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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수첩> '오빠'를 좇는 아이들

쉬는 시간이었다. 여자아이들 몇이서 무언가를 놓고 웅성거렸다. 언뜻 보니 무슨 쪽지를 꺼내 놓고 각자의 다이어리에 옮겨 적고 있었다. 나는 그 내용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물론 한 순간은 `틈만 나면 코딱지 만한 운동장에서 시작종이 쳐도 들어올 줄 모르고 공만 차대는 사내 녀석들보다는 낫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그 쪽지의 정체를 알아냈다.

앞장엔 머리에 노랑물을 들인 긴 검정 코트를 입은 다섯 명의 오빠들(?)이 계단에 한 줄로 서 있는 사진이, 그리고 뒷장에는 그들이 부른 노랫말들이 가득 적혀있는 엽서 만한 쪽지였다. 아이들이 적어놓은 그 노랫말이란 이런 거였다.

오늘 하루쯤은 쉬어도 돼...하룻밤 논다고 어떻게 돼...달콤한 와인에 목을 촉촉하게...우린 즐겨야 해.... 시골 작은 학교의 5학년 아이들. 한 학년 올랐다고 바짓가랑이에 흙도 안 묻히는 이 아이들은 요즘 인기가요 순위에 관심이 많다. "그게 뭐가 좋으냐"라고 물으면 "재미있잖아요"라며 이구동성이다. "뭐가 재미있어?"라는 물음에는 아무 반응이 없다.

그러다가 "그렇다면 좋지 않은 점은 없을까?"라고 하면 아이들은 "글쎄요"라며 눈동자를 굴린다. 참으로 감성적인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인기가수의 일거수 일투족이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건 커다란 문제다. 영상은 빠르고 전자음향은 말초적이다.

그들의 캐릭터가 아이들의 학용품과 일상용품을 지배한다. 아이들의 정서를 해치는 가사는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은 늘 몇 시 프로그램을 빠뜨리지 않으려고 텔레비젼 앞에서 안달이다. 그 프로그램에 맞춰서 다른 일들이 진행되거나 단절된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그런 때가 있는 거지' `그러다 말 거야'라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때면 이렇게 묻고 싶다. `그럼 지나가 버린 그 때,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은 어디서 다시 찾을 수 있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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