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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라이프&문화] 마음의 온도를 올리는 훈훈한 감동 실화 뮤지컬

'큰 추위'를 의미하는 절기, 대한(大寒). 소한보다는 포근한 날이지만, 여전히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의 한가운데다. 무대 위에 살아난 감동 실화 작품들로 마음의 온도를 1℃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

 

전 세계 사람들이 충격과 공포에 빠졌던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 테러 조직의 주도로 4대의 항공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을 공격한 날이다. 9·11 테러가 발생한 바로 그날이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의 시작이다.

 

9시 26분, 미국연방항공청(FAA)이 추가적인 테러를 막기 위해 영공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4000대가 넘는 비행기에는 가장 가까운 공항에 착륙할 것을 명령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비행기들은 캐나다로 우회했다. 이 중 38대의 비행기가 캐나다의 작은 도시 갠더로 향한다. 겨우 인구 1만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이곳에 갑작스럽게 머물게 된 손님과 승무원은 무려 6579명. 작품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낯선 도시에 도착한 방문자들과 마을 인구수와 맞먹는 이방인을 손님으로 맞이하게 된 주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종도, 고향도, 언어도, 취향도, 성격도 다른 이들은 다시 비행기가 떠날 때까지 갈등 없이 무사히 지낼 수 있을까?

 

작품의 창작자인 아이린 산코프와 데이비드 헤인은 9·11 테러 10주년이었던 2011년, 실제로 갠더에 방문해 현지인과 당시 갠더에 불시착했던 승객들을 인터뷰하며 작품을 준비했다. 2012년 45분짜리 워크숍 버전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 <컴 프롬 어웨이>는 이후 지속적인 작품 개발 과정을 거쳐 2017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렸다. 이후 토니상, 올리비에상, 드라마 데스크상, 외부 비평가상 등 전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음악상, 대본상, 연출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작품은 주·조연, 앙상블 구분 없이 모든 배우가 1인 2역 이상으로, 마을 주민과 방문자, 그리고 단역까지 수행하며 쉴 새 없이 무대를 오간다. 만돌린, 바우런, 휘슬, 피들 등을 활용한 켈틱 음악은 따뜻한 이야기에 한층 더 감동을 싣는다.

 

 

뮤지컬 <일 테노레>

 

이번에는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때는 1930년 일제강점기, 한국 오페라 선구자로 꼽히는 이인선의 삶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의사가 되는 것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내성적인 의대생 윤이선. 그는 우연히 접한 오페라에 푹 빠지고,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의 꿈을 키워나간다. 그는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오페라 공연에 뛰어든 독립운동 투사 서진연, 이수한을 만난다. 비극적인 시대 속에서도 꿈과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긴다.

 

작품은 화려한 창작진으로 기대를 모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창작뮤지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박천휴 작가·윌 애런슨 작곡가를 중심으로, <데스노트>의 김동연 연출가, <비틀쥬스>의 코너 갤러거 안무 감독이 힘을 더했다.

 

박천휴 작가·윌 애런슨 작곡가는 특유의 감성을 담은 가사와 음악을 통해 험난한 시대 속에서도 반짝이는 청춘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난폭하고 미친 세상에서 소중한 꿈이 있다는 건 축복일까, 아니면 그저 무거운 짐일 뿐일까' 같은 주인공들의 노래는 관객의 마음에 울림을 남긴다. 박천휴 작가는 “극도로 화려한 예술인 오페라와 비극적이고 어두운 역사인 일제강점기의 대비를 통해 인생의 고통조차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려 애쓰며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페라와 뮤지컬을 결합한 유니크한 음악도 돋보인다. 윌 애런슨 음악감독은 이번 작품을 위해 작곡한 오페라 아리아인 '꿈의 무게' '그리하여, 사랑이여'를 메인 테마로, 다양한 변주를 통해 음악적인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정통 클래식 음악과 뮤지컬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넘버는 ‘조선 최초의 오페라’라는 작품 속의 상황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자아낸다. 연주를 맡은 18인조 오케스트라는 12인조를 현악기로 구성해 풍부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을 전달한다.

 

디테일한 무대와 의상은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1930년대 조선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의상은 일제강점기의 우울한 사회 모습은 덜어내고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을 부각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당시 대학생 교복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대학 로고, 교복의 색감과 단추까지 디테일을 살렸다.

 

<일 테노레>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함께한다. 내성적인 세브란스 의전 의대생에서 조선 최초의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 역은 배우 홍광호, 박은태, 서경수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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