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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분교의 추억

몇 년 전 부구초등학교 삼당분교장 발령을 받았다. 멀리서 보이는 분교장은 참 아담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다가 낯선 사람이 나타나니 운동장 한구석으로 숨어버린다. 내가 새로 온 선생님이라는 것을 짐작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아이들은 숨어서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면서 나를 쳐다본다. 뭔가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긴 것이다. 영화의 한 장면이다. 아직도 이렇게 순진한 녀석들이 있단 말인가.

여름가뭄이 시작될 무렵, 아이들과 나는 학교 앞 개울에서 고기를 잡았다. 종아리로 흐르는 맑은 물, 물밑 뽀얀 모래에 물고기 그림자가 비춰 물고기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인다. “요건 버들치, 요건 피라미, 바위 밑 깊은 물엔 꺽지….” 물고기 종류도 많다.

잡은 물고기를 양동이에 담아서 학교로 다시 간다. 아이들에겐 학교가 놀이터이기도 하다. 민물고기 요리법은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물고기를 튀겨서 경태에게도 한입, 태성이에게도 한입, 얌얌얌. 고양이도 이렇게 물고기를 맛있게 먹지는 못할 것이다.

처음 물고기를 잡을 땐 무지막지하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것은 나의 실수였다. 아이들은 역시 자연을 사랑할 줄도 알고 적당히 이용할 줄도 안다. 작은 물고기는 놓아주고 필요한 만큼만 잡는다. 처음 보거나 귀한 물고기는 놓아주고 산란기 때엔 물고기를 잡지 않는 이런 요령을 아이들은 산골에 살면서 스스로 터득한 자연의 섭리일 듯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을 했다.
“얘들아, 물고기를 왜 놓아주니?”
“샘요, 그래야 내년도 또 잡지요. 자들이 거서 새끼를 많이 낳아야지요!”
“아!”
그 어떤 환경보호론자들의 강의보다 더 명쾌한 대답을 아이들에게서 들었다.

일년만에 분교를 떠나게 되었지만 순수함을 배웠고 참을성을 배웠고 자연을 배웠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물 흘러가듯 살라고 아이들이 내게 말하는 것 같다. 나의 담임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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