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한테 미술교사라고 얘기도 못해요. 평소 작품 한 점 하지 않는데 어떻게 떳떳하게 미술교사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미술교사들이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어요.”미술교사로 정년퇴임을 앞둔 동료교사의 말이 떠오른다.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미술을 가르쳐 온 내게도 늘 꼬리처럼 따라다니던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실기능력 향상 위해 유인책 필요 미술은 어느 교과보다 실기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실기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새내기 미술교사들은 상당한 실력을 겸비해 교육현장에 투입되지만 교직의 시작과 함께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포기하고 만다. 수업진행을 위한 수업설계, 수업방법연구, 학급운영, 성적처리, 행정처리, 교육과정 연구만으로도 교사들은 바쁘다. 이런 것만 잘 해도 미술교사로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데 굳이 작품 활동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미술교사들은 1년에 작품 한 점조차 제작하지 않는다. 시도별로 중등교원미전이 있지만 참여율이 너무나 저조한 게 현실이다. 설령 출품한다 해도 신작이 아니라 수년 내지 10년도 넘은 작품일 경우가 있고
2016-12-16 13:59
교육계의 노력 끝에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권보호법)과 시행령이 개정돼 8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갈수록 교권침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진일보한 법령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예방적 차원의 법령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교권침해에 대한 교육감의 고발조치 의무화, 특별교육 거부 학부모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을 골자로 한 교권보호법 개정안이 다시 국회에 제출됐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보완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먼저 교권보호법에는 가해학생에 대해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게 할 수 있는 규정만 두고 있을 뿐, 전학 처분과 같은 징계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징계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5가지 징계만 가능할 뿐, 전학 처분이 불가능하다. 이는 전학 처분이 필요하다는 일선 현장의 요구와 배치된다.교권보호법 시행령에는 시‧도 교육감이 ‘교육활동 침해를 당한 교원의 치료, 전보(轉補) 등 보호조치’에 관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은 학생, 학부모 등으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의 보호
2016-12-11 16:51
많은 전문가들은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이미 여러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그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딩(coding)을 공교육에서 가르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생활언어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계적인 언어, 즉 프로그래밍을 이해하면 개인의 경쟁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인공지능시대에 대비해 교육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앞으로의 기술변화 속도는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윤곽으로 보면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지 일정 부분 예측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과연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일까?첫째, 비판적 사고능력(정보판별력)이다. 학생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무한한 정보환경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자신과 공동체에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비판적으로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의 함양이 요구된다.둘째, 통찰력이다. 이것은 현상을 총
2016-12-10 12:39
“간격은 통로다. 둘 사이 간격이 있다고 서운하게 생각지 말라.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이 나무를 자라게 하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 간격이 사랑하는 마음을 키운다. 간격은 무엇이든 흐르게 하는 통로다. 바람이 흐르고 햇살이 흐르고 물이 흐르고 정이 흐르고 이야기가 흘러간다. 둘 사이 흐르는 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못한다.”입담 좋아 보이는 방우달은 자신의 시집 ‘풍선 플러스’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 차간 거리를 잘 유지해야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듯이 사람 사이의 거리, 즉 ‘인간거리’도 잘 유지해야 한다. 침묵 속에 빠진 교무실 요즘 학교 안에서 교사 간의 인간거리는 적절한가. 너무 가까워져 생기는 갈등보다는 너무 멀어져서 야기되는 문제가 더 많은 듯하다. 사람들은 대개 침묵으로써 외부 세계와 자신을 단절시키고 스스로 고립된다. ‘내가 당신의 영역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지 않을 테니 당신도 나의 영역에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암시가 공기 중에 흐른다. 그래서 ‘당신 수업을 공개하라고 하지 않을 테니, 내 수업도 보겠다고 요구하지 마시오’ 그런 암묵적인 신호가 강하게 감지된다. 언제부턴가 교무실도 너무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 공적인 공간이지만 아무
2016-12-05 15:01
최근 교사가 학생들에게 교원평가를 독려하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또 나왔다. 교원평가의 계절에 단골 메뉴처럼 되풀이되는 일이다. 그 때마다 일반 국민들은 ‘어떤 평가인데 저렇게까지 하나’ 의구심이 들만도 하다. 교원평가는 교육의 질적 향상과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2005년 도입 당시부터 교단의 반발을 사온 정책이다. 10년 넘게 그 효과에 대한 검증도 없이 해마다 형식적인 평가가 반복되고 있어 교원 사기 저하는 물론 교육현장의 혼란만 반복되고 있다. ‘깜깜이 평가’ 되풀이, 자존감만 상처 교원평가가 실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평가자가 교육전문가가 아닌 학부모와 학생이라는 점 때문이다. 교사의 교육활동은 교수활동, 생활지도, 각종 교무업무 등 매우 전문적이고 다양한데 이런 교사들의 일상을 교육의 비전문가가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먼저 학부모들의 경우, 고작 한두 번 공개수업 장면을 보고 교사를 평가하라고 하니 그 자체를 매우 난감해 한다. 그러나 학교가 강요하니 의미 없이 평가할 수밖에 없고, 많은 학부모들이 교사의 수업 참관은커녕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이 ‘깜깜이 평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
2016-12-05 15:01
