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퇴출을 전제로 한 부적격 교원의 범위를 ①성적 조작, 성범죄, 촌지 등 금품 수수등에 의한 도덕적·윤리적 문제 교원 ②민·형사상, 행정상 중대 비리·범법 행위 교원 ③약물, 알코올 중독, 정신 장애 과도한 폐쇄 성향, 고질적 신체 질환 등으로 직무 수행이 곤란한 자를 제시했다. 이들 요건에 해당하는 교사들은 교단을 지키며 계속 교육자로서 교직에 봉사하는 것이 부적합하므로 교직을 떠나도록 조치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인 것 같다.
그러나 이 대책안의 시행에 앞서 우선 몇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 위에 예시한 부적격 교원의 범위 요건이 결과 위주이며, 이러한 결과가 오직 교원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정하고 대처하고자 하는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부적격 교사의 범위를 명시한 세가지 요건 중 3번에만 한정시켜 논평하고자 한다.
심리학에서는 인간 행동의 원인을 개인적 특성, 환경 특성, 그리고 개인적 특성과 환경간의 상호작용 효과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석한다. 이들 간에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다. 인과관계란 원인 없이 결과가 나타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나는 3번 요건을 결과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근원, 즉 교직 환경 특성을 분석해볼 때 과연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책임이 없는가. 3번의 요건을 결과로 보고 관련 당사자를 피해자로 해석한다면 가해자는 누구인가.
10년, 20년, 30년 동안 교직에 봉직해 오면서 자의 반 타의 반 교사가 경험했던 과로, 피로, 직무 불만족, 사기 저하, 직무 스트레스와 탈진에 따른 심리적․신체적 질환과 갈등을 건실하게 해소하고 위로하고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한 배려와 대책이 교육계에서 언제 시행된 적이 있었는가.
법원은 상사의 질책 때문에 발생한 정신 질환 또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이나 자살을 산업재해로, 만성피로 증후군도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라고 인정했다. 사업주는 직장인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에 따른 건강 장해에 관한 예방조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부의 지침이다. 이와 같은 법원 판례와 노동부 지침에서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과연 자유로운가. 나는 교육계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고 본다.
제2, 제3의 부적격 교사 발생을 예방하는 데에는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따라서 교육부는 교직에 진출할 당시에는 적격교사였으나 어떤 원인, 과정, 결과로 부적격 교사가 되었는가를 연구해 부적격 교사가 양산되는 것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원인 진단 없이 결과만으로 재단하고 처리하는 것은 당근은 없고 채찍만으로 교원 인사관리를 하겠다는 균형감각을 상실한 해법이다.
OECD는 우수한 인적 자원이 한국의 교직에 진출하고 있지만 재직하는 동안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바로 이 점이 부적격 교사 양산을 조장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방학마다 실시되는 교원 연수는 전적으로 학생에 대한 학습지도 역량을 강화시키는 연수로만 진행되고 교사 자신의 정신·신체 건강 증진을 위한 연수는 빠져있다.
이제 연수 방식은 학생을 위한 연수와 교사를 위한 연수로 확대, 개편되어야 하며 동시에 교장, 교감, 장학사 등 관리직 연수 내용도 현대 감각에 맞게 실질적인 내용 위주로 확대, 개편되어야 한다. 오로지 학생만을 위한 현행 연수 체제로는 부적격 교사의 양산을 예방하거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초·중등 교사가 심각한 직무 스트레스나 탈진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의 교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구미 국가에서는 NEA, ILO 등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이 치료․예방 대책 수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육부가 추진해 온 교원 정년 단축, 교사 평가론, 부적격 교원 대책의 기저는 ‘교육 흔들기’였다. 부적격 교사 대책안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교원의 자질 개발과 복지 대책이 포함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