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이 되면 학교에서는 과학의 달 현수막을 걸고, 다양한 과학 활동과 행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중간고사를 치를 시기 쯤 되면 학생들은 과학을 그냥 외우기만 할 뿐, 결국엔 자신이 무엇을 공부했는지도 모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과학 체험학습도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식이 부족해 당초 취지가 퇴색되는 분위기다.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세계 3위의 성적을 올리면서도 학습에 대한 흥미, 동기, 자신감 등은 OECD 평균보다 낮다는 결과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What'에만 몰두하는 교육현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삶과 연계된 과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평가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교과 간, 교과 내, 창체 간을 어떻게 연계할지 교육과정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교육은 ‘What(무엇)’에만 몰두하고, ‘How(어떻게)’에 대한 고민이 늘 부족하다. 과학과의 특정 단원을 교과 간, 교과 내, 창의적 체험활동(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가령, 식물의 이름을…
2017-04-21 14:36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생의 고등교육 진학률은 90년대 중반에 이미 50%를 넘어, 2016년도 기준으로 70%의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25세에서 34세까지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2015년 기준 69%로 OECD 평균 42%를 27%p 상회하는 최고 수준이다.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경쟁력은 낮게 평가된다. IMD 국제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대학교육 경쟁력 순위는 2016년 기준 61개 참여 국가 중 55위다. 정부 부담, OECD 평균 27% 불과대학교육 경쟁력이 낮은 원인의 하나는 적은 재정투자다.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2013년 OECD 평균의 59% 수준이다. 그리고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에서 정부부담 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OECD 평균 71%에 비해 턱 없이 낮은 33%이며, 정부부담 공공재원 규모도 OECD 평균 대비 27%에 불과하다.정부는 2010년 11월 발표한 '고등교육 재정투자 10개년 계획'에서 정부예산 대비 고등교육 재정규모를 점차 늘려 2010년 2.6%에서 2020년에는 3.4~3.6%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을 기준으로 정부예산 대비 고등교육예산 규모는 명목상 3.0%다. 그
2017-04-14 15:41벚꽃이 만발하고, 꽃샘추위가 물러가는 4월이다. 매년 4월에는 많은 이들이 기억해주는 장애인의 날 행사들로 가득하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체험 부스에서 시각·청각·지체장애 등을 체험해볼 수 있다. 한 번이라도 그런 체험을 해본 사람들은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장애인들을 만났을 때 그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것이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다. 이 시점에서 장애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장애를 가졌다 하더라도, 세상을 살아가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데 불편함이 없다면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다. 이것이 최근 바뀌어 가고 있는 장애의 개념이다. 시설·환경보다 중요한 건 인식 따라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이동에 불편함이 없고, 사람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장애’라는 말이 사라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시설, 도구, 장치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들의 인식이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이런 인식은 장애인을 자주 겪어보고 익숙해지면 바뀔 수 있다. 쉬운 예로 사회복무요원들이 처음 특수학교
2017-04-14 15:41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중 ‘사람책’이라는 게 있다. 기존의 서적을 대신해 학생들이 직접 사람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듣고 이야기하며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군서중에서 운영하는 ‘사람책’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사람책’으로 등장한다. 93세가 넘으신 어르신부터 동네에서 호떡집을 운영하시는 사장님까지 나이와 직업, 성별을 불문하고 ‘사람책’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들의 삶을 잠시 체험하며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방법을 습득하고 있다.그동안 학교 입장에서 마을은 단순히 장소를 제공하는 행정구역상 이름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마을에게도 학교란 학생들이 배우는 장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학교를 비롯한 교육공동체의 지속적인 노력과 선생님들의 의식 변화로 마을과 함께 하는 학교의 모습이 점차 갖춰지고 있다. 지역은 교육 협업의 파트너 지역사회와의 협업 교육은 학생 자신이 속한 마을에 대한 애착심과 자부심을 갖게 한다. 한 마을에 살면서도 잘 모르던 마을 사람들을 알게 되고, 자신이 몰랐던 장소와 방문하기 쉽지 않았던 사업체를 방문하면서 마을에 대한 주인의식이 높아진다. 그리고 주인의식은 내가 속한 학교와 마을을 위해 조그마한 노력이
2017-04-10 09:59정당 별로 대선 후보들이 결정되며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정당별 경선시스템이 가동되면서 후보들의 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이번만큼은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그런 점에서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은 국정 이해 및 주도 능력과 함께 실천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공약은 안보와 외교, 경제, 일자리, 복지 등 즉각적이고 실효적인 대응이 필요한 분야도 있지만 교육처럼 중·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분야도 있다. 그런 점에서 교육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이 아닌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큰 틀에서의 고민과 대응방안이 담겨있어야 한다.수능·정시 강화 대선 공약 걱정 돼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보스 포럼 대표인 클라우드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삶과 산업 전반에 쓰나미처럼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 기술 등을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선제적 방안으로 창의 인재양성을 강조했다.그런데 일부 대선 주자
