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교시, 점심을 먹고 돌아온 아이들의 식곤증(食困症)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얘들아,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단어가 뭐니?" 내 질문에 아이들은 "독서, 단풍, 하늘, 엽서, 운동회, 여행, 소풍이요"라고 이구동성(異口同聲) 답했다. 인터넷 시대, 점차 외면 받는 독서 예상대로 가장 먼저 말한 단어는 독서(讀書)였다. 가을 하면 연상되는 것이 독서라는 사실을 아이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책 읽는 아이들을 찾아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연간 독서량을 물어봤더니 아이들은 평균 다섯 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한 권도 읽지 않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이 아이들 대부분은 무료한 시간을 인터넷과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보낸다고 했다. 책을 보면 잠이 온다는 변(辨)을 늘어놓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모르는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모두 알 수 있다며 구태여 책 읽을 필요가 없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어떤 아이는 단지 생활기록부 독서활동에 적으려는 방편으로 책을 읽는다고 해 나를 당황하게 했다. 이렇다보니 책을 읽고 싶어도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독서를 안 하는 아이들이 갈
2016-10-24 16:372017학년도 대입의 막이 올랐다. 한양대, 건국대 등의 논술고사를 시작으로 이달 중순까지 대학별고사가 이어지고 다음 달에는 수능이 치러진다. 재학생은 감소…N수생은 증가 지난달 9일 마감한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 60만 5988명이 지원했는데 이는 지난해의 65만 1187명보다 2만 5199명(4%)이나 감소한 것이다. 인구 절벽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대입 경쟁률도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N수생이다. 수능 지원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2012학년도 이후 재학생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나 N수생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수능 지원자 가운데 재학생은 78.2%(2014학년도)→77.2%(2015학년도)→76.3%(2016학년도)→75.8%(2017학년도)로 감소하고 있으나 N수생은 19.6%(2014학년도)→20.5%(2015학년도)→21.5%(2016학년도)→22.3%(2017학년도)으로 증가하고 있다. N수생 증가 못지않게 재학생들의 학업 부담도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대입에서 학생부 중심의 수시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수능 중심의 정시에 대한 부담도 여전하다. 재학생들이 현재의 입시 시스템을 충실히 지킨다는 전제하에서 치열한 내신경쟁,
2016-10-17 11:46현재 우리나라는 초중고를 망라해 ‘진로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일반고에 이어 내년에는 초등교와 중학교에서도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진로교육 집중학기제’가 시범 운영된다. ‘화이트컬러’ 가장 큰 타격 전망 진로교육 집중학기제는 특정 학기를 정해 진로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2016년부터 전면 시행하고 있는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하지만 지필고사를 보지 않는 자유학기제와는 달리 시험은 치르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 1, 2학년 교육과정에도 진로교육을 정규 의무교과로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점점 학생들의 꿈과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올해 초등교에 입학하는 전 세계 7세 어린이의 65%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일자리에서 일하게 될 전망이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인공지능·로봇기술·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기존 1·2·3차 산업혁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화이트컬러 직업군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일반 사무직을 중심으로 제조·예술·미디어 분야 등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2016-10-17 11:43지난달 말 강원도교육연구원에서 열린 ‘강원도 학생생활문화 및 학교구성원 인권실태조사 최종 보고회’를 다녀왔다. 세상에는 모순이 많지만 거기에서까지 경험할 줄은 몰랐다. 아동은 보호·배려 필요한 미성숙 존재 이날 강원교육청은 관내 학생들이 서울, 경기 지역 학생보다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 내용이 점차 강원도에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흘렀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서울, 경기 학생보다 강원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더 만족하고 있다면서 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지 억지스러웠다. 인권조례를 만들 필요가 없음을 반증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오히려 필요하다고 해석하니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언급한 부분도 자의적이었다. 보고서에는 ‘국제적으로도 청소년을 불완전한 미성숙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하나의 인격적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합의가 형성됐다’고 기술했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부록으로 실었다. 그런데 협약문 서론에는 전혀 다른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내용인 즉 ‘아동은 신체적, 정신적 미성숙으로 인하여 출생전후를 막론하고 적절한 법적 보호를 포함한 특별한
2016-10-07 15:17지난 3월 알파고 돌풍이 불더니 최근에는 포켓몬고라는 게임이 증강현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때마다 우리는 왜 이런 앞선 과학기술을 성취할 인재를 키우지 못했느냐고 자성하기 바빴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교육, 코딩교육, AI교육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 시대, 교실도 변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학교와 교실 속에서 소프트웨어, 코딩, AI 등의 교육을 하면 바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인재를 키울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새로운 교육내용을 도입하는 대증적인 처방에는 한계가 있다. 아이들은 열심히 듣고 선생님들은 교과서 내용 그대로를 빠짐없이 전달하려 애쓰는 상황이 완고하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변화는 무엇으로 이끌어 내야 할까. 바로 교육정책의 몫이다. 그동안 당국은 수업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왔다. 그 중 필자는 교과교실제에 주목한다. 시대 변화를 이끌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학습자 중심 수업으로의 전환이 절실하고, 이에 적합한 정책이 교과교실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교과교실제 수업개선과 교육환경 개선 정책이 결합되지 못한 채 겉돈 측면이 있다. 수업은 변화하지 않은 채 교과교실제
