학교의 자율과 책무성 강화는 일관되게 강조되었으며 일부 실천이 이루어진 바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도 자율 및 책임의 실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에 필요한 조건도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자율과 책임이 구현되는 지방교육과 단위학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과 실천 전략의 공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분명한 사실은 인적자원만이 유일한 무기인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선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가와 사회의 선진화도 동력을 얻기 어려우며, 학교가 선진화되지 않으면 교육의 선진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학교의 성공은 교육의 성공을 의미한다. 학교의 성공이 가져오는 성과는 연쇄적, 누적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 유감스럽게 실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학교가 변하기 어렵다는 이런 저런 하소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변할 수 있다. 학교가 변하는가 못 변하는가의 여부는 일차적으로 학교장에게 달려 있다. 변화하려는 학교의 리더십은 변화지향적이어야 한다. 즉,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초점 맞추어진 리더십을 말한다. 변화를 설계하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며 변화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변화의 결과를 환류, 정착시키는 ‘변화지도자’(change leader)로서의 학교장의 역할이 요구된다.

학교의 자율화는 정치적 이념에 의해 좌우될 사항이 아니라, 학교가 지닌 잠재역량을 최대로 발휘하여 학교구성원이 최고의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 있어 본질적인 조건이다. 변화지향적 리더십은 자율과 책임이 부여된 학교에서만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위로부터 통제되고 수동적인 대응이 강요되는 학교에서는 변화지향보다 ‘관리중심’의 리더십이 현실적으로 긴요하게 된다. 관리중심 리더십은 변화보다는 현상유지에, 창조보다는 정형적인 일을 수행하는데 보다 효과적이다. 진정으로 우리 학교교육의 발전을 원한다면 학교경영의 자율과 책임은 최우선의 선행조건이다.

학교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학교의 운영이 ‘교육적으로 생산적, 효율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의 학습경험은 학습자에게 유의미하여야 한다. 학생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학습경험의 유의미성이다. 이를 위해 학교는 ‘열린’ 곳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다양한 가치와 관점, 사고방식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논의되며 학습자의 다양한 요구와 특성이 존중되는 곳이어야 한다.

많은 학교의 현실적 요구인 학업성취도의 향상은 학업시간 증가나 교수방법 개선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생들의 삶이 의미 있고 즐거울 때 학업에 대한 성취동기가 형성되고 촉진될 수 있다. 학교가 그들의 삶속에서 의미를 가질 때 학교는 비로소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학교가 수요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여기에 있다.

‘열린 학교가 될 것인가 닫힌 학교가 될 것인가?’ ‘열린 교육을 할 것인가 닫힌 교육을 할 것인가?’의 문제는 학교가 교육적으로 생산적, 효율적이 될 수 있는가를 좌우하는 관건이다. 이는 자율과 책임이 구현되는 학교에서만 온전히 이행될 수 있는 사항이다. 자율화된 학교, 책임 있는 교육의 모습에 대한 진정한 성찰과 신념 위에 정립되지 않은 학교자율화는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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