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원회는 최근 교사 근무평정에 학생․학부모 평가를 10%나 반영하되 초등교사 근무평정에는 학부모가, 그리고 중등교사 근무평정에는 학생이 참여하도록 한다는 승진제도 개선안을 제시해 교육계를 놀라게 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혁신위는 지난 11일 교사 근무평정에 학생․학부모의 평가결과를 반영하겠다던 당초의 계획에서 후퇴해 교사 근무평정에 교장(40%)과 교감(30%), 동료교사(30%)만을 참여하도록 해 학생․학부모의 교사평가 방안은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혁신위가 생각했던 학생․학부모의 교사평가 방안은 얼핏 보기에는 나름대로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즉, 자기자녀의 교육을 위임한 학부모는 학교와 교사가 자녀의 학습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으며, 학생들은 교육의 직접적인 수요자이고 교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때문에 교사평가에 참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방안은 중요한 다음 몇 가지 사항을 간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교사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평가자에게 교사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고 평가자가 평가할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평가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즉, 학부모나 학생의 교사평가 결과를 교사 근무평정에 반영하려면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갖고 있고, 교사평가에 대한 전문성과 관심도가 높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우리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점을 혁신위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M. Bridges는 의사결정에서 참여의 문제를 전문성과 적절성(이해관계나 관심)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이 이론을 교사평가에 적용해본다면 네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학부모나 학생들이 전문성과 적절성 수준이 높다면 이들을 교사평가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일정 비율의 점수를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이들이 전문성은 없으나 적절성이 높다면 이 경우에는 이들을 교사평가에 직접 참여시키기보다는 교사에 대한 만족도 정도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셋째, 이들이 전문성은 높으나 적절성이 낮은 경우에는 그들의 대표를 선출하게 하여 평가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이들이 전문성과 적절성이 모두 낮다면 이들을 평가 과정에 결코 참여시켜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학부모나 학생들을 교사 평가에 참여시키는 선진국의 경우에도 대부분은 교사에 대한 만족도 정도를 알아보고 이것을 교사 개개인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활용하는 수준이지 혁신위가 계획했던 안처럼 승진이나 보수결정에 영향을 주는 교사평가에 학생과 학부모를 참여시키고 그 결과를 반영하지는 않고 있다. 이것은 교사평가가 전문적 훈련을 통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활동이고, 학부모나 학생들이 교사평가에 대한 관심도가 개개인의 사정이나 여건에 따라 다양하며, 이들의 교사평가가 지극히 개인적 의견인 경우가 많고, 집단적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을 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이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교사평가 제도를 구안할 때엔 무엇보다도 평가의 목적은 무엇이고 어떤 평가준거를 적용할 것이며, 어떤 방법과 절차를 통해 평가하고 그 결과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도입하겠다는 교사 평가방안이 결과적으로 교육에서의 필수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교사의 권위만을 실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혁신위가 뒤늦게라도 처음생각을 철회한 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