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모든 학교가 방역과 등교수업 확대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뉴스 보고 알았다”라는 교사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수시로 바뀌는 학사 운영에 온갖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산전수전 다 겪어 내성도 생겼지만, 등교수업 확대로 챙기고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방역은 기본이고 학습, 생활지도, 관계 형성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학교에 자주 오지 않다 보니 과거보다 교우관계, 사제 간 신뢰가 많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요구와 민원도 늘 것으로 보인다. 학기 초, 학교폭력은 물론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할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각종 비위 보호받을 수 없어 이를 대비하기 위해 최근 교총이 현장에 배포한 ‘2021년 1월 최신 교육 관련 사건·사고 및 판례 안내(교총 홈피 교권·교직 상담란, 교권예방 뉴스 제13호 참조)’는 교직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총 1만7765건의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지위법에 명시된 교육활동 침해 사안은 당연히 보호받고 구제돼야…
2021-02-18 15:26최근 겨울 스포츠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는 프로배구계에 학교폭력(학폭) 광풍이 불고 있다. 남녀 스타 선수들의 과거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져 그 파문이 일파만파 일고 있다.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 선수는 중학교 시절 동료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사실이 당시 피해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폭로를 통해 드러났다. 사태에 따라서는 더 많은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엘리트 체육의 고질병 작년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체육계 폭력을 고발하고 세상을 떠나면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줬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은 고질병을 앓고 있다. 두 선수는 여러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팬덤이 많고 한국 여자배구의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끈 주역이어서 충격이 크다. 우선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하기로 했다. 국가대표 선발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여론은 징계 수위가 약하다고 들끓고 있다. 출장 정지 등 일회성, 보여주기식 솜방망이 처벌로 국민을 기만하고, 사태가 가라앉으면 복귀시킬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런 미온책으로는 운동부 학폭의 악습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쌍둥이 자매 선수를 영구제명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2021-02-18 15:21교육에서 ‘원 케어링 어덜트(one caring adult)’란 ‘단 한 명의 어른’으로 믿음의 눈으로 아이들을 봐줄 사람, 관심을 가지고 다가와 줄 사람, 그래서 아이들이 간절히 찾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한 중학교에 전과 있는 조폭 두목 학생이 전학 왔다. 여름에는 반바지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소주병을 들고 등교했다. 게다가 교문 앞에서 후배들에게 “90도로 절하지 않으면 등교 못 해!”라고 명령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불평불만을 터뜨렸고 교사들은 회의를 열어 그 학생을 퇴학 조치하기로 했다. ‘선행할’ 표창장의 힘 교장 선생님은 회의 결과를 보고받았지만, 말썽을 부리면서도 날마다 학교에 오는 그 학생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그를 교장실로 불러 타이르자 그 학생은 탁자를 발로 차면서 소리쳤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거야!”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 행사가 있을 때면 그에게 책임을 맡겨 진행하게 했다. 개교기념일엔 ‘이 학생은 앞으로 선행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상을 주어 표창함’이라고 쓴 선행할 표창장을 만들고 근사하게 액자에 넣어 줬다. 표창장을 본 부모님은 “세상에 우리 아들이 상을 다 받아 오
