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방송공사(EBS) 노조가 수정 합의안을 수용하면서 신임 사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일단락됐으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사태가 해결돼 내부 진통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BS 노조는 15일 오후 대의원 대회를 열고 기존 합의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선에서 마련한 수정 합의안을 통과시켜 사장 거부 투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구관서 사장과 추덕담 노조위원장이 10일 만나 작성한 합의서는 ▲구 사장이 1년간 경영에 나선 뒤 중간 평가를 받고 ▲사장 반대 투쟁 과정에 대해 일체의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으며 ▲사장 선임을 전후해 노조가 제기한 의혹 등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는 등 총 6개항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노조는 사과 관련 조항에서 '정중히'를 뺀 수정 합의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두 달간 이어져온 사장 거부 투쟁은 막을 내리게 됐지만 그동안 강력하게 구 사장의 용퇴를 주장하던 노조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합의에 나서는 과정에서 내부 의견 수렴과 공론화가 충분치 않아 내부 진통의 불씨를 남겼다.
팀장급이 전원 보직 사퇴하고 전체의 90%에 이르는 직원이 사장 반대 성명을 내놓아 사장 반대 투쟁이 전사적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구 사장과 추 위원장 사이에 합의문이 마련되자 EBS 노조는 격론을 거쳐 합의문을 이행키로 하고 대의원들을 설득하기로 했으나 14일 열린 대의원 대회에서 결국 합의안 수용은 부결됐다.
하지만 사장 반대 투쟁의 전면에 서던 노조가 합의문 이행 쪽으로 입장을 선회함에 따라 하루 만에 다시 열린 대의원 대회에서 수정 합의안을 마련해 재협상에 나서자는 의견이 우세해졌고 결국 기존 합의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의 수정 합의문이 통과됐다.
두 달간의 반대 투쟁을 마무리하면서 노조는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사장의 경영 성과에 대한 일상적인 견제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갑작스런 입장 변화로 사태를 마무리한 것을 놓고 분분해진 내부 의견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EBS 관계자는 "'투쟁에 진 것'이라는 자조적인 의견과 함께 내부의 불신과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의 출근 저지로 지금껏 외부에서 업무를 수행해오던 구 사장은 16일부터 정상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