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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바람이 황매평원을 활짝 열었던 황매산

지난 5월 3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천년의 문화와 깨끗한 자연이 어우러진 '수(水)려한 합천'의 황매산에 다녀왔다. 해인사가 위치한 합천에는 가야산, 매화산(남산제일봉), 오도산 등 명산이 많은데 이번 산행지였던 황매산(높이 1108m)은 경상남도 합천군과 산청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5월 중순경이면 산줄기가 붉디붉은 선홍빛으로 물드는 철쭉군락지로 유명하다. 고봉에 걸맞게 산줄기가 상봉,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고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아기자기하게 삼라만상을 펼쳐놓은 모산재의 바위산이 절경이다.

황매산(黃梅山)이라는 이름은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의 풍광이 활짝 핀 매화꽃 속에 홀로 떠 있는 느낌을 주어 붙여졌고, 고려시대 호국선사였던 무학대사가 수도했던 장소였으며, 황매산의 황(黃)과 매(梅)가 부귀와 풍요로움을 상징하여 소원을 이뤄주는 기도터로도 알려져 있고, 남쪽 기슭에 있는 고찰 영암사지(사적 131호)가 유명하다.

평소 산행시보다 출발시간을 1시간 늦춰 여유로웠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게 날씨이다. 살아가는데 신의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집을 나서며 마주친 사람들은 배낭을 메고 우산을 쓴 모습에 이런 날 웬 청승이냐는 눈초리로 바라본다.

8시에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하며 회원들을 태운다. 뒤에 들은 얘기지만 다른 산악회는 버스 한 대 가는 것도 20명 채우기가 바빴다는데 차 2대에 빈자리가 많지 않다. 비바람 때문에 모처럼 소매물도에 다녀오려던 꿈이 사라졌어도 우중에 신의를 택한 회원들이 많아 기분이 좋다. 오늘따라 시내 빠져나가는 시간도 많이 걸렸다.

서청주IC로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선 관광버스가 통영대전고속도로 덕유산휴게소에 들른 후 달콤 회장님의 나쁜 것은 비에 다 씻어버리고 행복만 잔뜩 가져가라는 인사말에 이어 다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면 행복하다는 석진 산행대장님이 황매산 산행안내와 다음 산행일정을 소개했다. 산청IC를 빠져나와 한참동안 지방도를 달려 11시 35분경 덕만주차장에 도착했다.


마침 5월 1일부터 22일까지 ‘꽃이불 덮은 황매산 가자!!’를 슬로건으로 제20회 황매산철쭉제가 열리고 있어 주차장에 차량이 많다. 덕만주차장에서 3.5㎞ 거리의 축제장까지 셔틀버스(편도 2000원)와 택시(대당 10000원)가 운행한다. 셔틀버스에 올라 오르막길을 편히 올랐지만 ‘해발 850m입니다’가 이정표에 써있는 축제장은 운무가 가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며 심술을 부려 얄미운 비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다. 이른 점심을 먹으며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임시로 마련된 음식점은 인심도 좋아 아내와 둘이 7000원하는 장터국밥 한 그릇으로 난로 옆 따뜻한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물론 태풍급 비바람이 전국을 강타하던 때라 공포영화를 촬영하는 것처럼 여러 번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우당탕탕” 소리를 냈다.


역시 밥이 보약이다. 식당에서 나와 산으로 향하는데 운무가 조금씩 걷힌다. 철쭉군락지에 도착해보니 만개시기가 아닌데다 개화한 꽃봉오리들도 강한 비바람에 잔뜩 겁을 먹어 잎을 오므렸다. 군락지로 들어서면 키가 큰 철쭉들이 터널을 만들며 미로처럼 사방을 연결하여 멋진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철쭉군락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내년에 다시 오겠다는 다짐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철쭉제단을 지나 해발1000m 산봉우리에 오르는데 갑자기 몰려온 구름이 세상을 감췄다. 베틀봉을 지날 때는 돌풍이 불어 술에 취한 사람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중심잡기도 어려웠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매년 5월이면 진분홍빛 산상화원이 되는 황매평원이 펼쳐진다. 황매평원은 옛날 목장지대였던 해발 800~900m에 철쭉군락지와 구릉진 초원이 이어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황매산 철쭉산행의 백미로 철쭉제 홈페이지의 ‘황매산 능선에 펼쳐지는 진분홍빛 비단이불 철쭉 꽃이불을 덮으러 황매산에 가자’는 문구에 걸맞은 곳이다. 황매산은 억새도 많아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산으로 유명하다.

아래에서 위쪽을 바라보면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가깝게 보인다. 목장의 울타리를 닮은 나무 계단을 오르면 나무전망대를 만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황매평원 주변의 풍경이 일품이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잠깐이나마 강한 바람이 운무를 서서히 몰아내며 세상을 활짝 열어 변화무쌍한 날씨를 실감했다. 덕분에 동쪽의 오토캠핑장과 서쪽의 영화주제공원을 잇는 굽잇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황매평원 주변의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숲길을 지나면 암봉으로 된 정상을 만나는데 주변은 크고 작은 바위들을 연결하며 기암절벽을 이룬다.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서야 하는 정상의 키 작은 표석에 ‘황매봉(黃梅峰)’이란 글이 음각되어 있다. 정상은 지리산의 천왕봉과 웅석봉, 왕산, 합천호 등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전망이 좋은 곳이지만 오늘따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도 없어 쓸쓸하다. 우리 일행도 궂은 날씨 때문에 몇 사람만 정상에 올랐다. 부창부수라고 바람 때문에 베틀봉에서 먼저 내려간다던 아내는 혼자 정상에 나타나며 감동을 줬다.


구름이 사라지자 숨어있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맑은 물로 마음을 씻으라는 청천세심(淸泉洗心)이 죽은 나무에 써있다. 황매산 제단 아래편으로 최근에 만든 성벽과 누각도 보인다. 베틀봉으로 가며 뒤돌아보면 조금 전 이곳을 지날 때는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던 황매평원과 황매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토캠핑장 방향의 임도로 가면 가깝지만 산허리를 따라가는 게 좋다. 걷기에 편한 산책길이 이어지고 군데군데 의자가 놓인 쉼터가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황매산과 삼봉 줄기, 황매평원과 오토캠핑장, 철쭉군락지와 모산재 방향의 풍경도 멋지다.

합천팔경 가운데 제8경에 속하는 명승지로 병풍처럼 펼쳐진 바위가 절경을 만드는 모산재(높이 767m) 방향의 하산길이 눈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약속시간을 지키려면 축제장의 셔틀버스에 올라 덕만주차장으로 가야했다. 3시 20분경 덕만주차장에 도착해 운영진에서 부쳐내는 빈대떡과 도토리묵을 안주로 뒤풀이를 했다. 역시 비오는 날은 따끈한 빈대떡에 막걸리가 최고다.

4시에 출발한 관광버스가 가까이에 있는 합천호와 경호강 옆에 있는 매운탕 집들을 지나치며 생초IC로 통영대전고속도로에 들어선다. 하루 종일 변덕이 죽 끓듯 날씨가 변했다. 먹구름 뒤로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나타나 날씨가 맑아지는가 했더니 다시 시커머케 변했다. 덕유산휴게소에 들러 들바람님이 아침에 놓고 온 휴대폰을 찾으며 부지런히 달려와 7시 20분경 최종목적지인 용암동에 도착했다. 사람들 마음이 다 같겠는가. 날씨 궂은날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산행을 추진하느라 애간장 태웠을 운영진의 노고 덕분에 행복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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