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다수 자치단체들이 학교급식 조례를 만들어 시행 중인 가운데 일부 기초단체가 해당 지역 농민이나 농협을 통해 농산물 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어 WTO 협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남 나주시의 경우 올해부터 농협과 계약을 맺고 친환경 쌀 등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관내 학교에 공급키로 했다.
우수 농산물을 학생들에게 공급한다는 취지로 실시하는 이 사업을 위해 나주시는 올해 12억원 가량의 예산을 수립했고 이 가운데 전남도의 지원금은 3억6천만원이다.
경북 안동시 학교급식심의위원회도 최근 안동지역 농민들과 쌀 공급 계약을 맺기로 하고 구체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안동시가 이 사업을 위해 확보해 놓은 올해 예산은 4억2천만원이며 이 가운데 경북도의 지원금은 3천300여 만원.
기초단체들의 이 같은 행위는 그러나 현행 WTO(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GPA)위반이라는 것이 외교통상부의 해석이다.
바로 광역단체의 지원금 때문이다.
현행 WTO 정부조달협정에 따르면 기초단체의 자체적인 농산물 구매행위는 협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중앙행정기관, 광역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받을 경우에는 협정이 적용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중앙행정기관이나 광역단체가 기초단체에 나눠 주는 지원금 총액이 20만 SDR(특별인출권. 약 3억2천만원) 미만이면 해당 기초단체가 국산 농산물을 우선 구매할 수 있게 돼 있다.
즉 경북도가 산하 기초단체들에 나눠 주는 학교급식 지원금 총액이 3억2천만원 미만이면 안동시 등 기초단체들은 마음대로 국산 농산물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것.
그러나 경북도가 올해 우수 농수축산물 구입 명목으로 수립한 도내 학교급식 지원금 예산은 5억6천여만에 달하고 전남도 또한 나주시 한 곳에 지원한 금액만으로도 WTO 정부조달협정의 기준을 초과한 상태다.
따라서 나주시와 안동시의 경우 외국산 농산물을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 WTO 정부조달협정을 위반하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해당 기초단체는 광역단체의 지원금 만큼은 국제 입찰을 통해 농산물을 구매하는 데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 외교통상부의 설명이다.
현재 WTO 정부조달협정에는 미국과 일본, 유럽 다수 국가 등 모두 37개국이 가입해 있어서 특히 쌀이나 옥수수, 쇠고기 등의 품목을 놓고 미국 등이 문제를 제기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중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농축산물 생산 대국이 아직 협정에 가입하지 않아 그나마 덜할지는 모르지만 기초단체의 이 같은 행위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 관계자는 "앞으로 일선 시.군과 협의해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