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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교육자의 사죄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7월 경북 ㅊ군 ㅅ면의 산언덕에 위치한 한센인의 정착촌 안에서 ‘편견과 차별을 넘어 하나로’란 주제 아래 지역공동체 토론회를 가진바 있다. 초청장 명부에는 도 단위 기관장도 있었고, 군의 각 기관장은 물론 초·중등 학교장 모두가 초청되었다.

토론회장에는 인권위 관계자와 초청인사, 지역 한센인으로 가득했다. 함께 토론회를 가진다는 것부터 나 자신도 흥분되고 무엇을 얻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그러나 초청 기관장 몇 분이 상투적인 인사말만 하고 바쁜 걸음으로 빠져나가는 권위적인 악습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떠나는 그분들이 적극 참여해야할 자리인데 말이다.

정착촌 대표 패널이 원한에 찬 삶과 주변인들의 편견과 몰지각한 행동으로 받은 상처를 토로할 때는 미안함과 울분이 함께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대구의 개구리소년 사건 후 언론에서 받은 상처가 그들을 너무나도 아프게 했음을 알 수 있었고, 풀리지 않은 원한의 그림자와 명예회복을 받겠다는 의지가 생생히 엿보였다.

마지막 패널인 전국 한센인 대표의 열변은 우리 교직자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죄송한 마음을 금치 못하게 했다.

그는 사전에도 없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미감아’란 단어를 누가 만들었는가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한센인 2세에게 ‘미감아’란 굴레를 덮어 씌워 통합교육을 받고 싶은 아동을 분교를 만들어 가두어두고, 일반학교에 다니는 소수의 아동은 눈총과 멸시 속에 멍든 가슴을 안고 살게 했다고 소리칠 때 장내는 숙연했다. 그는 “그 많은 미감아들 중에 한센인이 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장내가 떠나 갈 듯 크게 소리쳤다.

순간 내가 죄를 지은 것 같은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엄습했다. ‘미감아’란 말의 뜻이나 담임을 맡은 교사에게 주는 혜택으로 보아 막연히 그 아이들이 퍽 위험하다고 생각해온 무지가 탄로난 순간이었다.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한 후 자유토론 시간에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먼저 교직자로서 사과를 드립니다. 60년 후반 교육 현장 들어서면서 미감아란 말을 들었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사용했습니다. 당시 그 아이들을 맡은 담임에게는 금전적으로 수당을 주고 승진에서 점수를 보태주었기 때문에 서로 맡으려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모님과 그 어린이들의 아픔을 걱정하는 동료는 듣거나 보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용어로 보나 그런 큰 혜택을 주는 것으로 봐서 그 아이들이 한센인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는가 하는 무식한 의심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 그런 내용을 바르게 이해시켜줄 프로그램도 없었습니다. 그들 중 한 사람도 한센인이 된 사실이 없었다는 다행함과 저의 우둔함을 일깨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랜 세월에 일찍 깨닫지 못함을 사죄합니다.”

그것으로 그네들의 상처를 모두 씻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말을 교육자의 입을 통해 들어보기는 처음일지 모른다고 자위하며 그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회가 끝날 무렵 뒤를 돌아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 갔는지 교육자들이 앉았던 자리가 빈곳이 너무 많았다. 설상가상이라 했던가. 토론회가 끝나고 만찬회를 안내 받았으나 그나마 남은 교장선생님들은 집으로 갈 채비를 했고 나 자신도 먼 길을 가기로 한 선약이 있었다.

함께 대화하며 만찬을 하지 못한, ‘언행일치’의 선비정신을 실천하지 못한 죄스러움이 들었다. 교육자답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고 교직자의 잘못을 한 가지 더 보태는 날이라는 씁쓸한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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