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시설직공무원, 학교건축가, 학부모 등 9명으로 구성된 선진학교 견학팀에 포함돼 일본 탐방을 다녀왔다.
동경 내외곽의 8개 신축 학교(소학교 5, 중학교 2, 고등학교 1)는 시설뿐 아니라 교육과정, 지역과 함께하는 시설 등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이들 학교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교실은 물론이고 교무실, 교장실까지 담을 낮추고 창을 크게 하여 어디서나 안의 모든 활동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소학교는 대부분 교실에 문이나 창문도 없고 칸막이 벽체가 전부다. 필요에 따라 커튼으로 차단하는 정도로 개별 교실이 되고 복도의 개념도 없이 공간을 활용한다. 그러면서도 전혀 옆 교실 수업에 지장이 없다고 학생과 교사들이 입을 모았다.
또 학교를 마을 중심에 두어 지역과의 연계가 용이토록 하고, 낡은 학교를 재건축할 때는 교육청, 지역대표, 학부모, 교육경력자로 개축위원회를 구성해 그 마을에서 가장 필요한 시설을 합의해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도서관은 낮에는 학생이, 저녁엔 주민이 주인이 되어 2교대로 돌아간다. 밤에는 불을 밝힌 체육관, 다목적강당에서 어른들이 운동을 하고 컴퓨터를 배우거나 지역문제를 회의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이런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협소한 장소, 공무원 퇴근 후면 문을 닫는 현실을 생각하면 학교를 중심으로 주민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운동장을 없애고 지하 수영장, 지역도서관, 유아원, 옥상 체육관까지 단일건물에 갖춘 도심형 학교, 민간 투자사업으로 보육시설과 노인시설, 학교를 함께 지어 수익창출이 가능토록 한 학교도 있었다.
학생체육에 대한 관심과 여건 또한 부러웠다. 초·중·고 모두 수영장과 실내체육관을 갖추고 있고 고교는 국기인 유도, 검도장까지 기본이라니 사회체육과 국민 건강을 위한 투자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가는 학교마다 체육관에서 많은 학생, 여러 학급이 동시에 다른 체육수업을 하는 걸 보니 운동을 기피하는 우리 아이들이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모든 학교에 주차장이 없다는 것도 놀라웠다. 교사나 방문 학부모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는 시의 방침인 것이다.
우수학교시설 선정위원으로 새 학교들을 심사하며 느껴지던 답답함이 일본의 선진시설 견학을 통해 비로소 방향을 찾은 느낌이었다. 신설 학교에서 점차 규모가 커지는 식당과 다목적강당 등이 마음에 걸렸는데 일본은 교실 배식을 주로 하고 식당은 식사예절 교육장소 정도로 예쁘고 작게 만드는 경향이었다. 또 자체급식을 줄이고 인근의 3,4개 학교가 공동급식센터를 운영해 공간과 인력을 줄이고 수업환경도 개선하고 있었다.
학교를 단지 학교로 보지 않고 최고 수준의 건물로 지어 지역의 거점이 되도록 하고 그 안에서 주민의 욕구와 문제점을 함께 해결하는 발상의 전환은 진정한 지역 사회에서의 학교의 역할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더 이상 미루고 주저할 일이 아니다. 교육을 통해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교육자치 실현’을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