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주 '장고' 끝에 사학법 재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당초 여야 합의대로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논의가 일단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오는 7월 정식 발효 예정인 개정 사학법이 채 시행도 되기 전에 수술대에 오르는 셈이다.
사학법 개정에 반대해 한달 넘게 장외투쟁을 벌였던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로 인해 3월 하순께 앞당겨 열릴 임시국회에서 재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일단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나라당이 원하는 내용대로 사학법이 재개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우선 열린우리당은 개정 사학법 중 여야간 논란의 핵심이었던 개방형이사제(학교 구성원이 이사진 일부를 추천)를 한나라당이 여전히 거부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 재개정 논의 자체가 원점회귀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되, 개방형이사의 수나 추천기구의 성향, 추천 방식 등을 사학 재단이 정관에서 마음대로 규정할 수 있게 했다.
즉 사학재단 임의로 추천기구를 구성, 여기서 추천받은 개방형 이사 1명만을 이사회에 포함시키기만 해도 법 규정을 충족시키게 된다.
이에 대해 우리당 측은 "이사회가 '아군'으로 구성된 어용 추천기구를 만든 뒤 개방형이사를 추천케 하면 사학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전혀 견제를 받지않아 족벌체제 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개정 사학법의 또 다른 핵심인 재단 이사장 친인척의 교장임용 금지 조항을 없애고, 비리 사학에 파견되는 임시이사 파견 주체를 정부에서 법원으로 바꾼데 대해서도 우리당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 차는 지난해 말 양당이 협상기구까지 만들어 사학법 개정 조율을 시도할 때에도 무수히 노정됐을 만큼 양측의 시각 차는 극과 극에 가깝다.
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한나라당의 재개정안 발표 직후인 24일 전교조를 방문, "개정안을 고칠 수 없다는 우리당의 입장은 단호하다"고 한 것 역시 사학법 재개정의 험로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우리당이 물리력을 동원한 강행 처리라는 '강수'까지 썼던 법을 다시 고쳐 지지 세력으로부터 비난을 자초할 이유가 없는데다, 의석수에서 열세인 한나라당이 법안을 단독 통과시킬 힘이 없다는 점도 재개정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에 따라 4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재개정안을 상정할 경우 우리당은 상정 자체를 막지는 않겠지만 국회 교육위에서 논란과 공방을 되풀이하며 시간을 끄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같은 '지연 전략'은 우리당이 17대 국회 초반 사학법 개정안을 제출한 뒤 '과반 의석'의 위력을 과시하며 처리를 밀어붙일 당시 힘에서 밀린 한나라당이 1년반 가까이 사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