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제정된 사도헌장․사도강령을 ‘업그레이드’ 한 ‘교직윤리헌장’ ‘우리의 다짐’이 교원, 학부모, 학생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재탄생을 위한 통과의례를 치렀다.
15일 한국교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흔들리는 교직윤리, 다시 생각합시다’ 토론회에서 교총 헌장제정기초위원인 이종각(강원대) 교수는 3월부터 기초위, 헌장제정위 회의를 거치며 마련된 ‘교직윤리헌장’ ‘우리의 다짐’ 초안을 내놨다.
▲주제발표
이 교수는 “성적 조작 등의 사건으로 신뢰가 무너진 교단의 자정 움직임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에 교총은 40만 교원의 교직윤리를 되새기고 윤리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기존 사도헌장과 강령을 현 교원정서에 맞게 새로 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헌장에서는 모든 표현을 교사인 ‘우리’를, 그리고 ‘다짐’에서는 ‘나’를 주어로 표현함으로써 윤리실천의 주체를 명확히 했다”며 전문 성격의 헌장과 실천수칙 성격의 다짐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직윤리헌장은 크게 네 문단으로 구성됐다. 교육의 내용과 중요성을 담은 첫 문단, 교육자의 사명과 자부심을 밝힌 둘째 문단, 그리고 교육활동의 윤리성과 전문성을 강조한 셋째 문단, 그리고 교직윤리에 대한 실천의지를 천명한 넷째 문단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첫 문단에는 ‘우리는 교육활동이 학생 개인의 소질개발과 자아실현은 물론…학생의 학생의 인격을 갈고 닦으며, 지적 성장을 돕고, 신체를 단련시키며…더불어 사는 사회의 실현에 힘쓴다’는 내용을 담았다.
둘째 문단은 ‘우리는 학생을 학부모의 훌륭한 자녀로 길러내…미래사회를 개척하는 힘과 세계사회로의 진출능력도 증진시킨다. 우리는 이런 교직에 자부심을 갖고 명예롭게 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셋째 문단은 ‘우리는 교육활동의 양대 기준이 윤리성과 전문성임을 깨닫고…어떤 분야보다 높은 윤리성과 전문성을 유지해야 함을 명심한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는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의지를 모아, 우리가 공유하고 지켜야 할 핵심가치를 교직윤리헌장과 우리의 다짐으로 밝힌다. 우리는 이 헌장과 다짐을 판단 기준과 행동 지표로 삼아 합심해 실천함으로써 교육자다운 모범을 보인다’고 밝혀 실천을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12개 항목의 ‘우리의 다짐’을 제시했다. 그는 “24개 항목인 현행 사도강령을 대폭 줄인 것은 실천력을 높이기 위한 의지”라며 “따라서 이 다짐들은 교사윤리의 모든 사항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해야 할 사항을 선택해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요약하면 ‘나는’ △전문가로서의 자기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건전한 교직문화 건설에 앞장서며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한다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한다 △학생을 사랑하고 인격과 인권을 존중한다 △학생의 개성과 가치관을 존중하며 나의 사상, 종교, 신념을 강요하지 않는다 △학생을 위험하고 비교육적인 학내외 환경으로부터 보호한다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게 도와주고 창의력을 기르도록 지도한다 △학생의 성적과 심신발달, 가장환경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부적응아와 약자에게도 공평한 학습기회를 제공한다 △학생에 대한 평가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한다 △학생과 동료, 그리고 직무에 관한 정보를 누설하거나 사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교사의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학부모를 교육의 동반자로 삼아 함께 노력하되, 교육의 정신에 반하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 등이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윤리헌장 없는 윤리실천운동도 부족하지만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윤리헌장 제정도 탁상공론”이라며 강력한 실천운동 전개를 강조했다. 그는 “대입에서 내신반영비율이 높고 모든 학교가 동급취급을 받는다는 점이 성적조작의 한 요인이 되므로 이를 재검토하고 교직윤리헌장 제정과 실천에 교육 유관기관, 학생, 학부모 단체 등 범시민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헌장과 다짐을 정하는 것보다 교원이 자주 보고 읽고 행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 남성중 김영진 교장은 헌장과 다짐의 거친 표현을 조목조목 짚은 데 이어 “양성평등이나 성윤리, 그리고 교직원간의 윤리 등도 우리의 다짐에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 양성기관이나 각종 연수시 필수 과목 또는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고 입교식이나 수료식 때 낭독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교무실에 교직윤리헌장을 게시하고 교육 관련 도서 등에는 목차 앞부분에 이를 삽입하는 것도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장충초 김세령 교사는 “우리의 다짐은 많은 내용을 함축적으로 제시하다 보니 교사들이 명확하게 세부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각 항마다 두 세 문장씩 구체적 내용을 제시한 보급판도 같이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번 헌장 제정이 사회의 압력으로 나온 1회성 작업이 되지 않으려면 교사들이 헌장 등을 자주 접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교원단체의 여러 행사나 각종 연수에 활용하고 포스터와 표어를 제작해 일선학교에 보급하는 한편, 수첩과 다이어리에도 삽입해 늘 보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항에 대한 의미와 배경지식, 중요성을 등을 풀이한 해설집과 각 항을 실천하는데 필요한 각종 자료와 법령을 망라한 자료집을 발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구 청구고 이동우 교사는 우리의 다짐 제5항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며 나의 사상․종교․신념을 앞세우거나 강요하지 않는다’가 자칫 ‘윤리적․문화적 상대주의’의 덫에 빠져 학생들의 잘못된 의식과 가치관을 방관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청소년 교육의 목적은 그들이 다양한 견해에 관심을 갖도록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견해와 의견들이 올바른 윤리, 정의관에 부합하도록 이끌고 지도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교사는 도덕적 가치관에 대한 분명한 신념과 확신을 갖고 학생들의 잘못된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제5항을 ‘나는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며…학생들이 윤리적 도덕관과 사회적 정의관에 부합해 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로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경자 사무국장은 “최대 교직단체가 나서 교원 자정운동에 나선다니 큰 희망을 갖게 된다”면서도 “다만 헌장과 다짐이 교사로서의 책임의식, 즉 엄격한 반성과 자격에 대한 내용을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직사회의 뼈를 깎는 자성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또 정확한 평가제 도입만이 교육을 살리는 길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돼 있으므로 헌장도 그런 분위기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우리의 다짐이 짧게 정리되면서 너무 추상적이 된 듯해 거부감을 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 사무국장은 NEA강령 중 ‘유능한 사람을 교직에 끌어들이고 부적절한 사람이 교직을 담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는다’는 내용과, UNESCO/ILO의 교원 지위에 관한 권고 중 ‘교원의 근무를 직접 평가할 필요가 있을 때는 객관적이어야 하며 교원에게 알려져야 한다’는 내용 등을 인상적인 강령으로 꼽았다.
학생 토론자로 참가한 은광여고 공유진(2학년) 양은 “새로운 헌장에 교직의 윤리성과 자부심 외에 ‘겸손’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학생, 학부모의 신뢰를 더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짐 부분은 짧고도 구체적이어서 쉽게 이해가 된다”며 “다만 인성교육에 대한 강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생들은 선생님이 성적 외에 고민거리, 친구 관계 같은 내용에 귀기울여주시고 가까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헌장이 제정되면 그 사실과 내용을 많이 알리고 헌장에 대한 교사교육을 강화해 잘 실천되도록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