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마지막 예산 작품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냈다. 내년도 교육예산을 보는 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과연 참여정부가 ‘교육재원 GDP 6% 확보’ 공약의 이행의지를 보여주고 있는가 하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지난 6월 교육부가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방안’에서 밝혔던 ‘고등교육재원 1조원 확충분’이 어떻게 편성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참여정부가 교육재원 GDP 6% 확보 공약의 이행에 관심이 있었다면 정권 초기부터 교육예산 확충에 집중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교육예산 편성과정에서 교육재원 확충 공약은 참여정부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따라서 2008년도 예산에서 교육재원을 GDP 6% 수준으로 증액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공약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참여정부의 마지막 교육예산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참여정부가 잘 쓰는 표현대로 다음 정부에서도 교육재원 확충이 관성적으로 이뤄지도록 ‘대못질’ 한 번쯤 해주기를 내심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년도 교육예산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제도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내국세 교부율을 0.6% 포인트 인상한 것을 제도변화로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내국세 교부율이 늘어난 대신 유·초·중등 관련 국고보조사업이 교부금 사업으로 이양됐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교부금이 약간 증가했지만, 이양된 사업이 교육복지 관련 사업들이기 때문에 몇 년 지나지 않아 사업비 규모가 교부금 증가액을 상회할 것이다.
고등교육재원 1조원 확충은 참여정부의 유일한 교육재원 확충 실적이다. 그런데 대통령 보고에서는 고등교육재원 확충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교육예산 편성과정에서 안정적인 확보장치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했다. 더욱이, 2009년에는 고등교육재원 확충 규모를 2조원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므로 다음 정부가 이 약속을 이어받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고등교육재원의 안정적 확충 장치는 발견할 수 없다.
대신에 고등교육 관련 신규 사업의 잔칫상이 드러났다. 대략 파악한 고등교육 관련 신규 사업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결국 교육위원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기획예산처와 합의해 교육부 소관 예산으로 편성된 사업비가 무려 526억 원이나 삭감된 것이다.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신규 사업 잔치를 벌이다보니 사업과 사업 간의 중복이 불가피하게 나타났고, 사업 설계에 허점도 있었을 것이다.
대학 등록금 인상은 계속되고, 대학교육의 질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기획예산처가 고등교육 지원을 위해 배분한 예산마저 깎이는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행 고등교육재원 배분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현행 제도에 의하면, 고등교육재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신규 사업이 늘어나고, 대학들은 각종 사업비를 따기 위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확충된 재원이 신규 사업으로 투입된다면 사업간 중복이나 사업설계의 문제점을 피하기 어렵고, 국회에서 사업비를 삭감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결국 제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재원 확충이 대학교육의 질 제고로 이어지기 어려움을 알 수 있다.
‘고등교육사업비’가 아니라 ‘고등교육재원’을 늘려야 대학이 살아날 수 있다. 사업비가 곧 교육재원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감각으로는 많이 다르다. 사업비가 늘면 ‘사업’의 성과는 나타날지 몰라도 ‘교육’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학에 필요한 것은 ‘사업비’가 아니라, 자율적인 집행이 가능한 ‘교육재원’이다. 이것이 대학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공식(formula)에 의해 지원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내년도 교육예산에 대한 예결위 심의와 본회의 심의가 남아있다. 봉급교부금 제도와 증액교부금 제도를 포함한 지방교육재원 확충방안, 고등교육재원의 안정적 확충방안,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등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진지한 논의를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