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지나고 나니 출산휴가를 받아 잠시 학교를 떠난 선생님이 그리워 이렇듯 글을 써봅니다.
임신 중인 무거운 몸에 다리를 다쳐 출퇴근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수업에 지장이라도 있을까 서울 구로에서 분당까지 목발을 짚고 버스를 타고 다니신 교육적 열정에 뭐라 감사의 표현도 못한 채 “참 좋은 선생님이시구나!”라고 속으로만 생각만하다 막상 선생님이 떠난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 하나 가슴에 달아드리지 못해 안타깝고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책일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던 우리 개구쟁이 동연이가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 마자 뜬금없이 “엄마, 연탄길 사 주세요”라고 졸라대 이유를 물어보니 “학교에서 선생님이 연탄길이라는 책을 읽어주셨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라며 재차 졸라대더군요. 책을 사 오는 길에 본 동연이의 벅찬 모습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심어주신 선생님이 새삼스레 고마웠습니다.
알고보니 선생님은 ‘짝꿍아 고마워’라는 주제로, 감동 깊게 읽거나 재미있게 읽은 책을 매주 한권씩 짝꿍에게 빌려주어 읽게 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해 오셨더군요. 그 일이 있은 후 부터 우리 아이는 일요일 저녁이면 책장을 살피면서 진지하게 책을 고르고 어떤 때는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친구에게 먼저 빌려주기도 합니다.
어느 날인가, 친구가 추천한 책 목록을 노트에 가득 적어와 내게 책을 구해 달라며 졸라대어 사주면 몇 시간동안 독서 삼매경에 빠지기도 하더군요. 동연이의 독후감 노트에는 언제나 선생님의 칭찬과 격려가 있었고, 그런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동연이는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며 우쭐해합니다. 독후감 노트, 일기장, 시험지 오답 노트에 적힌 선생님의 애정 어린 글들을 보면서 남편과 나는 마음 한편으로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가끔 길에서 같은 반 엄마들을 만나면,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푸시는 담임 선생님의 모습에 다들 행복한 이야기들이 오고 간답니다.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아이에게도 많은 관심과 칭찬을 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반 친구들 역시 그 아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 왕따 없는 좋은 반이 되었다고 동연이는 늘 자랑입니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선생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을 때 “선생님 때문에 동연이가 너무 좋아졌어요. 책도 잘 읽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아요” 라고 하자 “저도 동연이 때문에 너무 행복해요”라는 선생님의 맑은 목소리에 가슴이 뭉클해졌답니다. 사랑과 열정으로 우리 아이들을 조금씩 밝게 만들어가는 선생님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직장일로 늘 바쁜 남편도 동연이의 행복한 학교생활에 놀라워하며 “나도 동연이 담임선생님처럼 훌륭한 선생님이 될 걸!”이라며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갖더군요.
선생님은 아기를 낳으러 출산 휴가를 떠나시면서도 아이들이 걱정되었는지, 아이들이 매일 진행해야 할 특별한 일들을 시간표로 만들어 주시고 가셨습니다.
선생님! 비록 이번 스승의 날에 진심어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리지는 못하였지만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마음로나마 가장 크고 아름다운 꽃을 선생님께 드렸답니다. 선생님들에 대해 일부 나쁜 이야기들이 있을지 몰라도 선생님같은 좋은 선생님들이 많다고 믿습니다.
선생님, 예쁘고 건강한 아이 낳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아이들 곁으로 오실 때까지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이 글을 권혜영 선생님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