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개정안의 6월 처리가 불투명하다. 자칫 지난해처럼 여야의 끝없는 이념, 철학 논쟁으로 교육위가 파행 속에 빠져 교육관련 민생 법안이 사장될 조짐이다.
14, 15, 16일 예정된 전체회의 일정과 공청회까지 무산시키며 사학법 처리 논쟁을 벌인 여야는 한나라당이 “16일 특위에서 사학법에 대한 개정안을 만들어 1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타협을 위해 무제한 끝장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해 반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교육선진화특위(위원장 임태희)가 16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비리사학에 한정해 학운위 등이 추천하는 공영이사를 도입키로 하자 열우당 교육위원들은 물론 사학 측도 즉각 반발하고 나서 사태는 더욱 꼬일 전망이다.
특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사학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견하는 현행 임시이사 제도를 학교 운영 관계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공영이사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학교 운영 관계자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쓴 것은 특위 내부에서 학운위 추천 방식을 일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영이사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아울러 특위는 “외부감사 2명 가운데 1명을 일정자격 요건을 갖춘 자중 학운위 등이 추천해 이사회가 선임하는 공영감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립형 사학을 대폭 허용하도록 법과 제도정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위는 “박근혜 대표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으며 의총의 추인을 거쳐 당론으로 확정할 것”이라며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은 실무작업 중이며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열우당 교육위원들은 이 같은 공영이사제 도입에 대해 “한나라당은 비리사학의 방패막이인가”라며 일축했다.
16일 오후 4시 열우당 교육위원들은 공동성명서를 내고 “표현상 공영이사, 공영감사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공영이사는 비리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에마저 학교 운영 관계자들이 이사선택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아직 시범운영 평가도 안 끝난 자립형사립고를 확대한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이며 비리사학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은 비리사학의 파수꾼 역할을 중지하고 17일 예정된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사학법 개정안을 진지하게 토론하고 사학법 처리 일정을 확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사학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이사의 3분의 1을 학운위 추천으로 채우려는 열우당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학측도 특위가 마련한 공영이사․감사에 대해 반대한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 관계자는 “현행법상 임시이사 파견 정도의 비리가 있는 사학에 대해 공영이사를 도입하는 것이면 몰라도 문제사학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씀으로써 경미한 사안이 있거나 단순히 일부 교사, 학생,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한 사학 모두에 공영이사제가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임원선임은 이사회가 하는 게 사학의 근본원칙이라는 점에서 학운위 등이 추천하는 공영감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아직 특위안이 당론이 아닌 만큼 지켜 본 후에 전체 사학의 공식적인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7일 예정된 법안심사소위의 사학법 ‘끝장토론’에 기대를 거는 의원은 없다. 소위의 한 의원은 “하루 만에 이견이 좁혀지겠나. 협의 하자마자 말도 안 된다며 바로 결렬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열우당 정봉주 의원측은 “소위에서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표결처리를 우선 요구할 것이고 그도 안 되면 본회의 직권상정을 시도할 도리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혀 파행 국회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