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울산 계모 살인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돼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이 잇따라 제·개정된 바 있다. 그런데 이 법들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해 엄벌주의 일변도로 입법된 결과, 교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어 문제다. 먼저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징역형은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고, 집행유예 처분을 받더라도 그 기간 동안 보호관찰소의 수강명령을 필수적으로 이행하게 돼 있다. 또한 벌금형에도 이와 유사한 이수명령을 받는 등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모호한 조항으로 엄벌, 위헌 요소 다분 더욱이 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문제는 ‘정신적 가혹행위’의 개념이 너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헌법 제13조의 죄형법정주의, 그리고 법치주의에서 도출되는 ‘명확성 원칙’에 따를 때 법률은 명확해야 한다. 특히 국민에게…
2017-02-05 11:33중학교에 학교 스포츠클럽이 도입된 지 4년 반쯤 된 것 같다. 새 학년도가 아닌 2학기에 갑작스럽게 도입돼 갖가지 문제점이 노출됐으나 학교폭력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취지에 밀려 교육과정에 들어온 이후로는 별다른 논란 없이 운영되고 있다. 스포츠클럽 도입 후에는 대략 체육교과 시수와 스포츠클럽을 더해 주당 4시간이 운영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서울의 경우는 3년 간 주당 1시간(34시간)만 창의적체험활동 시간 활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많은 학교들이 스포츠클럽 도입 후 체육수업 시간을 기존 1~3학년 3-3-2에서 3-3-3으로 조정해야 했다. 스포츠클럽을 매 학년 34~68시간 씩 3년간 총 136시간을 운영하도록 못 박고 있는 교육과정 고시에 따라 두 시간만 편성된 학년에서는 스포츠클럽을 1시간 더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체육수업을 주당 두 시간 편성한 학년이 있는 학교들이 꽤 많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운영되는 스포츠클럽은 강사비가 지원되지 않는다. 창의적체험활동은 원래 해당학교 교사들이 담당해야 하
2017-02-03 14:03새해는 밝았지만 앞이 캄캄한 요즘 교육자로서 반성을 많이 한다. 바른 교육을 하지 못해 일어나고 있는 일들 때문이다. 수백 명의 학생들을 내버려둔 채 혼자만 살겠다고 뛰어나온 세월호 선장, 진실보다 거짓을 일삼는 위정자들 모두가 바른 교육을 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정의사회를 구현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놓고 부정을 일삼았던 지도자들 모두가 바른 인성을 갖지 못해 그랬을 것이다. 물론 구조적인 사회 인식 및 시스템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인성교육 리스타트가 절실한 시점이다. 스펙보다 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이 성공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아이들을 무한 입시 경쟁 속으로 밀어 넣은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생각이 바른 아이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스펙이나 실력을 떠나 인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실력이자 경쟁력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모 대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 사람다운 사람 즉, '인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탄탄한 기초 역량과 바른 인성을 겸비하고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원자를…
2017-01-21 09:19경기도 여주의 한 중학교에서 올해부터 학생이 직접 담임선생님을 고른다고 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학교는 전교생이 71명인 소규모 학교다. 그래서 한 학년이 한 학급에서 수업을 받는데 이를 작은 그룹으로 나누고 학생 희망을 반영해 담임교사를 배정한다는 것이다. 담임교사 제도는 근대 신교육 시작과 함께 우리나라에 도입돼 학생을 효율적으로 지도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사의 성별과 경력 등을 고려해 담임교사를 임명한다. 실제로 학생들에게는 매일 보는 담임교사의 말과 행동이 그대로 살아있는 지식이 된다. 흔히 말하는 사제동행(師弟同行)의 문화도 여기서 만들어진다. 교직 사회에서 담임교사는 교직의 꽃으로 인식돼 왔다. 담임교사를 맡아야 학생들이 진짜 선생님처럼 느낀다. 교과 담당 교사는 기억을 못해도 담임교사는 영원히 마음속에 담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담임교사의 모습이 달리지고 있다. 학습 지도는 물론 생활지도 업무가 폭증해 기피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수당을 지급하고 승진 가산점을 주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담임교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현실로 볼 때 담임교사를 학생이 선택하는 정책은 단순히 시선을…
2017-01-20 18:15올해도 교육부는 국가시책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무수히 많은 사업과 예산을 마련하고 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공문을 시달했다.다문화학생의 적응지원을 위한 맞춤형 교육,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체험형 예방교육 확대, 게임 과몰입 예방 및 건강한 인터넷‧스마트폰 자율 조절 능력 함양을 위한 예방프로그램 확대, 학업중단숙려제 운영, 대안교실, 대안위탁기관 운영, 체육‧예술교육을 통한 인성함양 등등….학생들의 학교적응력 향상을 위해 실시되는 사업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이 모든 사업의 공통점은 학생을 지도하고 가르쳐야 하는 교육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단 한명의 어른이 아이 변화시킨다 조세핀 김 하버드대 교수는 “아이를 진심으로 돌봐주는 단 한명의 어른만 있으면 그 아이는 변한다”고 했다. 학업중단 등 여러 위험성이 많은 청소년기를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어린 시절을 잘 보살펴 주는 유능한 ‘어른’이 필요하다.심리학자인 톰 스콥홀트가 성인 171명을 대상으로 ‘좋은 선생님, 훌륭한 선생님’을 두 단어로 설명하기 위한 설문을 했다. 응답자들은 선생님이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고 느낄 때와 관련된 단어로 배려, 이해, 친절, 인내, 관심, 도움,
