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선비 정신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많이 갖고 있다. `선비 정신' 하면, 세계화 물결에 맞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인 것처럼 치부하는 경향이 짙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람들이 선비의 진면목과 정신을 모르면서 그 부정적인 면만을 들춰 내려는데 기인한다. 이를테면 `선비는 보수적이고 나약하며 공리공론적이다' 등으로 착각하고 매도하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 항목에 해당하는 자는 사실 선비가 아닌데도 이들을 선비로 알고 비판하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들은 선비가 아니고 사이비다. 밭에서 곡식보다 먼저 나서 자라는 잡초 중에 `가라지풀'이라는 게 있다. 공자는 이 풀을 사이비 선비로 비유했다.
참 선비 즉, 진사(眞士)·진유(眞儒)가 뭔지도 모르면서 이를 부정하는 것은 마치 가라지풀을 곡식으로 잘못 알고 매도하는 것과 같다. 선비 정신은 인의(仁義)와 지성(知性)과 존심양성(存心養性)이 잘 어우러진 인간 정신의 본원적 요체다. 선비는 군자요, 지성인이요, 신사요, 이상적 인간상이다.
선비는 잘 난 사람이 아니고 멋있는 사람이며, 지·덕·체를 겸비한 화랑도와 같은 전인적 인격자임과 동시에 야합하지 않고 화(和)를 추구하는 훌륭한 지도자다. 선비는 공사(公私)를 엄격히 구분하는 이성적 인격자요, 남을 다스리기 전에 자기 수양에 먼저 힘쓰는 사람이며 인(仁)과 예(禮)를 알고 실천하는 보통 사람이다.
이토록 숭고하고 자랑스런 우리의 선비 정신이 어쩌다가 세계화 바람에 휩쓸려 망각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몰골이 되었는지 실로 한탄을 금할 수가 없다. 과거 선비 정신이 살아 있던 시대에는 비인간화니 인간성 회복이니 하는 말조차 쓰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날 모든 계층에서 윤리 도덕의 실추, 수치심 결여, 양심의 부재 등 비인간화를 우려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으니, 도대체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이유는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우리의 선비 정신을 버렸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에서 인성 교육을 제1위로 강조한 지가 이미 오래인데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별로다. 우리는 인성 교육의 부진과 사회의 비인간화를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한국인의 긍지요 자존심인 선비 정신을 회복시켜 인간화 교육의 바탕으로 삼고 우리의 국민 정신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것만이 황폐된 국민 정신을 인간화로 정화하는 정도요, 첩경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나는 선비 정신을 스승상의 요건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공자가 살아야 세상이 바로 서고 선비 정신을 되살려야 한국 정신이 바로 잡힌다. 스승상의 재정립과 선비 정신의 회복 이것이 바로 교육도 살리고 우리가 세계 속의 일등 국민으로 가는 새 천년의 과제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