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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분교를 지켜야 하는 이유

지난 2일 이른 아침, 나는 과학기술부에서 지원하는 과학앰버서더 특강을 위해 강원도 영월군에 소재한 옥동초등학교 조제분교로 출발했다. 버스에서 내려 영월터미널에서 조금 기다리니 조제분교에서 나오신 장용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장 선생님의 차를 타고 조제분교로 향했다. 산을 굽이굽이 돌아서 고씨동굴을 지나 분교로 향하는 길은 마치 영화 속 풍경 같았다.

조제분교는 1943년 인가되어 1948년 첫 졸업생을 낸 63년 전통의 학교지만 여느 시골마을처럼 학생들이 줄어들어 지금은 분교가 되었다. 이대로 학생이 늘지 않는다면 2009년에 폐교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작은 학교에는 선생님이 두 분 계시고, 학교에서 기능직으로 시설물을 관리하시는 기사님이 한 분 계신다. 학생은 아직 어린 막내 1학년 미선이, 한의사가 되겠다는 2학년 지연이와 3학년 승희, 그리고 축구선수가 되고자 하는 5학년 두현이, 의사가 꿈이라는 6학년 민정이와 경찰이 되겠다는 승명이 모두 6명이다.

가건물 식으로 지어진 교무실에 들어가서 선생님들과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11시부터 학생들에게 태양에너지의 이용과 과학자의 길, 그리고 과학의 원리 등을 설명했다. 강의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가지고 와서 같이 식사를 했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 아이들은 학년에 상관없이 운동장에서 ‘나이먹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조제분교는 강원도 영월 소재에 있으면서도 학생들은 대부분 경북 봉화의 우구치 마을 학생들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매일 경상북도에서 강원도로 등교하게 된다. 졸업하면 대부분 경북 봉화의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는데 초등학교는 강원도에서 다니고 중학교는 경북에서 다니는 꼴이 된다. 아이들의 집은 행정구역상 경상북도에 속해있지만, 실제로 학교에서는 ‘우리고장 영월’, ‘살기 좋은 강원도’를 배우는 해프닝도 생긴다.

학교에서는 강원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가 뒤범벅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아이들은 그저 한 가족처럼 꾸밈없이 지낸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장 선생님과 함께 조제분교를 떠나서 다시 영월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도심을 떠나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자녀 교육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분교의 존재 의미가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정부에서는 분교를 폐교하면 해당 분교에 지원금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 경비상의 문제로 폐교를 종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분교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 터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러한 분교를 폐교하는 것은 지금도 충분히 먼 거리를 통학하는 학생들에게 더 먼 거리를 다니게 하는 것이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보면 귀농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이 농촌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학교, 병원 등 최소한의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교육이라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이러한 교육을 실행하는 학교를 경제적인 논리로만 계산해서 타산이 맞지 않으면 없애버리고, 큰 도시에는 좋은 시설의 다른 학교를 세우는 것은 농·어·산촌 사람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빼앗아 가는 것이다. 또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 학교를 모두 없애버리면 내가 그날 보았던 멋진 풍경과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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