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Michael Young)이 1958년에 처음으로 주장한 능력주의(meritocracy)는 재능을 바탕으로 한 현대의 지배적인 이념으로 개인의 사회적 지위가 신분이나 성별이 아니라 성과와 능력에 따라 공개 경쟁에 의한 평가로 결정돼야 한다는 사상이다. 현재 능력주의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 엘리트 교육을 강조하며 유능한 인재 등용에 노력하고 이에 따른 교육열도 매우 높다. 우리도 이들 나라 못지않게 경쟁에 의한 인재 선발과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계층·계급 간 불평등 심화
능력주의는 입시나 취업에서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게 공정한 평가와 선발의 중요성을 제도적으로 강조하고 실천한다. 능력이 우수한 집단이 학력이 높고 소득도 증가하는 것은 대졸자가 고졸자에 비해 소득이 50% 이상 많다는 사실에서 잘 나타난다. 그리고 2019년 이코노미스트(Ecoomist)의 보도를 보면, 부모들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10대 자녀의 경쟁을 지원하기 위한 과외수업도 치열하게 시키고 있어, 영국 10시간, 중국 12시간, 한국 15시간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능력주의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배층은 능력이 뛰어나 현재의 지위를 달성했다고 오만하게 행동하고 하위계층은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고 못나서 실패한 것으로 자책하며 절망에 빠지고 만다. 그에 따라 능력주의의 핵심인 개인주의는 공동체를 세분하여 중산층과 빈민층의 계층 간 차이를 더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노력보다는 경제력과 같은 불평등한 환경 요인이 능력 발전의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부모의 수입이 많을수록 자녀의 대학 진학률은 상승하고, ‘흙수저’로 태어난 이들이 자녀에게 ‘금수저’를 물려줄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성과와 업적으로 입증되는 능력주의는 학벌과 결합돼 상류층의 학연을 확장하고 지위 향상과 이익 증대를 도모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가 과연 정확하고 공정한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지능은 선천적인 요인만이 아니라 환경 요인도 영향을 미치며 빈민층에게는 불리하고 불공평한 면이 있고 점수로 환산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리고 한두 번의 측정으로 능력을 확정 짓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능력은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워 학교에서 지도하는 데도 난관이 적지 않아 소홀히 취급되는 실정이다. 지적 능력만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정의적 특성이 발현되기는 힘들 것이다.
특권의식 아닌 공동체 의식 중요
무엇보다도 소수 특권층이 각종 특혜를 독점하고 빈민층을 경시하면서 계층간 위화감을 조장하는 오만한 태도와 이중적 특권의식은 시정돼야 한다. 공동체의 상호 협조와 이익 증대를 도모하고 사회봉사와 겸손함의 자세를 견지하는 상류층의 도덕성과 책임감이 굳건해야 능력주의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진일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