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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주상절리대 만나는 무등산 산행

지난 2월 10일, 청주행복산악회에서 무등산 산행을 다녀왔다. 지리산이나 속리산과 같이 최고봉의 이름을 천왕봉(높이 1187m)으로 쓰는 산은 많지 않다. 대도시와 인접한 곳에 이렇게 높은 산도 흔치 않다. 무등산은 펑퍼짐한 육산이지만 산등성이 곳곳에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있어 전국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산이다.

무등산(無等山)의 한자 이름은 견줄 만한 상대가 없어 등급을 매기지 못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즉 무등산의 무등은 완전한 평등을 뜻하고 무등산은 민주주의의 성지인 광주 사람들의 자존심이다. 광주 사람들의 무등산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해서일까.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13년 국립공원 제21호로 지정된 무등산국립공원의 2014년 탐방객이 북한산국립공원과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이어 세 번째다. 수치로만 보면 무등산국립공원의 탐방객이 설악산국립공원보다 20여만 명이나 많다는 것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아침 7시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해 회원들을 태운 후 광주로 향한다. 해가 길어져 일찍 날이 밝은데 명절 전이라 빈자리가 많다. 행복산악회는 오가는 길에 입이 즐거워 눈 붙일 새가 없다. 운영진에서 가래떡, 호두과자. 감말랭이는 물론 커피까지 타서 자리로 배달한다.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와 백양사휴게소에서 정차했던 관광버스가 어느새 무등산 가까이 왔다. 달콤 회장님의 인사말에 이어 석진 산행대장님이 무등산 산행 안내와 다음 산행 일정을 소개한다. 시내를 벗어나 한참동안 언덕의 굽잇길을 달린 후 10시 25분경 원효사 일주문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짐을 꾸리고 기념촬영을 한 후 10시 35분부터 무등산 옛길 구간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무등산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 옷을 갈아으며 항상 같은자리에서 등산객을 맞이한다. 원효사 입구 주차장에서 아스팔트길을 따라가면 길옆에 무등산 옛길 표석이 서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돌계단을 오르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주변의 자연환경이 옆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편한 산행을 하게 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제철유적지(광주시기념물 제21호)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철이 생산됐던 곳으로 기록되어 있고 원효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무등산 의병길은 의병활동 당시 선조들이 다녔던 대로 자연지형에 맞게 문화탐방코스로 복원한 옛길이다. 숨소리를 죽이고 마음으로 걸으며 오감을 열면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만 들리는 무아지경의 길이다.


길옆의 대죽이 겨울에도 푸름을 자랑하는 산길을 걸어 충장공 김덕령 장군이 임진왜란을 준비했던 주검동 유적지를 지나면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를 수 있는 자연쉼터가 있다. 옛날 나무꾼들이 땔감이나 숯을 구워 나르고 1960년대에는 군부대가 물품을 운반했다는 물통거리를 구경한 후 완만한 산길을 따라 김덕령 장군의 누나가 치마로 감싸 안아 올렸다는 치마바위로 간다.


가파른 길을 숨 가쁘게 오르면 옛 군부대 보급로다. 다시 원시림을 걷다보면 임도를 만나는데 서석대 안내소에서 500여m 거리에 무등산의 하이라이트인 서석대가 있다. 중봉과 TV송신소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에 서면 천왕봉과 서석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햇살에 반짝거리는 상고대가 은빛 터널을 이룬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을 때 수축되어 생기는 절리 중에 단면의 형태가 오각형이나 육각형의 기둥모양이다. 무등산은 백악기에 화산활동으로 솟은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아래편에서부터 공룡의 등뼈를 닮은 다양한 주상절리대를 만나는데 서석대는 육지에서 가장 큰 주상절리대로 길옆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높이 30m, 너비 1∼2m의 돌기둥이 병풍처럼 길게 늘어서있어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노을이 질 때 수정처럼 강한 빛을 낸다고 해 ‘서석의 수정병풍’이라 불리기도 한다.


서석대 전망대에서 눈꽃터널을 지나면 무등산의 최고봉으로 상고대가 아름다운 천왕봉이 눈앞에 나타난다. 천왕봉 일대는 군부대가 주둔하는데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허용된 구간 외에는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광주의 기상 이곳에서 발원되다’가 써있는 서석대(천연기념물 제465호) 표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주변을 둘러본다. 높이 1100m의 서석대는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좋다.


서석대에서 자연 돌길을 따라 내려가면 높이 10m의 주상절리대가 옆으로 길게 누운 승천암까지 사방으로 시야가 트인다. 이무기와 사슴, 스님에 얽힌 전설이 전해오는 승천암에서 앞을 바라보면 백마의 잔등 모양 지형 위 억새의 모습이 백마의 갈기를 닮았다는 백마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작은 주상절리대를 구경하고 아래로 내려가면 입석대가 가까운 곳에 있다.


무등산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입석대가 만든 풍경이다. 해발 950m 지점에 위치한 입석대는 높이 20m∼30m, 너비 1.5m 안팎의 돌기둥 40여개로 이뤄진 주상절리대다. 마치 웅장한 그리스 신전처럼 석수장이가 큰 돌을 다듬어 포개놓은 모습이다. 이곳은 가뭄이나 질병이 심할 때 지방 관리들이 하늘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 제를 지내던 제천단이었다.

입석대에서 KBS와 KT의 기지국이 있는 장불재로 내려선 후 점심을 먹는다. 광주광역시 동구와 전라남도 화순군의 경계인 장불재는 평탄면 내에 경사가 급한 단애와 완만한 사면이 교대로 나타나는 곳이다.


돌길을 지루하게 걸으며 용추삼거리를 지나 중머리재(높이 588m)로 간다. 무등산 탐방로의 대부분이 맨살을 드러낸 중머리재를 지난다. 중머리재를 내려서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어느 곳으로 가든 당산나무에서 만난다.

백운암터 바로 전에 주상절리의 미래상인 너덜지대가 있다. 무등산의 너덜은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곳에서 사랑바위라고 하는 망애석(望愛石)도 만난다. 백운암터를 구경하고 당산나무와 기도원을 지나 증심사로 간다.


무등산 최대의 사찰인 증심사는 송광사의 말사로 신라 때의 고승 철감선사 도윤이 세운 사찰이다. 경내에는 대웅전과 적묵당, 비로전, 오백전 등의 당우와 철조비로사나불좌상(보물 제131호), 3층석탑, 5층석탑, 7층석탑 등이 있다.


증심사에서 나와 의재 허백련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의재미술관을 지난다. 가까운 곳에 의재 허백련 선생의 문화유적이 있다. 산행을 하고 내려온 사람들에게 요긴한 등산화 세척장, 무등산 지질공원 탐방 안내센터, 등산용품점을 지나면 주차장이다.

뒤풀이를 하고 4시 30분 출발하여 호남고속도로 정읍녹두장군휴게소와 벌곡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7시 30분경 최종 목적지인 임광아파트 옆에 도착한다. 무등산의 상고대가 반기고 행복산악회와 같이해서 행복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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