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시행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부터 대학 전공과 진로까지 연계한 상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현재 진로·진학 AI·디지털 플랫폼은 이를 하나의 과정으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별 기능을 넘어 학교 교육과정과 학생 기록, 교사 상담을 연결하는 통합형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차덕원 고려대 박사수료와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최근 ‘한국교육학연구’ 제32권 제2호에 게재한 ‘고등학교 진로·진학 지원 AI·디지털 플랫폼의 기능적 특성 비교와 개선 방향 탐색’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대입정보포털 ‘어디가’, 서울런 진로·진학 AI 코치, 경기도교육청 ‘꿈it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에이전틱 AI 시범 시스템과 해외 플랫폼 Naviance·Xello, 범용 생성형 AI인 ChatGPT Study Mode 등 7개 플랫폼을 분석했다. 상담과정 구조화, 정보 신뢰성·근거, 상호작용·탐색, 자기이해, 학교 맥락·교사 연계, 의사결정 지원 등 6개 영역의 19개 기능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플랫폼은 크게 정보·예측 중심형, 학교연계·이력관리형, 경로설계형, 범용 대화형 등 네 유형으로 구분됐다. 대부분 개별 기능은 다양했지만 학생의 자기이해부터 정보 탐색, 대안 비교와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상담의 단계성과 학교 교육과정·기록 체계와의 연결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 강점도 달랐다. 어디가와 서울런 AI 코치 등 정보·예측 중심형은 대학 공시와 합격 데이터 등을 활용한 정보 제공과 진학 의사결정 지원에 강점을 보였다. 반면 장기적인 학생 이력이나 고교학점제에 따른 과목 선택까지 연결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꿈it다와 KERIS 시스템은 학생 이력을 누적 관리하고 학교와 교사를 상담 과정에 연결하는 데 강점이 있었다. 특히 학생 데이터를 토대로 AI가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교사가 이를 검토·조정하는 ‘Teacher-in-the-loop’ 구조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AI가 교사를 대신해 진로를 결정하기보다 교사가 학생의 계획을 검토하고 조정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해외 Naviance와 Xello는 과목 선택에서 대학 전공과 직업으로 이어지는 경로 설계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학교 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여러 해에 걸친 교과 계획을 세우고 이를 졸업 요건과 진로 계획 등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특히 Xello는 4개년 교과 계획을 졸업 요건과 선수 과목에 연동해 계획-실행-검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범용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도 확인됐다. ChatGPT Study Mode는 학생의 모호한 질문을 구체화하고 여러 선택지의 장단점을 설명하는 상호작용·탐색 영역에서 강점을 나타냈다. 그러나 공식 데이터와 출처를 바탕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와 학교 교육과정·교사와의 연계에서는 전용 플랫폼보다 제한적이었다. 연구진은 범용 생성형 AI를 독립적인 진로·진학 상담 시스템으로 활용하기보다 공식 데이터를 갖춘 전용 플랫폼에서 설명과 탐색을 돕는 방식으로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현재 플랫폼의 공통적인 약점으로 상담의 연속성이 지적됐다. 학생 정보와 대화 맥락을 누적하는 기능은 7개 플랫폼 모두 갖추고 있었지만 상담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구조를 충분히 구현한 플랫폼은 Xello 한 곳뿐이었다. 단순히 입시 정보를 검색하고 대학을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이해-탐색-비교-선택을 반복하면서 학생의 진로를 구체화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와의 연결도 핵심 과제로 꼽혔다. 학교 정보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으면 AI 상담 결과가 실제 과목 선택이나 수강 신청, 학생부 기록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NEIS나 학교 정보시스템과 플랫폼을 연결하고 교사가 AI의 제안을 검토·수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궁극적으로는 고교에서 선택한 과목이 대학 전공과 졸업 이후 직업까지 연결되는 ‘원스톱 경로 설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학생에게 단순히 학과나 직업을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의 과목 개설과 수강 신청, 졸업 요건을 진로·진학 정보와 함께 제시하고 교사가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AI의 역할 범위도 구분했다. 학생의 불안이나 혼란 등 정서적 어려움에 대한 개입은 교사와 상담 전문가가 담당하고 AI는 정보 구조화와 경로 제안, 언어적 지원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생성형 AI 역시 공공 플랫폼의 공식 데이터와 결합하고 제시한 정보가 정책과 입시 자료에 부합하는지 검증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제 학생과 교사가 플랫폼을 사용한 결과를 비교한 것은 아니다. 각 플랫폼이 공개한 웹사이트와 보도자료, 매뉴얼, 연구보고서 등을 토대로 기능 구조를 분석했기 때문에 실제 학교에서의 활용 효과나 사용자 경험까지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도 향후 학생·교사 대상 인터뷰와 관찰, 사용자 로그 분석, 학교 적용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진로·진학 AI가 단계적 상담 구조와 공신력 있는 데이터, 학교 정보시스템과 교사 연계, 정서·동기 지원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고교 선택과목-대학 전공-직업을 하나의 경로로 연결하는 원스톱 플랫폼을 실제 학교에 적용해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