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10년째를 맞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여전히 구성원들의 무관심과 이해부족으로 안착되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이 최근 전국 514개 초중고의 2004, 2005년 학교운영위원회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 위원의 경우 무투표로 선출한 학교가 전체의 76.6%(394개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선 실시 학교는 87개교, 학급대표를 통한 간선 실시 학교는 34개교에 그쳤다.
학교 측은 학부모 위원 정수와 후보자수가 동일했다는 이유를 들지만 구 의원은 학교측의 홍보부족과 의지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구 의원은 “학부모 위원 선출 공고 후 10일도 되지 않아 선출을 종료한 학교가 29%인 149개교에 달했고 심지어 3, 4일만에 선출한 학교도 상당수”라며 “후보가 위원 정수와 같더라도 찬반투표를 해 대표성을 부여받는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학운위원 투표에 참여하는 학부모도 적었다. 울산 A고의 경우 전체 직선으로 학부모 위원을 뽑았지만 겨우 89명만이 투표에 참여해 18명, 13명의 지지를 얻어 선출되는가 하면, 경기도 안산 B초는 6명의 학부모 위원이 6~8표를 얻어 당선됐다.
교원위원 선출 경쟁률도 1.22대 1에 불과했다. 위원 정수와 후보자수가 동일해 사실상 선출의 의미가 없는 학교가 399개교로 77.6%에 달했다. 이와 관련 구 의원은 “그나마 교직원회의에서 단수 직선으로 선출한 학교가 73.3%인 377개교에 그쳤고 나머지 학교는 2배수나 2배수 이상을 추천해 교장이 위촉하는 방식을 따라 대표성이 결여됐다”고 분석했다.
학운위 회의 운영도 홍보나 관심 부족으로 저조했다. 514개 학운위는 2년간 총 1만 9831건의 안건을 처리했는데, 이중 93.4%(1만8천518건)가 학교장의 제안에 의해 이뤄진 반면 구성비율이 가장 높은 학부모위원(40~50%)은 1.5%(294건), 지역위원은 0.65%(128건)에 그쳤다. 교장을 제외한 교원위원은 4.3%를 차지했다. 또 학교장을 제외한 교원위원, 학부모위원, 지역위원이 단 한 건도 제안하지 않은 학교는 72%(370개교)나 됐다.
이러다보니 회의도 형식적으로 전락했다. 514개 학운위의 회의 개최 횟수는 2004년 평균 5.8회, 2005년(12월까지의 실적) 평균 4.8회로 나타났고 연 4회 미만 개최 학교 수도 2004년 47개교, 2005년 123개교나 됐다.
514개 학운위는 회의당 3.6건의 안건을 처리했는데, 연간 10건 미만의 안건을 처리한 학교도 81개교나 됐다. 구 의원은 “학교 예결산, 교과용도서 및 교육자료, 교육과정 운영, 보충학습, 수련활동, 학교급식, 방학중 교육활동, 학교운영지원비, 학교발전기금, 학칙 개정 등 법에 명시된 심의 또는 자문 항목만 처리해도 10건 이상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생략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북 Y초는 2004년 학운위 처리 안건이 예산안 심의, 결산 및 1회 추경 심의, 학사운영, 2회 추경 심의까지 4건에 그쳤고, 경기 S중은 2004년 교육계획심의안, 2학기 교육계획 심의안만 처리해 단 2건 뿐이었다. 또 경기 S초도 놀이마당에 관한 자문, 개교 70주년 행사 자문, 6학년 교육여행에 관한 자문까지 3건에 그쳐 학교 일부 행사에 대해 물어보는 기구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