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사 재개를 권고하는 결론을 내렸다. 대통령과 정부도 사회적 합의라는 관점에서 이번 권고안을 수용하고 공사 재개와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이번 권고안에 대해 위원, 시민참여단, 정부, 여야 정당 등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국민 대부분도 큰 틀에서 공사 재개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숙의민주주의 가능성 보여줘 위원 9명과 국민참여단 471명이 참여한 이번 공론조사는 우리나라 정책 결정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첨예하게 대립된 사회적 갈등을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한 숙의(deliberation)민주주의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물론 국론 분열 의제를 공론조사에 부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사회적 갈등을 공론화해 시민의 숙의로 해결한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갈등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일반 시민들에게 전가시킨다는 비판이 상존한다. 정책 결정의 최종 주체는 어디까지나 정부라는 점에서 공론조사는 최소화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번 과정을 통해 흔히 ‘전문가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원전 문제가 일반 ‘시민의 관심사’가 됐고, 성별, 세대, 계층, 이념을 넘어선 공감의 계기가 됐다. 나아가 현대 정치의…
2017-11-06 09:59법적, 제도적 장치의 미흡으로 학교도서관만 있고 전문 인력은 없는 부조리한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사서교사 정원을 확보하지 못해 일반 교사 등에게 떠맡기는 현실이다. 지식정보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한 학기 한 권 책읽기 교육과정 지원, 자유학기제 확대 등을 시행하는데 사서교사는 꼭 필요하다. 뿐만 아니다. 사서교사는 교과학습지원,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독서교육 프로그램, 전교생 대상의 정보서비스 등 교육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서교사는 단순 대출반납 업무만 하는 것처럼 인식돼 학교 배치 및 평가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도서 대출자 치부…배치율 6.2% 그 누구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서교사는 이런 대우를 1968년 첫 배치 이후부터 줄곧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초·중·고 전체 교원 가운데 사서교사는 겨우 720명으로 0.17%이며, 학교도서관이 설치된 전체 학교에 대해 배치율이 6.2%에 불과하다. 학교도서관 사서교사의 역할은 사교육으로 대체될 수 없으며 공교육에서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내외 연구논문에 따르면 사서교사가 배치돼 있고 수업활동
2017-10-30 14:46수능 개편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이 유예되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2015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면 다시 치열한 논쟁에 들어갈 것이다. 논쟁의 핵심인 수능은 도입 초기 단편적 지식보다 종합적 사고력을 평가한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주입·암기식 시험으로 전락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창의·융합적인 인재양성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유예 1년 동안 논쟁 재점화 될 것 그럼에도 수능 개편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유는 바로 대입의 대세로 떠오른 학생부종합전형, 그 중 핵심인 학생부의 신뢰성 문제에 있다.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며 개인의 잠재능력을 수치로 획일화하는 일제고사 문제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우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이것이 수험생 개인의 유·불리와 맞물렸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수능 개편 1년 유예 기간 동안 각자에게 유리한 방법을 관철시키려 논란이 뜨거울 것이란 얘기다. 고교에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학생부와 수능으로 이원화돼 있다. 2000년대 들어 사교육 수요를 줄이기 위해 쉬운 수능 기조로 바뀌자 대학이 수능보다 학생부를 활용하는 비중을 높이며 두 평가 시스템이 충돌하게 됐다. 여기서 정량평가인…
