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6일 사학법 개정안 강행처리에 반발해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한데 맞서 열린우리당은 등원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등 정국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장외투쟁 나흘째를 맞아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촛불시위를 겸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사학법 전면 백지화를 주장한 반면, 우리당은 폭설피해 등 민생현안 처리를 위한 조속한 등원을 거듭 촉구했다.
정국 경색이 지속되면서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와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우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 형식으로 파행 운영되는 등 임시국회는 사실상 닷새째 공전했다.
그러나 양당간 임시국회 정상화를 위한 물밑교섭 움직임이 감지되고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날 집회를 계기로 장외투쟁 지속 여부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이번 주말이 교착 정국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사학 및 학부모단체를 포함해 1만5천여명이 참석한 장외집회에서 사학법 원천무효와 함께 현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대표는 규탄사에서 "이 정권이 나라를 망치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마저 망치려 하고 있다"면서 "현 정권은 나라를 사랑하는 정권이 아니라 나라를 무너뜨리는 정권이며 한나라당은 이 투쟁의 맨 앞에 서고 모든 것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 겸 원내대표는 "호남지역 폭설피해가 커 농심이 피멍들고 있는 만큼 국회가 나서서 한다"면서 "전면적인 국회 활성화가 어렵다면 폭설피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농해수위와 예결위, 재경위만이라도 열 것을 제안한다"며 박 대표를 직접 압박했다.
정 의장은 이날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대주교를 예방, 사학법 개정 필요성을 적극 설명하고 지지를 당부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번 주말 그동안의 투쟁상황을 중간점검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오늘 행사가 가장 중요해 분수령의 의미가 있다"면서 "오늘 행사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당 지도부가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서 국회의장 사과를 전제로 내주 일단 등원하고 사학법 헌법소원 등은 등원후 추진하자는 이른바 분리대응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말 의원 개인별로 지방에서 사학법 의정보고회를 갖고 19일 부산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한나라당은 이날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실 점거농성을 닷새째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