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부적격교원대책’을 입법예고하면서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교원단체들은 ‘합의 없이 입법예고할 수 있느냐’고 따졌고, 학부모 단체는 ‘언어폭력이나 신체폭행을 가한 교사는 왜 부적격 교원에서 제외했느냐’고 따졌지만, 문제의 본질에서는 이견이 큰 듯하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입법예고한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점’에 대해 사과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부모 단체에서 주장하는 부분, 즉 교사의 폭력문제가 이견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언어․신체적 폭력을 가한 교사를 부적격 교원의 범주에 포함시켜 교단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이견이 첨예하다.
학교에서 학생에 대한 폭력이 있을 수 없으나 학부모단체에서는 폭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꾸준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교육당국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을 부적격교원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폭력과 체벌의 구별이 애매하다는 데에 있다. 이들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폭력’은 ‘난폭한 힘’으로 설명되어 지고, 다시 ‘난폭’은 ‘몹시 거칠고 사나움’으로 설명되어 있으며, 체벌은 ‘몸에 직접 고통을 주는 벌’로 설명돼 있다. 이렇듯 사전적 의미로만 볼 때는 최소한 학교에서의 폭력은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할 것이다. 학생을 교육하는 교사가 ‘난폭한 힘’즉 ‘몹시 거칠고 사납게’ 학생을 지도한다는 것에 쉽게 수긍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체벌을 가했다고 할 때, 학생이 수긍하면 교육적인 체벌이 되겠지만, 학생이 수긍하지 않으면 폭력으로 비화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일례로 A, B 두 교사가 똑같은 체벌을 가했을 경우, A교사는 체벌이 되고 B교사는 폭력이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부적격교원의 범주에 폭력이 포함된다면 B교사만 퇴출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폭력과 체벌은 구분이 어렵다. 그렇다고 체벌을 완전히 금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교사들도 체벌을 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체벌을 가해야 하는 경우가 꼭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 왜 체벌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이유이다.
부적격 교원대책과 관계없이 이미 일선 학교와 교육당국에서는 폭력을 금하고, 체벌근절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시내 모든 초․중․고교에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2006학년도에는 이와 관련한 시범학교 운영이 계획돼 있어 체벌 없는 학교가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상태이다.
서울의 일부 고교에서는 체벌을 없애기 위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생활지도 방안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사안 관련 학생을 상시지도 하되, 정도가 지나친 경우는 ‘푸른교실’을 별도로 개설해 여기에 입교시켜 지도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 고교 외에도 대부분의 중․고교에서는 ‘학생체벌조정위원회’나 ‘생활지도위원회’, ‘학교분쟁조정위원회’ 등을 설치해 체벌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즉 체벌과 관련된 제반 고충의 처리, 체벌 없는 교육풍토 조성을 위한 학생 지도방법의 연구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위원으로는 교사 학부모, 학생대표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듯 체벌을 금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서 폭력을 부적격 교원의 범주에 포함시킬 경우 학교 스스로의 자정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학교교육력제고를위한협의회’에서 잠정적으로 협의한 ‘폭력문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것과 ‘폭력문제는 부적격 교원 대책과는 별도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하겠다.
학교 내에서의 폭력과 체벌은 근절돼야 한다. 다만 학교 스스로 이를 근절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무조건 부적격 교원으로 분류한다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체벌인지 폭력인지는 양심 있는 모든 교사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모두 태우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