2021-02-18 15:19전 세계인이 일상을 잃고 숨 막히는 고립을 견뎌온 지 1년이 지났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오는 3월 2일 전국 유·초·중·고교가 일제히 개학하고, 대입 수능도 계획대로 11월 18일에 치를 예정이다. 특히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생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까지 밀집도 기준에서 제외돼 매일 등교가 가능해진다. 최근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1학년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방침’을 공동 발표했다.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생의 등교 확대는 돌봄 공백 해소, 대면 수업 효과, 신체 능력·사회성 발달 등을 고려한 것이다. 또 코로나19 감염 위험도가 학교 내부보다 학교 밖과 가정에서 더 높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를 수용한 조치로 풀이된다. 등교수업도 ‘안전’이 우선 신학기부터 학생들의 등교·면대면 수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안전한 학교다. 안전한 학교의 열쇠는 교원들을 비롯한 학교 근무자(교육종사자)들의 백신 우선 접종이다. 교원들은 학생 등교와 면대면 수업이 확대되면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직군이다. 학생들과 자주 접촉하는 행정실 직원 등 학교 근무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2021-02-04 16:13학교폭력 업무를 맡아서 소송과 씨름한 지도 거의 1년째. 1심에서 승소하고 숨 좀 돌리나 싶었는데, 곧바로 2심. 어찌어찌 소송을 이어왔지요.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변론에 하나하나 반박을 해주고, 3년 전 일이라 있는 공문 없는 공문을 다 찾아가며 증빙을 했지요. 드디어 선고기일. 얼른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선고기일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웬걸. 법원에서 통보가 와요. 변론 재개! 선고를 받아야 하는데 다시 시작한다는 통보. 끝나나 싶던 소송 준비는 다시 시작돼요. 나름대로 관리했던 멘탈은 다시 심연으로 빠져들기 시작해요. 다른 업무를 맡은 분들은 방학이라 여유로울 때, 학폭이 터져서 정신력이 소진되고, 그나마 조금 추스르려고 하니 소송은 변론부터 다시 시작. 이럴 때는 아무리 강철 멘탈을 가진 사람이라도 나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교직에 있다 보면 꼭 학교폭력 업무를 맡지 않아도 정신력이 바닥을 칠 때가 종종(이라고 쓰고 많이, 라고 읽는 것은 비밀이지만) 있어요. 교실로 걸려 온 말도 안 되는 민원 전화에 짜증이 올라올 때, 보통 2월에 있는 업무분장, 남들은 쉬운 업무도 잘만 받는데 어렵고 무거운 업무를 받아서 마음이 쳐질 때, ‘내
2021-02-04 11:07일주일 뒤면 음력 섣달그믐날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날 ‘덜리는 밤’으로 제석(除夕), 제야(除夜)라 했다. 또 옛사람들은 ‘나갔던 빗자루도 집을 찾아온다.’ 하였다. 그러나 이번 설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추석처럼 ‘며느라, 올 설에는 오지 마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것 같다. 사람과의 만남과 가족의 정이 더 그리워진다. 음력 섣달그믐날 풍습을 돌아본다. 지방마다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면이 많다. 섣달그믐은 속칭 '작은 설'이라 하여 묵은세배를 올리는 풍습이 있다. 민가에서는 사당과 가묘, 어른들께 묵은세배를 드렸다. 이는 한 해가 무사히 간다는 뜻으로 드리는 인사이다. 또한 이날을 까치설이라고 하는데 그 연유는 신라 소지왕 때 궁주(宮主)와 중이 공모하여 왕을 해치려 하였는데, 까치와 쥐, 돼지의 인도로 이를 모면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쥐와 돼지는 설날부터 열이튿날까지의 날로 열두 동물의 간지가 새해 처음 오는 상십이지일(上十二支日)에 들어가는 동물이라 설날 이후 쥐날, 돼지날이라 기념하지만 불행히 까치를 기념할 날이 없어 설 바로 전날을 까치의 날이라 하여 ‘까치설’이란 이름이 유래하였다 한다. 설을 앞둔 세밑은 참 분주하다. 집마다
2021-02-04 11:04최근 교육부가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피해 응답률은 0.9%로, 2019년 1차 조사(2019.4.1∼2019.4.30) 대비 0.7%p 감소했고, 학생 천 명당 피해 응답 건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모든 유형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등교수업 일수가 대폭 감소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1차 조사 결과와 비교해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응답률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이버폭력(3.4%p), 집단따돌림(2.8%p)의 비중이 증가한 점에 주목해 예방교육 방향을 정해야 한다. 시대상 반영된 학폭 양상 첫째, 직접적 물리적 폭력 행위보다 집단따돌림 양상이 고착화, 일상화하고 있다. 지속적 괴롭힘과 따돌림, 익명 앱에서 뒷담화, 혐오 표현을 포함한 언어폭력 및 따돌림, 조롱, 욕설, 째려봄, 그룹으로 때리고 욕함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집단따돌림은 집단으로부터 배제, 조롱과 뒷담화 등을 수반하며, 은밀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증거가 부족하므로 정황만을 가지고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현재일선 학교, 교육청 등에서 교육과정 속에 어울림 프로그램,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
