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교사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묻자 한 학생이 짧게 대답한다. 그러나 학생은 수업시간에 제시되는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고,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지 않고 사람이 드문 운동장 구석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시끌벅적한 교실에서도 잘 웃지 않는다. 교사의 걱정 어린 질문에 괜찮다고 대답하지만, 아이의 표정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주배경학생은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낯선 문화와 익숙하지 않은 생활 규칙에 적응하면서 또래 관계의 긴장도 함께 경험한다. 한국어 능력이 충분하지 않아 교과학습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의 감정이나 어려움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고, 관계에서 오해가 생겨도 설명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다. 보호자의 한국어 능력이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가정과 학교의 소통에도 장벽이 생긴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외모·언어·가족의 문화적 배경 등이 또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위축되거나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에서 오래 생활해 친구와 대화하고 교사의 안내를 이해한다고 해서 교과 학습, 감정 표현, 갈등 조정까지 모두 편안한 것은 아니다. 한국어로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속상하다’, ‘억울하다’, ‘불안하다’, ‘서운하다’와 같은 감정 단어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학생은 “몰라요”, “괜찮아요”라고 말하거나 침묵할 수 있다. 이때 교사는 학생을 소심하거나 소극적이라고 판단하기보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하나의 공간, 두 개의 문화
교사가 이주배경학생의 심리·정서적 지원에 어려움을 느끼는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이주배경학생의 어려움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언어 상담이 원활하지 않으면 교사는 학생의 말과 행동을 관찰해 상황을 파악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마음을 헤아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도 한국어로 어려움을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스스로 상담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둘째,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장벽이 될 수 있다. 문화적 배경에 따라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거나 교사에게 질문하는 일을 조심스럽게 여기거나 개인의 문제를 드러내는 일이 불편할 수도 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은 교사의 언어나 교과 어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고, 결석을 자주 하는 것은 부모님의 병원 방문에 필요한 통역을 위해서일 수도 있다. “똑바로 앉으세요.”라는 지시에도 자세를 고쳐잡지 않는 것이 교사에 대한 반항이나 태도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똑바로’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셋째, 가정과 학교의 협력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보호자가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보호자가 학교 안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학생이 가족의 통역자이자 조정자가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말할 기회를 잃는다.
교사의 다문화 감수성을 키워야
교사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이주배경학생을 이해하고 지원하려면 관련 지식과 태도, 인식을 점검하고 실제 지원에 필요한 기술도 익혀야 한다.
첫째, 문화적 인식(Awareness)이다. 교사는 자신의 선입견, 고정관념, 가치관, 태도, 신념을 인식해야 한다. 무의식적인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상담 태도와 말투에 드러날 수 있으므로 ‘나는 이들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가?’라고 질문하며 문화적 인식 역량을 점검해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고 인종적·민족적·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둘째, 문화적 지식(Knowledge)이다. 교사는 다양한 문화 집단의 역사, 전통, 가치관, 가족 체계, 경제·정치적 상황 등에 관한 기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학생과 보호자의 배경을 이해하고 상담에 필요한 적절한 접근 방식을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 된다.
셋째, 문화적 기술(Skill)이다. 교사는 언어와 표현 방식이 다른 보호자와 소통할 실제 기술과 상담 전략을 익혀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세심한 대화 기술과 문제 상황에서 보호자와 소통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연계 가능한 기관과 자료·정보를 찾아 활용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현재 다문화학생의 심리·정서 지원을 위한 시스템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보여진다. 정보 제공과 교육에 필요한 자료는 많이 정리되어 있지만 외국어 심리검사 도구와 모국어 상담 전문 인력은 사실상 부재하다. 이주배경학생의 다양한 요구는 학교 내부의 교육활동만으로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교육청, 구청, 복지센터, 통역 기관 등 지역기관과 연계해 학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협력 체계는 보호자와의 관계를 안정시키고 교사의 업무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아이의 마음은 통역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름을 정확히 불러 주고 예측할 수 있는 하루를 만들며 서툰 말과 망설임을 기다려 주는 교사의 태도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전해진다. 교사와 보호자, 학교와 지역사회가 곁을 지키며 전문 지원으로 연결할 때 이주배경학생은 ‘도움을 받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배우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