2016-10-07 15:14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다. 교원 등 공직자들은 금품 비리 등과 관련해 이미 엄격한 관련법과 교육청 지침 등을 적용받고 있는데 또 하나의 법이 얹혀진 셈이다. 이에 대해 학교현장은 우려와 혼란이 교차하는 표정이다. 교육공동체 협력관계 위축될까 걱정 특히 법이 시행된 상황인데도 적용 범위와 기준에 대해 여전히 깜깜이인 것은 문제다. 이 때문에 권익위 홈페이지에 문의가 폭주하고 있고 한국교총이 나서 김영란법 문답풀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명예교수, 겸임교원, 시간강사 등 고등교육법상 교원이 아닌 경우는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기간제 교사, 사립 어린이집 교사는 법 적용 대상이다. 학부모가 스승의 날에 촌지 10만 원을 교사에게 건넸다면 학부모와 교사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면서도 원활한 직무 수행 또는 사교, 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등은 예외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수업 시작 전에 교탁 위에 학생들이 갖다놓는 음료수나 1000원씩 모아 간단한 선물을 하는 경우, 학부모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500
2016-10-04 14:12국회의원을 상징하는 ‘금배지’에는 한자로 ‘나라 국’자 문양이 있었다. 이를 한글로 표기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2014년부터 한글로 ‘국회’로 변경됐다. 이는 광역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의회 배지에도 영향을 미쳐 서울시의회를 비롯해 부천시의회 등이 한글 표기로 바꿨다. 영어, 한자가 점령한 교표 사실 우리나라 국회의원 배지에 한자를 쓸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잘못을 바로 잡은 아주 적절한 조치였다. 이런 작은 실천이 한글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습관에 씨앗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제는 학교에서도 한글 표기 운동이 더 활발해졌으면 한다. 우선 학교를 상징하는 교표부터 한글로 바꿔보면 어떨까. 교표는 교육적 이념과 정체성을 나타내려는 의도로 색상, 무늬, 형태를 다양한 방식으로 창안하고 있지만, 정작 그 중앙에는 ‘中’자와 ‘高’자가 자리하고 있다. 학교 이름 자체를 한자로 표기하는 곳도 있다. 일부 학교는 아예 학교 이름 로마자 표기의 첫 자를 이용해 교표를 만들고, 개교 연도를 표시하면서 ‘since 1970’으로 한다. 교표는 배지로 만들어지고, 교기를 비롯해 학교의 여러 문서 등에도 그려진다. 그리고 교표는 체육복 등에
2016-10-04 14:09최근 강원도 철원의 모 고교에서 자녀의 학교폭력 징계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가 학교폭력자치위원 명단과 연락처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교감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해당 교감은 병가를 내고 입원 치료까지 받았고,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교권보호법 무색하게 한 흉기 난동 학부모의 교권침해가 갈수록 사회 문제화 되는 현실이지만 이번 사건은 금도를 한참 넘어선 것이다. 결코 신성한 배움의 장소인 학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반교육적 범죄다. 안타깝지만 이번 사건은 지난 8월 4일, 일명 교권보호법인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학교현장에서 일어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자칫 이제 막 시행된 교권보호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교권보호법을 보다 강력하게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통해 지도감독권자인 교육감은 학생 아닌 제3자의 폭행, 명예훼손, 모욕 등에 대해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2016-09-26 16:48진보교육감들은 현재의 학생들이 입시교육에 혹사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9시 등교를 만들었고 방과 후에는 자유를 주거나, 예비대학 과정을 수강하게 하겠다고 한다. 시험도 가급적 축소하고, 학생들에게 꿈 꿀 시간을 주겠다고 한다. 학력저하, 일탈 양산하는 혁신 이 얼마나 에듀토피아적인 환상인가.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념 아래 혁신공감학교, 민주시민교육, 마을공동체교육, 그리고 현장을 섬기는 교육을 하겠다는 취지로 교장들을 불러 가르치고 학부모를 모아 공감 토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께름칙한 게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혁신’과 ‘공감’을 강조하는 데에도 ‘공감’은커녕 스트레스만 증가한다. 요즘 유행어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가 목까지 차오른다. 혁신, 혁신을 부르짖지만 새롭기는 고사하고 업무의 과중과 학력저하, 인성의 부재만 양산하고 있다. 흔히 양란으로 불리는 심비디움(Cymbidium)은 꽃이 크고 화려하지만 동양란과는 달리 향기가 없다. 어쩌면 교육감도 화려한 외국 교육모형에 심취하여 전통교육을 천시하고 맹목의 교육을 추종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도대체 ‘혁신’하자 해서 나아진 것이 무엇인가. 학력인가 아니면 인성인가
2016-09-26 16:46납과 중금속이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히 성장기 학생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지난 3월 환경부는 서울의 한 대학 부속 연구소에 우레탄 트랙 시험 용역을 준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환경부는 우레탄 트랙 운동장에서 납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면서 어린이시설에는 장기적인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유했다. ‘울며 겨자먹기’ 흙 운동장 추진 안돼 이에 따라 교육부도 전국 초·중·고의 우레탄 트랙 설치 현황과 유해성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우레탄 트랙 설치 2673개 학교 가운데 66%에 해당하는 1767개 학교에서 한국산업표준 기준치인 1㎏당 90㎎을 초과하는 납 성분이 검출됐다. 이 중 15개 학교에서는 무려 기준치의 100배가 넘는 납 성분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부가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부터 불거졌다. 당국은 KS기준에 없다면서 중금속만 검사하라고 지침을 내림으로써 결과적으로 KS기준에 없는 유해물질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프탈레이트라는 유해물질이 새롭게 제기되면서 당국의 허술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국이 마련한 KS 기준조차 그 대상과 범위, 기준에 있어서 신뢰하기 어려워졌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2016-09-20 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