2021-02-04 11:02“선생님, 참고 참고 또 참으려고 했는데,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민호는 한바탕의 광풍이 지나간 평온한 눈을 들어 교사인 나를 쳐다보았다.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연신 가슴을 움켜쥔 승찬이의 셔츠를 살짝 들쳐 보니 줄넘기 자국이 빨랫줄 마냥 선명히 박혀 있다. ‘아이고, 얼마나 아플까?’ 상처를 본 순간 애처로운 마음과 함께 승찬이 어머니의 얼굴이 날카로운 바람처럼 머릿속을 스쳐 갔다. “승찬이가 얼마나 아프겠니? 좀 더 참지 그랬어?” 상처를 보더니, 미안한 듯 눈물이 살짝 고인 민호의 눈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있다. 그나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이 막무가내였던 이전과 다르게 공동체 생활방식에 다가서는 성장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누가 저 맑은 눈에 그토록 사나운 포효가 숨어 있으리라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잠깐 사이 양과 사자의 상반된 두 이미지가 뇌리를 스쳐 갔다. 3월 입학식 다음 날부터 한 시간이 멀다고 찾아오는 아이들의 울음 섞인 하소연 뒤엔 늘 민호의 이름이 처분을 기다리는 옷가지의 상표처럼 붙어 있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올라와 적응해야 할 1학년 아이들에게는 화장실 사용법, 학용품 사용법, 자리에 앉는 방법, 복도와…
2021-02-03 16:18우리 속담 중에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미운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 상대방이 미우면 떡을 아예 안 주거나, 주더라도 하나라도 덜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도대체 왜 이런 앞뒤가 안 맞아 보이는 속담이 아직도 전해져 내려오는 것일까? 그런데 부모가 되면서, 사춘기 자녀가 한창 미운 짓을 하고 속을 썩이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 속담의 참뜻을 비로소 깨달았다. 부모가 되고 속담 참뜻 깨달아 돌이켜 보면, 사춘기 자녀의 행동에 일일이 간섭하고 훈계했던 융통성 없는 부모였기에, 그리고 교육자로서 자녀의 가정교육만큼은 반듯하게 시켜야겠다고 다짐했던 엄마였기에, 사사건건 아이와 갈등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미운 짓 하는 자식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아이의 행동을 너그럽게 받아주고 포용했더라면 자식과의 갈등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뒤늦게 후회한 적도 많았다. 사춘기 자녀의 달라진 행동이나 충동적 행동 등을 너그럽게 수용해 주자고 해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까지 무조건 두둔하자는 것은 아니다. 자율과 허용의 범위를 넓혀 주되, 아이가 명백하게 잘못했을 때는 강단 있게 야단쳐야 한다. 이때도 아이 자체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
2021-01-28 16:34최근 수학여행 기간에 일어난 돌발 사고에 대해 법원이 평소 학생 관리 및 주의, 감독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교사에게도 최종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사건이 교육계에서 논란거리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지난 2017년 경북 영주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A군이 수학여행을 떠났고, 몰래 가져온 화살을 친구에게 고의로 쐈는데 왼쪽 눈에 맞아 실명했다. 법원 재판부는 초등학교 수학여행에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사고라고 판단, 담임교사가 주의, 지도, 감독의 의무를 소홀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판결 이유를 밝혔다. 돌발 사고에 교사 책임 물어 이번 법원의 판결은 학교와 교사에게 예측할 수 없는 돌발상황까지 무한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알다시피 교사와 학생이 같이 생활하는 수업 시간, 청소 시간, 쉬는 시간에 사고가 나면 대부분 담임교사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다.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도하는 것은 교사의 의무이자 본분이다. 하지만 교외 활동 중 자정이 넘은 취침 시간에 교사가 학생에게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이야기하면 이것은 상식적으로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더군다나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함부로 학생들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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