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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위한 마음 챙김 철학]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라 

 

“학교는 좋은 삶의 루틴을 만드는 곳”
“당신이 뭘 먹는지 알려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샤브랭의 말이다. 이 말은 이렇게도 바꿀 수 있을 듯싶다. “당신 일상의 루틴을 알려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일러주겠다.” 삶은 결국 매일 거듭되는 일상이 쌓여 만들어진다. 직장인에게는 직장인의 루틴이, 프리랜서에게는 프리랜서 나름의 루틴이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좋은 삶의 루틴’을 갖추도록 돕는 곳이다.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시간 맞추어 오기만 해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부지런함을 갖추게 될 터다. 시간에 맞추어 꼬박꼬박 급식을 먹는다면 규칙적인 식사습관이 몸에 밴다. 나아가 학교일과에 꾸준히 참여하여 성실하게 활동을 거듭한다면 튼실한 몸과 풍성한 교양을 갖추게 될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 일상이 무너졌던 상황을 떠올려 보라. 학교는 ‘좋은 삶의 루틴을 갖추게 하는 곳’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듯싶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좋은 일상 루틴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작 선생님들은 어떨까? 학교의 루틴이 거듭될수록 교사의 삶도 훌륭하고 바람직하게 바뀌어 갈까?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란 쉽지 않다. 반복되는 일 탓에 나날이 소진되어 가는 분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불행한 교사가 행복하고 건강한 교육을 펼치기란 쉽지 않다. 선생님 스스로 자기 몸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건강한 일상의 루틴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연수가 효과 없는 이유”
이 물음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기원전 384~322)는 답을 준다. 그는 습관(hexis)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철학자다. 그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고 봄이 오지는 않는다. 또한 하루아침에 여름으로 바뀌지도 않는다. 인간이 진정 행복해지는 것도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말을 곱씹어 보라. 교원의 그 많은 좋은 연수 강의들이 왜 효과가 없었는지 다가올 테다. 머리로 깨달았다고 내 삶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는다. 행복하고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꾸준히 나를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학교의 일과는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 익숙해지면 무슨 일이건 심드렁해진다. 가슴 뛰는 일, 부푼 기대에 달뜨게 하는 상황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다 보면 어느덧, 교실과 교무실에서 그냥 하루를 버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즐겁지 않은 일과가 ‘만성통증(?)’으로 굳어져, 아예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게 된 셈이다.


운동 방식이 잘못되었을 때는 몸을 움직일수록 상태가 더 안 좋아진다. 삶의 루틴도 그러하다. 학교의 일과는 건강하고 바람직한 삶을 살도록 꾸려져 있다. 그러나 안 좋은 습관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무기력하고 어두워지지 않던가. 선생님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무미건조해져 버린 일상의 루틴을 바꾸지 않는다면, 내 교직생활의 미래가 좋아질 리 없다.

 

“뛰어남을 갖추려 노력하는 일상을 살라.”
“진정 선하고 나무랄 데 없이 곧은 사람은 삶의 여러 변화를 고상하고 품격 있게 이겨낸다. 그리하여 그들은 평생 행복할 것이다. …(중략)… 선하고 현명한 사람은 인생에 걸친 모든 변화를 훌륭하게 겪어 나가며, 또 언제나 자기 처지를 잘 이용한다. 신발을 잘 만드는 장인은 자신이 어떤 가죽을 갖고 있어도 가장 좋은 신발을 만들 듯이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교사인 우리는 어떤 가죽을 갖고 있어도 좋은 신발을 만드는 장인 같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사인 우리는 살아지는 데로 살아서는 안 된다. 살아져야 하는 대로 우리를 다독이며 만들어 가야 한다. 교사로서의 ‘뛰어남(德, aretē)’을 갖추려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의 매일 매일은 비슷해 보인다. 그렇지만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면 힘겨운 여러 문제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허둥거리며 문제 하나하나에 매달리지 말라. 이는 나의 체력과 정신을 소진하는 지름길이다.


