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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작은 거인 쟈렛 마이니어

"쟈렛 마이니어. 11세. 어린이 병원에 입원한 어린 환자들에게 매주 1회씩 새 장난감을 나누어줌으로써 작은 행복감과 위안을 선사하는 중학생.

그 자신도 과거 암 진단을 받고 네 차례나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알지도 못하는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장난감 선물을 받고 기쁨과 위로를 받은 귀중한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1998년 여름 켄터키대학 암치료센터에서 `쟈렛의 기쁨마차'라는 장난감 보내기 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사업계획서를 병원 당국에 보내 승인을 받는 한편 장난감을 기증해줄 지역인사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은행에 구좌를 개설했습니다.

쟈렛은 수많은 지역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많은 독지가들의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그 결과 1만8000달러를 모을 수 있었고, 그 돈으로 구입한 장난감을 매주 여러 병원을 순회하며 투병 중인 어린 환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쟈렛 마이니어군에게 자원봉사 대상을 수여하고자 합니다"

지난 5월 8일. 미국 워싱턴 국제무역센터에서 개최된 제5회 美 중·고생 자원봉사대회는 미국이 세계 최대 강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까닭과 저력을 느끼게 해 주는 행사였다. 오랜 투병생활과 골수이식수술로 성장이 멈춰 키가 1미터를 조금 넘는 쟈렛 마이니어군이 연단에 올라서 자기의 프로그램을 지원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자 장내 600여명의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작년에 처음 개최된 우리 나라의 중·고생 자원봉사대회 (한국중등교장협의회와 한국 푸르텐셜 생명보험 공동 주최)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나는 국내 대회 대상 수상자 2명과 함께 미국 대회에 참석할 기회를 가졌다. 5월 6∼9일 계속된 이번 행사는 미국의 50개 州를 대표하는 104명의 학생에게 푸짐한 장학금을 주면서 시상하고 그들의 학부모와 지도교사들이
모여 그 동안의 경험과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미국은 범사회적으로 봉사활동을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작은 영웅'들을 길러냄으로써 전국민이 남을 돕는 자원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생활화하도록 하고 있었다.

국내 대회를 추진해 보았던 나로서는 이번 미국대회를 참관하면서 우리의 학생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몇 가지 느끼게 됐다. 우선 자원봉사활동의 생활화가 인성 교육의 지름길이며 공교육 붕괴를 예방하고 극복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원봉사활동은 도움을 받는 사람 못지 않게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삶의 활력과 의미를 제공한다. 마이니어군이 신체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열심히 그리고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된 것도 다 봉사활동의 효과라고 느꼈다.

학생들에게 이웃을 생각하고 돕는 체험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고 나아가 사회를 밝고 따뜻하게 가꾸는 일은 기본적인 교육과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생자원봉사 참가율을 크게 높이고 자발성과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모두가 힘써야 할 줄 믿는다. 미국의 경우, 중·고생의 약 70%가 1년에 62시간씩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국 전체 경제의 6%정도를 제3섹터인 자원봉사가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중·고생의 경우 65%가 지역 봉사에 참가하고 있기는 하나 1년에 26시간 정도만 활동하고 있고, 또 자발적이기보다는 의무적으로 시간만 채우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학생자원봉사를 활성화하려면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과 대상지를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일이 급선무다. 봉사활동은 노력봉사가 중심이지만 학생들이 가진 지식·기술·지혜의 봉사, 기부와 모금을 통한 금전 봉사, 혈액이나 장기 기증과 같은 봉사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영역에 걸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자원봉사에 대한 학부모와 사회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이번 미국 자원봉사대회에서 학부모와 지도교사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여러 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봉사활동에 대한 동기부여는 물론 활동 자체를 학부모와 교사들이 함께 하고 과거의 자원봉사 수상자와 청소년 지도자들이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아직도 자녀들에게 모범은커녕 `너는 공부만 해라. 봉사활동은 내가 대신하마'고 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학생들에게 무관심과 냉대로 일관하는 사람들이 많다. 21세기에는 청소년 봉사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 국민이 자원봉사를 생활화하여 물질적으로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선진국에 합류하는 꿈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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