얼마 전 집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의 배신(윌리엄 데러저위츠)’이란 책을 읽었다. ‘공부’와 ‘배신’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묘한 부조화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도대체 공부가 뭘 배신한다는 건가? 공부는 노력한 만큼 우리에게 정직한 보답을 주는 게 아닌가? 이런 의문은 책장을 넘기자 자연스레 풀렸다.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버드 마케팅’이란 말이 있다. 학원을 하든, 병원을 세우든, 책을 출판하든 ‘하버드’란 말이 들어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한 신뢰를 보낸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엘리트 의식과 특권 의식이 만연해 있다.윌리엄 데러저위츠는 특권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미국 명문대생들의 생활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작가는 하버드대를 비롯해 예일대, 프린스턴대 학생들을 똑똑한 양(羊)들로 비유했다. 머리는 비상하지만 소심하고 호기심이 없는 온순한 양들처럼 정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대열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곧 낙오이고, 낙오는 인생의 실패이며 패자가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감히 새로운 도전은 꿈도 꾸지 못한다.우리나라 명문대생들은 어떨까. 얼마 전 신문에서 서울대생은 꿈이 없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들은 이미 서울대 입학이라는 꿈을 이뤘기…
2016-12-05 11:52
현재 컴퓨터(정보)와 한문 교과는 선택교과여서 학생들이 희망에 따라 수업을 받는다. 그런데 국‧영‧수 등 수능 교과의 거센 영향력 때문에 선택교과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특히 컴퓨터(정보) 교과는 컴퓨터실 노후화까지 겹쳐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하다. 과거 교육정보화 사업이 한창일 당시에는 예산이 집중 투자돼 그야말로 컴퓨터실은 학교 첨단시설의 메카였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요즘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낙후한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컴퓨터실 예산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선택한 학생보다 컴퓨터가 부족한데다 느리고, 그나마 고장도 많아 2명이 한대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정부, 교육부, 교육청, 학교가 정보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컴퓨터실을 없애거나 선택교과 기회마저 주지 않으면서 컴퓨터 교육은 위기에 놓여있다. 그동안 지원되던 보조교사 배치도 중단됐고 컴퓨터를 관리하기 위한 유지‧보수 업체와의 계약조차 없어져 어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다.일부 학교는 컴퓨터 부족과 낙후로 이론수업에 그치는가 하면 수행 실기수업이 곤란한 경우도 겪는 형편이다. 컴퓨터 교사도 정규교사 없이 기간제 교사, 순회교사들로 배
2016-12-05 11:51
교육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교육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도 선거과정에서 주요 어젠다로 설정할 만큼 중시한다. 최근에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가 화두로 떠오르며 학교의 창의성 교육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교육의 가치가 과장됐고, 필요 이상 강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모든 학생’의 입장에서 학교교육의 가치는 지적, 도덕적, 체력적(이하 전인(全人)) 성장에 있다. 인간의 지력과 체력이 사회에 필요한 기본적인 재화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발달하지 못하거나 공동체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도덕적 성장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유지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공교육체제(학교교육)는 인간의 사회화와 성장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제도적 장치로 큰 의미를 지닌다. 학력‧성적 따른 과도한 차별 대우그럼에도 공교육은 개인 간 격차를 좁히는 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개인 간 격차를 공적으로 인증하는 체제가 됐다. 사회는 학력과 성적을 기준으로 한 차별대우를 정당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이 점에서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학교교육을 통해 드러나는 개인 차가 과도한 보상 차로 연결
2016-12-05 11:50
초등교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상을 받고 싶어 한다. 살금살금 다가와 귓속말로 “선생님, 상 타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듣기도 한다. 상 타기는 순진한 아이들의 간절한 소원이기도 하고, 때로는 과열 경쟁을 낳는 작은 욕심이 되기도 한다.요즘은 1등, 2등 이런 서열 중심의 상이 많이 줄어든 편이다.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교육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가령 가을에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 보통 독서의 달 행사를 한다. 책 만들기, 독서퀴즈대회 등 내용도 갖가지다.童心에 상처 주는 서열 위주 시상 그런데 책을 잘 만든 아이에게만 상을 주고 나머지를 소외시키면 위화감 문제가 발생한다. 원래 독서의 달 행사는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 책과 가까이 지내게 하려는 것인데 오히려 행사가 아이들의 차별을 낳는 셈이다. 더욱이 상을 못 받은 아이 중에는 아예 자신이 소질이 없나보다 체념하고 심지어 책을 싫어하게 되기도 한다. 행사를 하지 않았으면 책을 계속 좋아했을텐데 등수를 매겨 상을 주니 책을 싫어하게 되는 현실은 모순이면서 비교육적인 일이다.이 때문에 상을 주지 않는 학교가 늘고 있다. 상이 없어도 누구나 창의적으로 책을 만들 수 있고 책을 좋아하게 되니 말이다. 이건 행사의
2016-11-19 20:18
지방교육자치제도는 현실 변화를 반영하면서 지속적으로 바뀌어 왔다. 우선 교육위원 및 교육위원회 제도의 폐지가 그렇다. 이는 전문가가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이 지역 교육정책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돼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교육감의 자격과 선출방식도 현실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교육감 자격기준에서 교육 관련 경력을 최소화해 온 것은 교육감은 전문적 교육행정가라기보다는 교육을 이해하는 교육정치가여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교육감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교육제도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공적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주민 요구 반영한 교육 추진 긍정적 시․도교육청이라는 집행기관을 시․도와 분리한 것은 교육제도 운영이 일반 행정으로부터 분리돼야만 교육의 특수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교육의 진흥을 위해서는 일반 지방자치와 지방교육자치의 긴밀한 연계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교육행정이 일반 행정과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이를 반영한 것이 지방자
2016-11-17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