배의 엔진이 움직이며 흔들린다고 있다고 해서 제대로 항해하고 있다 할 수는 없다. 제대로 뱃길을 헤쳐 가는 배는 방향을 잡고 나아간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다. 매일, 매번 닥치는 고난과 어려움에 휘둘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고통이 나를 더 뛰어난 선생님으로 만드는 성장통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음의 물음을 언제나 거듭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번 어려움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우고 느끼며 더 좋은 선생님으로 거듭나게 될까?”

 

교과의 교육과정은 나선형 상승구조로 설계되곤 한다. 비슷한 수준의 과제를 다루면서도 난이도와 깊이가 조금씩 깊어지면서 학생의 실력이 자라나게 한다는 뜻이다. 선생님에게 주어지는 학교의 거듭되는 상황들을 내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여겨 보자. 지금 닥친 현실이 너무나 버거울 수 있다. 그렇지만 교실에서도, 교무실에서도 나는 이와 같은 어려움을 이미 겪은 바가 있을 터다. 그때에 견주면 나는 어떤 점에서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 더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물음은 방향을 잃은 교직생활을 다잡아 주는 나침판이 된다. 


“양극단을 피하고 중용을 찾으라.”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철학자다. 그는 공허한 논의보다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안겨 준다. 일상이 버겁고, 생각이 많다면 고민하기보다 일단 움직여 보라.

 

“집을 지어봐야 건축가가 되고, 악기를 연주해 봐야 연주가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올곧게 행동해 봐야 올곧은 사람이 되고, 절제 있게 행동해야 절제 있는 사람이 되며, 용감한 행동을 해봐야 용감하게 된다.” 

 

삶은 누구에게나 딱 부러지는 답이 없는 문제다. 학교에서 마주하는 상황들도 그렇다. 강하게 처벌해야 하는지 눈 감고 용서해야 하는지, 결연하게 법규와 절차를 따져야 하는지 너그럽고 유연하게 넘어가야 하는지 등등으로 고민이 깊어지는 경우가 한 둘이던가.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는 머리를 싸매고 있어 봐야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라.’


현대 심리학의 용어로 바꾸자면, 그는 ‘암묵지(tacit knowledge)’를 쌓으라며 권하는 듯싶다. 이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도, 오랜 체험을 통해 몸에 밴 지혜를 말한다. 어찌 보면 인공지능에서 말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과도 결이 통한다. 상황을 피하지 말고, 거듭 겪으며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러면서 자신이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고’ 있는지 계속 곱씹어 보라. 물음에 대한 답을 계속 찾으며 생활을 다듬을 때, 흐트러지던 나의 일상 루틴 또한 제대로 성장과 발전의 방향으로 중심축을 잡아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는 게 무엇인지는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계속해서 현실적인 조언을 안긴다. ‘양극단을 피하고 ‘중용(mesotēs)’을 찾으라.’ 예컨대 용기란 비겁과 만용 사이에 있다. 절제는 인색과 낭비 사이에 있다. 이 사이에 어디가 제대로 된 ‘중용’인지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이를 ‘실천지(智)’라 부른다. 

 

“나는 더 훌륭한, 뛰어난 선생님으로 거듭날 수 있다.”
9월은 학년도의 절반 이상이 흐른 시점이다. 아이들의 문제, 교실의 한계가 뚜렷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학기 초라면 바로잡으려 나섰겠지만, 이제는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몸도 마음도 지쳤을뿐더러, 애쓴다고 해서 더 나아지리라는 확신도 흐려진 상태다. 물론 아이도, 교실도, 교무실 분위기도 바뀌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교사인 나는 이 상황을 겪으며 더 훌륭한, 뛰어난 선생님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니 ‘마땅한 때에, 마땅한 일에 대하여, 마땅한 태도로 행동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좋은 교사라면 당연히 꾸릴 법한 일상 루틴과 행동을 떠올려 보라. 그리고 부단히 자신을 가다듬어 갈 일이다. 2학기 무르익는 가을의 초엽, 선생님들께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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