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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영화 ‘난징 사진관’이 주는 교훈

역사 교과서 속의 ‘난징대학살’은 1930년대 중후반에 있었던 중국과 일본 간의 전쟁에서 발생한 3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 집단 대학살에 대한 것으로 단편적인 사실만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난징 사진관’이라는 영상을 통한 처참한 전쟁의 이면에 들어가 보면 전쟁은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될 인류의 참극임을 증언할 뿐만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의 상상할 수 없는 만행을 만나게 된다. 이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경각심을 다시금 오늘에 상기시키는 일종의 현대판 역사교육으로 그 효과는 매우 크다 할 것이다.

 

영화 ‘난징 사진관(原題 《南京照相馆》)’은 단순한 역사 드라마를 넘어, 우리가 왜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품고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1937년부터 1938년까지 중국의 옛 수도 난징(南京)에서 벌어진 집단대학살을 배경으로, 사진관 속 필름 한 통이 밝혀낸 역사의 진실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마음의 파장을 일으키고 역사 앞에 보다 용기와 정의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서사를 풀어내고 있다.

 

이 영화는 전쟁터의 영웅이나 거창한 항쟁보다는 ‘우편배달부’, ‘사진관 견습생’, ‘사진관 주인’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일상은 어느 날 필름 한 통이 드러내는 진실 앞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일본군 사진사(중위)가 찍어 현상해야 했던 잔혹한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관 속 필름 현상 작업은 곧 ‘증언’과 ‘폭로’의 행위가 되고 있다.

 

이 장면은 역사교육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소재다. ‘역사’는 거대한 담론 속에서만 흐르는 게 아니라 이런 ‘일상이 깨어지는 순간’ 속에서도 실제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는 거기서 배울 수 있다. 어떤 권력이나 무력이 일상을 침범하면, 우리의 ‘보통의 삶’은 어떻게 변질되는가, 또 그 변질 앞에서 ‘나(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물을 수 있다.

 

영화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의미는 ‘사진’이라는 매체다. 그 필름은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증언의 도구이며,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다. 제작진이 실제 사진관·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의 재현에 공을 들였다는 점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교육적으로 보면, 역사를 공부하는 태도는 ‘무엇이 일어났는가?’만 묻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누가 알렸는가?’, ‘왜 은폐되거나 왜곡되었는가?’까지 꼬리를 물고 묻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단순한 애국주의적 서사가 아니라 비판적 기억과 윤리적 책임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누구는 피해자였고 누구는 가해자였는가?’만이 아니라 ‘이 참극을 막을 수 있었는가?’, ‘어떤 구조와 조건이 이를 가능하게 했는가’이라 할 것이다.

 

흥미롭게도, ‘난징 사진관’은 전형적인 애국주의 영화의 틀을 따르면서도, “희생자 영웅을 숭배하라”는 다소 일방적인 메시지로 치부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영화는 전쟁의 공포나 폭력을 노출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일상 속 평범한 사람들이 위기 속에서 선택하고 고통을 겪는 모습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중국 영화의 배경에 깔린 철학적 사상이나 의도를 오랜 중국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진보적 역사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중요한 전환이다. 왜냐면 과거를 단지 ‘내 편’과 ‘상대편’으로 나누어 정형화하기보다는, 복잡한 인간의 얼굴과 기억의 층위를 펼쳐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과 폭력의 맥락에서 “만일 나였으면 어땠을까?”,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나는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난징 사진관’은 역사 속에서의 전쟁영화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중국의 애국심 고취용 영화로 머물지 않는 이유는, 기억과 증언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조건 속에서도 사람들은 일상을 지키고, 증거를 발견하고, 위험을 감수했다. 그 순간들은 우리에게 ‘기억이 곧 강함’을 의미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를 잊으면 또다시 반복된다. 그러나 역사를 기억하면 우리는 단지 ‘다시 당하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올바르게 존재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진정으로 강하다는 것은, 외부의 위협을 물리치는 데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불안과 무관심을 깨어 부수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의 기억은 이를 위한 시작점이며, 용기는 그 다음이라 할 것이다.

 

영화 ‘난징 사진관’은 이렇게 당시 철저한 폐쇄와 통제 속에서도 온갖 우여곡절의 사연 속에서 기적처럼 노출된 사진들이 보여준 세계인들의 충격과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에 세계인들이 대응책에 나서게 된 것을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다. 이는 우리 영화 ‘택시 운전사’에 나오는 독일인 기자가 5·18 광주 민주화의 참상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영화는 결론적으로 지구촌 어느 곳, 어느 누구든 절대적인 비밀은 없으며 또한 세계인 누구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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