2017-10-30 14:46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학교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결국 교사들을 믿고 맡겨 줄 때 질 높은 학교교육이 실현되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각급 학교에서는 교원능력개발평가가 막 시작 됐거나 준비가 한창일 것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위해서는 사전에 평가 실시 및 운영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심의하고 평가와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교원능력개발평가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혼란·갈등 부추기는 규제 지침들 이 평가위원회는 교원, 학부모,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하되 ‘교원이 아닌 위원’의 비율을 50%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있다. 공평하게 33%씩 하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가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볼 때, 교원 비율을 50% 이하로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결국 교원들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씁쓸한 마음이 든다. 올해 초에는 교육청 고시로 ‘의무교육단계 아동·학생 취학이행 및 독려를 위한 시행지침’이 내려왔다. 이 지침에서 초·중학교에는‘의무교육관리위원회’를 두고, 교육지원청과 교육청에는 교육장과 교육감 소속 전담기구를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장과 교육감 소속
2017-10-21 00:16가을비 그친 다음 날 파란 하늘을 보듬은 하동 평사리 무듬이 들판. 짙은 겨자색 가을이 남해 섬 아이들의 가슴에 동화로 물들기 시작한다. 섬진강변 무듬이 황금 들판엔 말라가는 콩 이파리가 바람에 수런거리고 곳곳엔 바람의 흔적이 실루엣으로 남아있다. 무엇을 새기려고 했을까? 남해는 섬이다. 마늘농사로 인한 빠른 추수로 남해에서 넘실거리는 가을 들판을 보며 걷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햇볕 좋은 가을날 그늘 없는 넉넉함이 아이들의 얼굴에 배어난다. 공부, 학원, 스마트폰에 시달린 몸과 눈이 숨표와 쉼표를 찍는다. 익어가는 가을을 함께 걷는 길 넓은 들길은 엄마의 품 안이다. 형제봉을 바라보며 부부송과 동정호를 지나는 동안 아이들의 걸음은 느려진다. 친구끼리 도란도란 가을 이야기도 나누고 유리알보다 투명한 물길도 보고 앞서가는 친구의 어깨도 건드려 본다. 빠름이 잦아드니 모든 게 여유롭고 행복하다. 오늘 아이들은 무듬이 들 가을 무대에 주연이 된다. 허수아비가 늘어선 들길을 지난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보며 까르르 웃는 웃음이 옥구슬처럼 메아리친다. 조금 더 거닐고 싶지만 아쉬움을 달래며 박경리문학관으로 향한다. 오르는 길 양옆에는 배꼽부터 붉게 번져가는 대봉
2017-10-21 00:14최근 우리 교육계가 가장 몸살을 앓고 있는 부분은 바로 교권 추락이다. 교사로서 오랫동안 교단을 지키고 있지만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힘든 때는 없었다. 바로 교사의 권위가 너무 추락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일부 진보교육감들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는 교권추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비교적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학생, 학부모들의 인식이 잘 정립됐다면 모르겠지만 학생인권조례는 시기상조라는 느낌이다. 현장을 너무 모르는 탁상행정이 불러온 결과다. 탁상행정이 불러온 교권추락 갈수록 교사를 보고도 인사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심지어 교사에게 대들거나 욕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일부 학부모들은 한 술 더 떠서 오직 자기 자식만을 철저히 비호할 뿐 학교와 교사의 입장은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 바뀌었다. 올바른 교육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삼위일체가 돼 함께 노력하고 서로 이해, 배려할 때 가능하다. 그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학기 초부터 아이들을 괴롭히고 때리며 욕하는 아이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부모에게 전화도 드려보고 상담도 하고 Wee센터 상담원도 연결해주면서 멘토 상담도 진행해왔다. 게다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가족 상담
2017-10-13 15:13긴 연휴 1학년 아이들에게 태극기 구입하기, 국가기념일에 태극기 내걸고 사진 찍어 보내기 숙제를 내줬다. 추석을 비롯해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을 사전 지도하며 알아보니, 집에 국기가 없는 학생이 여럿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태극기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거나 기념일을 단순히 쉬거나 노는 날쯤으로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학교에서는 교과목으로 나라사랑을 배우고 애국가를 부르지만 가정교육과 연계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몇 몇 학부모는 그 취지를 이해하고 몇 장의 사진을 보내오셨다. 태극기를 내걸고 기념사진을 찍어 보내는 일이 귀찮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등 1학년은 공교육의 출발선임을 생각할 때, 태극기 교육은 반드시 해야 되고 숙제로서도 매우 가치가 있다. 바쁜 일상에 묻혀 무심했을 지도 모르는 국가기념일에 아이가 숙제라고 하니 부모님도 태극기를 내걸며 한 번 더 나라의 소중함을 생각했을 것이다. 더불어 사랑하는 자녀에게 국가기념일의 의미를 부모의 언어로 가르쳤을 것이다. 교육은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비율이 95%나 된다고 한다. 국가기념일에 태극기를 거는 집은 갈수록
