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공모사업 중심의 지역혁신 정책으로는 지역대 경쟁력 회복과 산업 생태계 고도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역혁신의 성패는 예산 확대 여부가 아니라 장기 축적형 연구거점 설계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4일 ‘지역혁신 고도화를 위한 연구거점 구축 방안: 일본 OIST 사례를 중심으로’ 브리프를 발간하고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 사례를 토대로 한국형 전략적 지역연구거점 구축 방향을 제시했다.
브리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혁신역량 격차 확대, 지역대 경쟁력 약화, 청년 인구 유출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기존 지역혁신 정책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개별 연구소 설립이나 캠퍼스 확충 같은 분산적 접근으로는 산업 고도화와 고급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단년도 과제 공모를 반복하는 재정 체계가 연구의 장기성과 도전성을 제약하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안으로는 ‘플랫폼형 연구거점’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지식·인재·자본이 한 공간에서 장기적으로 축적·순환하도록 제도적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연구–인재–산업–정책이 전 주기에 걸쳐 연결되는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 안정적 기본재정과 자율적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OIST는 이러한 모델의 사례로 제시됐다. 학과 체계를 두지 않고 연구유닛 중심으로 운영하며 연구유닛 단위로 5년 연구비를 패키지 지원하는 ‘고신뢰 재정 모델’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연구자가 단기 성과 경쟁에서 벗어나 장기·고위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기술개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개념 검증(PoC), 인큐베이팅, 투자, 실증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전주기 혁신 구조를 내재화했다. 기초연구 성과가 창업과 기술이전으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 산업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혔다.
브리프는 한국형 지역연구거점 구축을 위해 ▲단년도 공모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블록형 기본재정을 도입하고 외부 평가를 병행하는 재정 체계 전환 ▲지역 특성과 세계 연구 흐름을 연결하는 전략 분야 설계 ▲기술검증부터 투자까지 잇는 전주기 혁신 구조의 거점 내부 내재화 ▲글로벌 인재 정착 지원 모델 마련 ▲중앙–지방–거점 기관 간 역할 분담 명확화 등을 제안했다.
여영준 부연구위원은 “지역혁신은 개별 사업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연구–인재–산업–정책이 순환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문제”라며 “단기 공모사업을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세계적 연구거점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 기본재정과 자율적 운영을 결합한 전략적 거점 설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