2017-01-15 10:58한국교육의 현실은 아직도 교육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혼돈과 갈등만을 양산하는 분란의 소용돌이에 서 있다. 이는 교육의 본질과 가치가 무엇이냐에 대한 보편적 물음에 국가나 사회가 명쾌한 해답을 내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교육사상가 아리스토텔레스는 교육의 목적을 ‘개인으로 하여금 이성적이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데 뒀다. 모든 교육행위의 궁극적 목적을 행복으로 본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육은 인간에게 행복을 갖게 하는 기술이라 생각하고, 교육을 통해 모든 인간이 행복을 누릴 때, 국가도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경쟁, 이념에 매몰돼 교육본질 훼손 그러나 지금 한국교육은 어떠한가. 먼저 교육의 본질을 벗어난 경쟁 일변도의 교육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벌 중시 사회구조와 맞물려 공교육의 궤도 이탈과 학교교육의 정체성 상실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주체의 한 축인 교원 대다수가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학생들의 행복지수는 OECD 최하위다. 지난해 발표한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본인 세대에 비해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 응답이 2006년 27.3%에서 2015년 51.4%로 크게…
2017-01-15 10:54‘영재 발굴단’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전국의 ‘영재’를 찾아 그들의 능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영재라면, 수학이나 과학, 언어 등의 학습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떠올리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영재들의 뛰어남은 학습 능력에만 한정돼 있지는 않다. 차종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고층 빌딩에 열광하는 아이, 치어리딩에 푹 빠진 아이, 스마트폰과 떨어질 줄 모르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이들을 자동차 영재, 초고층 빌딩 영재, 치어리딩 영재, 스마트폰 영재라고 소개한다. ‘똑똑’이 아닌 ‘특별’이 필요한 시대 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30%를 넘지 않았다. 반면 경제 성장은 빨랐다. 기업은 똑똑한 인재를 필요로 했고, 이때 똑똑함의 기준이 바로 ‘학력’이었다. 하지만 사회가 달라지면서 인재상도 달라지고 있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어섰고,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능력’을 증명하는 기준이 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획일적 기준의 똑똑함이 아니라 ‘특별함’이 필요한 시대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특별함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학교 성적이 뛰어난 것도 특별함이 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성적
2017-01-08 09:223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친 ‘2015 개정교육과정’이 2017학년도 1학기 초등학교 1~2학년(군)부터 시작해 연차적으로 초ㆍ중ㆍ고교에 적용된다.교육부는 2015년 12월 1일, 2015 개정교육과정을 수정 고시한 이후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총론, 교과별 각론 해설서를 발행하고 각종 교육과정 홍보자료를 개발해 일선 학교와 교육계에 보급했다. 또 교원과 교육전문직 1만 3천명을 교육과정 핵심교원 및 선도교원으로 연수하고 이들을 강사로 활용해 전국 23만여 명의 교원‧전문직들에게 역량 강화 연수를 시행해왔다. 참여 강화된 ‘현장친화형’ 교육 2015 개정교육과정은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초ㆍ중ㆍ고교 학교 현장에서 바람직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고안된 ‘현장친화형’ 교육과정이다. 학생들의 참여 활동을 강화해 스스로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하며, 학습 동기와 흥미를 유발해 꿈과 끼를 발휘하도록 하는 행복교육을 지향한다. 특히 문ㆍ이과 칸막이를 없애 인문ㆍ사회ㆍ과학기술에 관한 기본 소양을 토대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적 창의력을 두루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추구하고 있다.학교급별 핵심 내용은 초등 1~2학년의 수업 시수를 주당 1시
2017-01-07 15:35지난해 시간들을 되감아 보면 무슨 사건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참담하다. 인류문화가 진보하면 인간의 이성도 진화해야하는데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부패지수 56점, OECD 34개국 중 최하위권(27위)으로 확인 된다.박근혜 대통령도 “부정부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스스로 무능에 중독됐다. 한 해의 사건들을 보라. 외교관의 성추행, 강남역 묻지마 살인, 신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아버지에 의한 토막 살인, 엘씨티 비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시작일 뿐이다. 게다가 어느 중학교 교장의 음란물 사건까지, 참 다채롭다.인간 답지 않은 사람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도대체 저들을 방치한 담임은 누구였는가. 더욱이 뻔뻔한 공직자들을 볼 때는 그 부모와 담임의 종아리를 치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다. 그러다가도 기초생활수급자가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는 것을 보면 분노도 눈물로 변한다. 도대체 자본과 권력이 뭐란 말인가.문제는 교육이다. 참나무처럼 활활 타올라야 할 교육이 좀체 타지 않는 게 화근이다. 두드리고 치고 담금질해 훌륭한 연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불도 약하고 장인도 정신을 잃었다. 대충대충. 설렁설
2017-01-02 09:15고3이 돼 수시와 정시 전형을 경험하고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허무함이었다.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만큼 탈락의 아픔을 겪는 친구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고는 하지만 대학 간판만 강조하는 현실에서 불합격을 ‘낙오’가 아닌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일 학생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과거 진로보다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는 정시 전형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수시 전형이 등장했다. 그러나 수시 역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공정성에 대한 의문만을 야기할 뿐이었다.물론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원하는 전공에 진학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경험할 기회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히 수시 비중만 늘리는 것은 탁상공론식 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형 비중을 늘리고 줄이는 데 급급하기보다 학생들이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됐으면 한다.사람들은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는 수험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이나 위로가 될 수 없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만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는 문제도 사라질 것이고 대입에 대한…
2017-01-02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