2017-10-13 15:13지난달 28일 일명 ‘청탁금지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교단에서는 카네이션 수수 논란을 빚으며 갑론을박 속에 발효되고 수정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법 시행 1년을 지내며 학교 현장에서는 그 공과(功過)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게 현실이다. 우선 교직사회에 대한 청렴, 신뢰도를 제고했다는 의견이다. 각종 언론, 여론조사 기관의 설문 결과에서 긍정적 답변이 50~60%로 나타난 것과 괘를 같이 한다. 반면 학교라는 특수성을 무시한 과도한 입법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 관계를 삭막하게 만드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도 비등하다. 최근 교총이 전국 교원 13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원·학생·학부모 간에 삭막한 관계가 됐다’는 응답이 33%, ‘교내외 각종 행사 운영 시 불편함을 초래 했다’는 답변이 12%나 나왔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제자, 학부모 등으로부터 카네이션 한 송이, 음료 한 잔, 사탕 한 개도 받을 수 없다. 감사의 마음이 부정청탁이 되는 현실 유리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학부모와의 대면상담, 교직원 간 친목모임이 꺼려지고, 직업적 회의감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교육 공동체 간 교육적 협력이 소홀
2017-10-13 15:132012년 대구 중학생 학폭 자살 사건은 전 국민의 우려와 공분을 샀었다. 이에 교육계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정치권은 이를 위해 2014년 12월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했다. 이 법의 목적은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이다.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어 타인,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모로 가는 어른들이 인성 가르치나 어느덧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인간성 상실과 이로 인한 증오와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최근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및 강릉, 서울 등 각지에서 발생한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포악해지고 있다. 아이들이 기성세대의 모습을 서슴없이 답습, 모방하는 현상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판단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보고 배운 대로 행한 아이들에게 공중도덕을 지켜라, 바른 인성을 갖춰야 한다고 수백 번 이야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시험 답안지에는 교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게 맞다고 쓰는 아이들도 실제 바닥에 떨어진 휴지는 줍지 않는다. 그러면서 나 혼자 줍는다고 세상이 뭐가 달라지겠냐고 말한다. 시험은 시험이고 실제
2017-09-29 15:14최근 여성가족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73.4%가 매일 심한 욕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총의 과거 조사에서도 매일 욕을 한다는 초·중·고생이 65%나 됐다. 버스로 출·퇴근 하는 필자는 해가 갈수록 청소년들의 욕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2∼3명만 모이면 버스를 기다리면서 그리고 버스 안에서 하는 말들이 도무지 욕을 사용하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다. 욕이 빠지면 대화 안 되는 청소년들 10월 9일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날이다. 하지만 뜻 모를 신조어, 줄임 말,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 그리고 청소년들의 습관적인 은어, 비속어, 욕설 사용으로 매년 한글날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우리 한글은 남·북한, 해외 동포 등 약 8000만 명이 사용하는 세계 13위권의 대국어이다. 또 국제회의에서는 당당히 10대 실용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올바른 한글 사용은 갈수록 홀대받고 있고, 10대 청소년 등에게 한글날은 그저 집에서 하루 쉬는 날로 인식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욕설은 왜 이렇게 일상화 됐을까? 큰 이유 중 하나는 점점 약화되는 가정의 기능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밥상머리
2017-09-29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