2017-04-07 08:41소위 서울의 봄이라 일컬어지는 1987년 직선제 개헌은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줬다. 모든 적폐가 청산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넘치면서도 권위주의적 요소 역시 잔존해 소위 ‘87년체제’는 이런 두 흐름이 혼재된 가운데 상충되는 갈등들이 노골화 되곤 했다. 그 가운데 등장한 글로벌화와 지식정보화 패러다임은 정치체제의 모순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게 됐다. 촛불민심도 그 근저에는 이런 모순을 타파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화가 반영된 것인지 모른다.최근 곳곳에서 고등직업교육체제의 변화 요구가 일어나고 있다. 이도 크게 보면 불평등과 불공정한 직업교육 정책 및 제도적 모순에 기인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일반대학 대 전문대학의 학생 수는 약 75 대 25 비율이지만 정부재정지원은 약 88 대 12로 매우 불균형적이다.전문대 위상 높이고 지원 늘리자또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한다면서 전문대학의 학년을 능력에 맞게 다양화하겠다고 한 박근혜정부의 공약은 전혀 실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참다못해 더 이상 현재의 고등직업교육체제로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마구 터져 나오는 것이다. 현 정부는 능력중심사
2017-04-02 09:30오랜 교감생활 끝에 3월 1일자로 교장에 부임했다. 감개무량한 마음만큼 책임감과 사명감의 무게도 크다. 그도 그럴 것이 교장이 학교에서 챙겨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교장의 자리가 권한만 있고 편할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은 어불성설이다.교장은 학교 전반과 교육과정 운영의 책임자다. 학생교육과 생활지도, 교무관리, 교사지도, 교내장학, 학교 시설관리 등은 기본 업무다. 부서 간 업무조정, 교직원의 고충과 구성원 간 갈등 해소, 불만․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와의 상담도 해야 한다. 학교 공동체 구축을 위한 노력과 교직원·학생 복지 증진에도 힘써야 한다. 교직원의 능력 계발과 정보교환, 아이디어 개발·제공 역시 중요하게 할 일이다.급변하는 사회…임무‧역할 더 중요해져교직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옛날과 사뭇 다르다. 스승 공경 풍토는커녕 실추된 교권으로 교사를 바라보는 학생․학부모의 태도는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교사들의 교직관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이런 현실 때문에 교장의 임무와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확고한 교직관을 가져야 함은 물론 급변하는 주변 여건에 민첩하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 지도자의 덕목을 갖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인성교육도 할 수 없다. 끊임
2017-04-02 09:24최근 전주의 한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여고생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교육자로서 현장실습 중 아픔을 안고 세상을 등진 학생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과 학교 관계자들에게도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평생을 직업교육에 몸담아온 필자 역시 학생들을 현장실습에 파견하고 나면 늘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생활한다. 아마 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특성화고 교원들이라면 다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번 일은 학교, 기업, 정부 모두의 책임이다. 이는 또 다른 비극을 막으려면 모두 생각을 바꾸고 제도나 정책 개선을 위해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부당한 대우, 취업률 정책 재고해야먼저 학교 현장에서는 바른 인성교육과 아울러 올바른 직업관 정립에 필요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 철저한 직무 분석과 학생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의 능력과 적성에 적합한 업체에 실습생을 파견해야 한다. 부당한 대우나 위험한 환경 등에 노출됐을 때는 언제든 학교에 연락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심리 상담, 직업 교육 등 실질적인 복교프로그램을 가동해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현장실습에 임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설계가 확고해야 어떤 역경에도 견딜 수…
2017-03-27 09:28교사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을 원한다. 이른바 ‘자기주도적 학습’은 교사가 꿈꾸는 교육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상을 줄때마다 꺼림칙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외재적 보상이 학생의 내재적 동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식 때문이다.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준 보상에 학생들이 ‘중독’이라도 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외재적 보상은 내재적 동기에 방해만 될까? 내적 동기 저해 걱정하는 교사들 외재적 보상이 내재적 동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레퍼, 그린, 니스벳의 실험이나 그와 비슷한 종류의 실험을 인용한다. 이들은 자유놀이시간에 그림 그리기를 선택한 유치원생들을 뽑아 자발적으로 즐기는 행위에 보상을 주면 어떻게 되는지 실험했다. 유치원생들을 세 집단으로 나눈 후, A집단에게는 상장을 보여주고 그림 그리고 싶은지 물어봤다. B집단에는 다 그리고 난 후 상장을 줬다. C집단에는 그림 그리고 싶은지는 물었지만 상을 미리 보여주거나 주지 않았다. 2주 후 첫 번째 그룹, 즉 상을 기대하고 있다가 나중에 상을 받은 아이들만 그림 그리기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고 그리는 시간도 준 것으
2017-03-20 09:19최근 아들러심리학을 실천하려고 애써온 선생님 몇 분과 교실에서 학생을 격려하는 사례들을 모아 ‘격려하는 선생님’이란 책을 출간했다. 격려는 아들러상담학파에서 상담과 아동지도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격려는 절망적인 곳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산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없다면, 우리는 낙담, 절망, 무기력한 생활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나아짐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잘 간직하고 일구어 나아가도록 격려하는 것은 학생지도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필요하다. 새로운 학년도를 시작하며 서로 힘과 용기를 북돋을 수 있도록 선생님들 간에도 격려하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더 나아짐’이란 말에는 삶의 중요한 원리가 들어있다. ‘지금’은 ‘더 나아짐’에 비해 불완전한, 미완성된, 열등한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우리의 현 상태는 항상 불완전하고, 미완성이고, 열등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래 불완전한 존재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고 감당함이 마땅하다. 아들러상담학파에서는 이를 불완전할 용기(c
2017-03-19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