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들의 슬로건은 자나 깨나 애들 생각! 앉으나 서나 교재연구에요.” 새로 옮긴 학교의 바로 옆자리에게 나는 그렇게 넉살 좋게 출근 첫날을 시작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 우리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기에 새로운 담임에게 호감을 보이려나 싶었으나 내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선생님! 작년이 그리워요. 선생님 보고 싶어서 어째요?”
한 아이가 담임인 나는 뒤로 하고 작년 담임인 박세현 선생님에게 사모의 정을 한없이 쏟아놓고 있었다. ‘얼마나 인기가 많은 선생님이기에 작년 아이들이 떼거리로 몰려와서 저러나?’
“선생님, 우리 가정방문 할래요? 아이들과 부모님을 충분히 이해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제가 매년 하는 건데 학부모와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저도 아이들의 장점과 힘든 점들을 두루 알 수 있어서 학급 운영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옆에서 보니 박 선생님은 먼저 가정방문 희망통신문을 작성하면서 부모님들에게 절대로 부담을 드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넣고 계셨다. 그리고 희망하는 아이별로 일정을 짜고 다녀와서는 학생에 관해 중요한 점, 칭찬할 점을 꼭 메모해서 다음날 아침 조회시간에 부모님과 학생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한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다시 내려서 30분을 더 걸어가서 방문한 가정의 힘든 모습을 보며 학부모와 아이와 선생님이 모두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가슴이 아팠다. 학생이 무사히 졸업이라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단체를 알아봐야겠다는 박 선생님을 보면서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존경심을 어찌할 수 없었다.
일요일이면 장애인을 돌보는 박 선생님을 보고 우리는 청소년 자원봉사동아리 ‘어깨동무’를 창단하기로 했다. 제자들과 함께 장애인을 도와 문화재 탐방, 독도사랑 캠페인 활동을 하는 박 선생님은 함께 살아가는 예쁜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