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대학입학 제도를 비롯한 교육정책 근간을 놓고 정책과 철학의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실상 모든 유권자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교육정책을 놓고 벌이고 있는 여야의 대립은 정책적 차별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으나, 교육을 볼모로 한 정치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살만하다.
열린우리당은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등 3가지 제도는 절대 시행해서는 안된다는 '3불(不)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학교간 격차를 인정않는 학생들만의 경쟁 ▲수능.내신 이중고 ▲잦은 입시제도 변경과 정부규제 등 3가지가 없도록 하겠다는 '3무(無)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3불 정책' 유지 여부를 놓고 교육부와 서울대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 정치권으로 고스란히 옮겨온 셈이다.
특히 경제정책, 남북문제 등에 있어서 여야간 노선 차이가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양측간 이념과 철학의 차이가 교육정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6월 임시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과 함께 대입정책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와 여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13일 "공교육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된다"며 '3불 정책'의 유지를 강조한 것처럼 '3불 정책'을 보통.평등교육이라는 공교육의 기본 틀과 직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는 19일 고려대 교육대학원 초청 특강에서 '3불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한나라당측이 본고사 부활과 고교등급제 실시를 주장하고 기여입학제도를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무책임하게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본고사 부활은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비 증대를 초래하고 고교등급제는 선배들의 성적에 의해 학력을 평가받는 변형된 연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여입학제는 혜택이 일부 명문대에 집중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 소속인 우리당 정봉주(鄭鳳株) 의원도 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 "3불 정책은 우리 교육과 대학의 사회에 대한 책무를 고려해서 나온 최소한의 합의"라며 "내신 중심의 현행 선발제도 역시 세밀하게 보면 서울대 등 일류대학에서 요구하는 변별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궁극적으로 정부의 과도한 간섭은 줄이면서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학교교육의 내실은 최대한 다지는 방향이 돼야 한다며 '3무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이주호(李周浩) 제5정조위원장은 '3무 정책' 실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고교 종합평가제 도입, 자격시험(고교 1학년)과 별도의 과목별 고사(고교 2-3학년)를 통한 수능시험 이원화, 최소한의 규제사항만 법제화 등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2012학년도부터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완전히 부여하고, 현재 금지된 기여입학금제 및 본고사를 허용하며, 고교등급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 대입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정세균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대입정책을 "무책임한 정치적 접근"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한나라당이 입장은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학교 교육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본고사 부활 등만 부각시켜 몰아붙이는 여당의 자세야말로 정치적 플레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