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반을 보낸 학교를 떠나는 것이 홀가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이 자리에 서보니 복잡한 마음입니다. 이 자리에 건강한 모습으로 교직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최선을 다한 노력 때문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미치고 성장하게 해준 모든 분 덕에 이 자리에서 인생 첫 장의 점을 찍으며 새로운 장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되돌아보면 실수가 창피해 얼굴 붉어지던 시절도, 학생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고 하얗게 지새우던 시절도, 동료들과 웃음이 끊이지 않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시절들을 지내오는 동안 몇 가지 꼭 지키고자 했던 원칙들이 있었습니다.
첫째, 자녀들이나 학생들은 나의 말보다 내 발자국을 보고 따라올 것이니 한발 한발 신중하게 내딛으려 노력했습니다. 지금까지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일로 부딪히게 되면 내가 좀 더 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정리했습니다. 가끔 손해보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변함없이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1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에게 힘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조언이 가스라이팅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요즈음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꿋꿋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던 중심에는 부모님과 함께 잘하는 것을 잘한다고,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의 칭찬과 쓴소리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소심해서 발표도 서툴렀던 제게 ‘수업 자세가 좋다’, 선행학습 없이 중학교 올라가 교과서를 읽는데 ‘발음이 너무 좋다’고 칭찬해주시던 선생님, 수업 중 복도를 지나가면서 친구들과 떠든 저를 호되게 혼내주신 선생님 등 그분들은 제가 고치를 깨고 세상을 날아다닐 힘을 주셨습니다.
후배 선생님들께 당부드립니다. 두뇌가 제 자리를 잡기 위해 요동을 치는 시기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 중학교 학생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가끔은 우리 자존심 깊은 곳까지 건드리며 속을 뒤집는 학생들이 있지만, 우리 선생님들이 모두 받아주는 신이라도 되느냐고 외치고 싶을 때가 많지만, 그들도 우리가 잘 지키고 가르쳐야 할 어린 학생들이라는 생각으로 힘내시길 응원합니다.
앞으로 꽃길만 걸으라는, 늘 건강하고 행복하라는 응원의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동료, 선후배님들의 응원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힘이 빠질 때마다 조금씩 꺼내어 먹으면서 힘을 얻어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날을 만들어 가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