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지난 1월3일 금년도 민·관 합동시무식에서 교육부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켜 교육, 훈련, 문화, 관광, 과학, 정보 등 인력개발정책을 종합 관장케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교육부총리제도의 도입은 그 당위성에 비추어 환영해마지 않지만 과연 그 취지가 잘 구현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지금까지 교육과 관련이 있는 부처들간에는 기능이 중복되거나 갈등이 노출된 사례들이 적지 않았으며 그러한 문제점은 현재도 상존하고 있다. 우선 직업교육 및 훈련업무는 교육부와 노동부에서 함께 관장하고 있는데 특히 기능공 양성분야에서 업무조정이 잘 안되고 있다. 예컨대 직업훈련분담금으로 징수된 재원은 실업계고교교육에도 배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에서 독점하고 있으며 기술검정 및 자격인정과 실업교육과의 연계도 미흡한 상태이다.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과학기술부, 교육부, 정보통신부 등으로 업무가 분산되어 있다. 따라서 지원의 기준과 방식에 차이가 있음은 물론 지원이 중복되거나 누락되는 분야가 생겨 국가 전체적인 조정이 안되고 있으며,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간의 연구개발기능상의 유기적 연계도 부족한 상태이다.
현재 문화관광부가 관장하고 있는 청소년지도 및 체육업무도 원래 과거의 문교부가 수행하던 업무였으며 성격상 교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특히 청소년 및 체육업무는 지방에서는 교육청에서 그리고 최일선현장에서는 각급 학교에서 주로 실천에 옮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부처 차원에서는 전혀 별개 부처에서 교육기능과 무관하게 행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기능들이 유기적인 연계는 커녕 부처간 장벽과 부처 이기주의에 부딪혀 협력보다는 불간섭 내지 불협화음을 낳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교육부총리가 이들 관련부처들간에 조정기능을 수행한다면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할 만 하다.
이러한 부처간 조정역할뿐 아니라 교육부총리는 국가전체의 투자 및 정책의 우선순위면에서 교육의 위상과 비중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은 단기간내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투자의 우선순위면에서 항상 다른 분야보다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 교육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도 경제 우선 내지 효율성을 높이는 시각에서만 접근함으로써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는 시책들을 펴나가는데 한계가 있었고 오히려 저해요인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역대정권들이 학부모들의 직접 관심사항인 입시제도의 개편에만 신경을 썼을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 및 투자에 대해서는 소홀히 해왔다. 한편 선진국들의 경우를 보면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은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하면서 교육개혁에 국정의 가장 높은 우선 순위를 두었고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서 첫째도 교육, 둘째·셋째도 교육이라고 할만큼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 김영삼 대통령이 선거공약의 하나로 교육대통령을 자임하면서 교육예산을 GNP 5%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실제에 있어서도 1995년에 4.1%였던 것이 1997년에는 4.8%까지 높아졌다가 IMF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이듬해에는 4.3%로 낮아졌었다.
김대중대통령은 선거공약에서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GNP의 6%를 교육재정으로 확보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1999년에는 4.5%에 그쳤고 금년에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다행히 이번에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13%로 올리는 등 추가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은 경하할만한 일이다.
얼마전에 김대중대통령은 이제부터 직접 교육을 챙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이번 교육부장관의 부총리 격상은 그러한 의지의 표현으로도 간주할 만하다. 우리 나라는 가진 자원이 인력뿐인 여건에서 인력개발담당부총리를 두는 것은 만시지탄이 있으며 그 핵심은 역시 교육이니만큼 교육부장관이 그 부총리 소임을 맡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더욱이 우리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앞당겨 실현하고자 진력하고 있는 터이므로 교육부총리가 문화 및 정보분야까지를 관장하는 것도 타당성이 인정된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교육부총리가 얼마만큼 조정권을 발휘하면서 교육우선의 국정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 이다. 과거에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이 강력한 조정권을 발휘하면서 경제위주의 시책을 펼 수 있었던 것은 예산기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부총리가 인력개발 및 정보·문화분야 관계장관회의를 이끌어가면서 교육위주의 행정을 펴나가려면 법적 제도적으로 상응하는 권한을 보장함은 물론 예산편성과 조정에 있어서도 상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능을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실권도 없이 직급만 높여 상징적인 의미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